광부의 손자/김민준
손가락 아홉 개 할아버진 광부였죠
군대서 잃어버린 왼손 약지 빈자리
힘에 찬 곡괭이질에 말없이 불끈댔겠죠
막장을 뚫기 위한 폭약이 찢어낸 고막
광산보다 캄캄한 어둠으로 떨어졌죠
그 고통 더더욱 선명했을 검은 아픔 이해해요
어린 나이 할아버지 긴 수염에 매달려
금맥보다 반짝이는 두 눈으로 보았죠
엄마를 쥐어 패던 말 아직도 기억해요
수북한 재떨이 꺼지지 않은 불씨에
희뿌연 방안 속 내 모습이 안 보였겠죠
당신의 잃어버린 약지가 아니었을까, 나는
일을 잃고 매일 밤 그리워했을 곡괭이
그 손맛 알고 있어요, 할아버지 손자인 걸요
우리는 먼지 자욱한 광산이 어울리죠
죽었지만 내 안에 버젓이 살아 있죠
매일 글에 매달려 단어를 캐낼 때마다
얼마나 무너뜨리고 싶은지 모를 겁니다,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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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의 손자/김민준
손가락 아홉 개인 할아버지는 광부였죠.
군대에서 잃어버린 왼손 약지 빈자리
절박한 곡괭이질마다 그 빈자리 불끈댔죠.
막장을 뚫기 위한 폭약이 찢어낸 고막
광산보다. 캄캄한 어둠으로 떨어졌죠.
그 고통 더더욱 선명했을 검은 아픔 이해해요.
어렸을 때 할아버지의 긴 수염에 매달려
금맥보다 반짝이는 두 눈으로 보았죠.
아직도 기억을 해요 엄마를 패대던 말
수북한 재떨이 꺼지지 않은 불씨에
희뿌연 방안 속 내 모습 안 보였겠죠.
당신의 잃어버린 약지가 아니었을까, 나는.
일을 잃고 매일 밤 그리워했을 곡괭이
그 손맛을 알고 있어요, 할아버지의 손자인 걸요.
우리는 먼지 자욱한 광산이 더 잘 어울려요.
가셨지만 할아버지 내 안에 살아 있죠.
매일매일 글에 매달려 단어를 캐낼 때마다
얼마나 이기고 싶은지 모를 거예요, 당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