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좌석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윤선장님과 1시간 차이의 항공기를 타게된다. 분명 1시간 차이의 티켓이었건만 무슨 영문인지 후쿠오카 공항에서 입국 수속은 10분이 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입국 대기줄에서 윤선장님이 깜짝 놀라며 앞에 서있는 나를 보며 1시간 전에 출발한 사람이 왜 아직 거기 있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환한 웃음으로 반긴다.
택시를 타고 하카타 역으로 이동 후 기차표를 구매하기 위해 선장님이 재빠르게 줄을 선다. 한참 후 나온 선장님은 이 줄이 아니었다고 하며 다시 이동한다. 기차표 구매 후 기차 안에서 먹을 도시락를 산다. 하지만 아슬한 차이로 놓친 기차, 다음 기차는 1시간 후, 도시락을 까먹을 장소도 여의치 않은 터라 식당으로 향하게 된다. 이후 이 도시락은 기억 속에서 잊힌 채 며칠 후 곰팡이와 함께 오픈하게 된다.
1680엔의 나름 알찬 구성의 튀김 정식이다.
타케오 온센에서 신칸센으로 갈아탄다. 선장님은 바닥재를 보며 요트 바닥에 깔면 좋겠다고 유심히 살펴본다. 역시 누구에게나 직업병은 있구나 싶었다.
나가사키의 첫인상은 부산의 초량동 느낌이었다. 물론 살짝 더 깨끗한 느낌은 있었다.
세관으로 이동 후 서류를 접수한다.
전 선주의 차를 얻어타고 도기쓰조로 이동 드디어 배와 조우하게 된다. 과연 이 배로 대한 해협을 횡단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지만 선장님을 믿어 볼 수밖에 없다
세관 여직원이 배와 방파제에 각각 다리를 걸친 채 몸 개그를 선보인다. 여직원이 민망해할까 애써 웃음을 감춘다.
조용한 어촌 마을이다. 이틀이 지나도록 운항하는 배는 두세 척 밖에 보질 못했다.
태풍으로 떼 놓았던 세일을 힘겹게 장착한다.
손봐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시내 호텔 체크인 후 운짱역에 동원된 전 선주와 함께 호텔 바로 앞 이자카야로 이동한다.
술잔을 기울이며 일본 요트 산업의 현실을 듣게 된다.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마리나 시설도 풍부하고 요트 산업이 크게 발전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일본의 요트 산업이 성숙 단계에 들어서지 못하고 사양산업이 되고 말았다 하니 더욱 악조건을 가진 우리나라가 더 걱정될 수밖에 없다.
기존 일본 여행에서는 렌터카를 주로 이용했는데 이번에는 마차 빼고 거의 모든 운송수단을 이용해 보는 것 같다.
언젠가 저렇게 큰 배를 딜리버리 하게 되면 또 같이 동행하자고 선장님과 약속한다.
출입국 사무소에 있는 포스터, 내용은 대충 북조선 인권침해에 관해 논의하자는 내용, 일본인에게는 북한과 남한을 동일하게 보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들이 한국 사람을 어떻게 볼지 가늠해 본다.
근처 카페에서 먹은 햄버거 680엔 콜라 역시 비슷한 가격이다.
항해등을 구할 수 없어 선장님의 임기응변 그 효과는 야간 항해에 빛을 발한다.
이튿날 묵은 호텔에서 바라본 오무라만의 풍경
다음날 저 섬 앞을 지나게 된다.
마트에서 사 온 저녁 메뉴, 나는 피곤하여 맥주 한 캔으로 마무리하였으나 선장님은 더 강한 것이 필요한 모양이다.
식사를 하며 선장님께 Navionics를 이용한 항로 설정의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오무라만의 야경
출항 전 마지막 엔진 점검
드디어 출항이다. 이틀간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진다.
도기쓰조의 마지막을 사진으로 남겨본다.
이튿날 묵었던 라비앙 호텔이 보인다.
저 멀리 나가사키 시내 방면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 보인다. 간간이 번개도 치는 것 같다.
태양과 비를 피하기 위해 타포린 천막을 설치하였다.
오무라만을 빠져나올 무렵 저 멀리 하우스텐보스의 암스테르담 호텔이 보인다.
그리고 사이카이 대교와 신사이카이 대교의 모습이 보인다.
왠지 모르게 바다에서 다리를 가로지를 때면 묘한 정복감이 느껴진다.
차를 이용하면 놓인 방향으로만 달려야 하는데
그것을 지키지 않고 가로지르니 내가 이긴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인지 모르겠다.
출항 전 사 온 마트표 도시락으로 늦은 점심을 때운다
밤이 찾아오고 저 멀리 히라도 대교가 보인다. 이제 저곳 만 통과하면 곧 일본 본토와는 안녕이다.
야간 항해 방법에 대해 선장님께 교육받으며 실전에서 대응해 보니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기상예보 상으로 대마도 근해에 닿기 전에 뇌우를 만나게 될 것 같다.
곧 나는 멀미와 잠과의 싸움에서 패배하여 선장님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선실에 틀어박히게 된다.
사진 찍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내가 찍은 사진이 어디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만큼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위 사진은 아마도 대마도를 들어가면서 찍은 사진인 것 같다.
일본 본토에서 바로 통영을 향하는 코스를 계획했으나 안전을 위해서 대마도를 통과하는 코스로 변경하게 된다.
대마도를 빠져나오기 직전 사진이다.
저곳을 지난 직후 다시 멀미와의 싸움에 들어가게 된다.
비와 바닷물로 인해 핸드폰 충전 단자의 이상으로 더 이상 핸드폰 충전이 되지 않아 더 이상의 사진은 없다.
대마도에서 통영을 항해하는 동안 나는 선실에 쓰러져 있고 안에서 바라보는 선장님의 표정이 물 만난 물고기처럼 기뻐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헐과 파도가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바람 소리가 심상찮다.
배가 속력이 나기 시작한 것 같다. 마치 레이싱카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났다.
지금 속력이 몇 노트인지 확인하고 싶어졌지만 마구잡이로 흔들리는 선실에서 도저히 일어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거제 홍도를 지났다고 선장님이 말씀하신다.
드디어 도착하는구나 생각하며 겨우 힘을 내 콕핏으로 나가본다.
그러나 잠시 후 엔진 소리가 잠잠해지며 속력이 나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근처 마을 방파제 안쪽으로 겨우 이동하고 우리는 아침까지 기절하게 된다.
역시 선장님은 잠들기 전 술을 빼놓을 수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난 선장님은 물속으로 들어가 프로펠러에 감겨있던 로프를 제거한다.
이후 우리는 통영까지 순조로운 항해를 하게 된다.
편안하게 다녀오면 다시 참가하지 않지만 고생하면 꼭 다시 찾게 된다는 선장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아니나 다를까 4일 여가 지난 지금 그때 고생한 기억은 별로 없고 언제쯤 다시 참여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평범했던 내 인생에 큰 에피소드가 생겼고 모험가가 된 것만 같다.
첫댓글 수고가 많았습니다.
요트고생 마일리지 300을 획득하셨습니다.!! ㅎ ㅎ
수고많았습니다
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