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절기를 보내고 있어요. 아침저녁으로는 기온이 내려가고 한낮 가을볕은 아직 따갑지요. 농촌의 황금빛 가을들녘은 이제 벼베기로 흙빛으로 변하기 시작하겠지요. 학교로 올라오는 길 가로수 잎이 하나둘 갈색을 띄고 또 하나둘 떨어지기도 해요. 그 뜨거웠던 여름날씨가 불과 얼마전이었다는게 믿기지 않아요. 계절의 변화는 아무리 반복해서 겪어도 늘 신비로워요.
이번에는 절기시를 적는 칠판에 아이들이 그림을 그려보았어요. 다음절기부터는 글씨도 아이들이 적어보게 하려고 해요. 하윤이가 그동안 쓰고 그린 절기공책을 훑어보더니 "와~ 우리 많이 적었다" 하네요. 작년 절기공책도 보여달라고 해서 찾아주었더니, 한참을 읽으며 좋아라해요. 그동안 쓴 공책을 다모아뒀다가 고3졸업할때 황금보자기에 싸서 줄거라고 했더니, 아주 흐뭇한 표정을 지어요^^
지난 6월하순경에 심은 고구마가 여름내내 잎과 줄기를 무성하게 피우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번주에 캐보니 그 양과 크기가 생각보다 너무 적고 작아서 조금(많이) 실망을 했어요. 주렁주렁 엮어져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신나할 아이들 모습을 기대했는데.. 그래도 아이들이 열심히 흙속을 훑다가 어렵게 고구마를 발견할때마다 탄성을 질러줘서 고마웠어요^^ 고구마는 감자보다 더 땅속 깊이깊이 뻗어가며 자라는것 같아요. 옥상 나무박스 텃밭은 깊이도 얕고 토질에도 한계가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짐작만 해봐요. 많지는 않지만 다음주에 이 귀한 고구마로 맛탕을 만들어 먹기로 했어요. 고구마줄기도 따고 껍질 벗겼어요. 네 아이가 집으로 가져가서 고구마줄기볶음을 해먹어 보기로 했어요.
또 다시 들살이철이 다가왔지요. 이번주는 중고등이 들살이를 준비하느라 아니타영어, 모둠북, 손공예, 주기집중 수업은 진행하지 못했어요. 덕분에 휴일이 많아 미뤄졌던 <참초신문>9월호를 마무리할수 있는 시간을 얻었어요.
중고등이 4층으로 내려와 함께 지내다보니, 쉬는시간 점심시간에 학년상관없이 무리지어 왁자지껄 어울려 놀아요. 다음주는 4층이 고요하겠지요. 금요일 하교할때 우리끼리도 풀죽지 않고 신나게 보내보자고 약속을 했어요. 중고등이 떠나고 나면 이제 초등 제주도 들살이 준비도 해야하고.. 중고등 텃밭작물까지 우리가 돌봐야하니 시간이 바삐 갈것 같아요.
금요일 오후는 중고등이 마지막 들살이 준비를 해야해서 자치회의를 목요일에 했어요. 자치회의에 앞서 진환, 우진, 장하윤, 나혜의 생일잔치를 했어요. 초등에는 이번달에 생일자가 없지만, 생일카드읽기와 생일자와 사진찍기에 뽑혀 카메라에 많이 담겼네요^^
이번주는 더 특별히 네 아이에게 고마운 한주 였어요. 아이들 존재 자체, 그리고 이 아이들과 보낼수 있는 시간 그자체가 저에게 큰 위로가 되기도 했지만, 큰슬픔을 겪고 온 담임에게 알게모르게 베풀어준 섬세한 배려와 마음씀을 느낄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드는 순간이 많았어요. 슬픔도 기쁨도 함께할수 있음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