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천하절경 장강삼협(長江三峽) 선상유람(Cruise)
프랑스인 노부부 / 크루즈의 외국인 커플들
오후 3시 여행사로 오라기에 이곳 어디에서 배가 출발하는 줄 알았더니 버스로 장장 4시간이나 남쪽으로 달려 만주(万州)라는 곳에서 배를 탄다. 지도에 보니 부근에 귀성(鬼城), 석보채(石宝寨)라는 곳이 볼만한 모양인데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쉽다.
우리가 3일 동안 머무를 유람선은 3층 객실에 식당과 휴식공간이 딸린 제법 괜찮은 큰 배였다.
내가 배정받은 침실은 2층으로 침대가 둘 놓인 4인용 아래층이 내 자리인데 내 위층에는 50대의 외톨이 남자, 맞은편은 50대의 부부가 자리를 잡았는데 여자가 위층, 남자가 아래층을 사용한다. 비좁아 침대에 걸터앉으면 무릎이 맞닿고, 특히 화장실이 좁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지만, 그러나 어쩌랴, 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중국 여행을....
같이 여행할 사람이 200여 명쯤 되는 모양이다. 외국인은 60대의, 부인이 교원 출신이라는 프랑스인 노부부, 젊은 스페인 커플, 아일랜드 커플, 영국인 커플과 내가 전부이다.
내가 중국어를 못하니 결국 이 사람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었는데 프랑스인 부인이 대만에서 대학을 다녀서 중국말을 잘하고, 나머지는 나처럼 모두 중국어를 못한다.
선상 식당에서 계란 볶음밥으로 저녁을 먹었는데 10元, 배의 맨 위층은 갑판 위에 의자 몇 개 놓고 오색 등(燈)을 몇 줄 걸어 놓은 썰렁한 휴식공간인데 입장료 30元을 받다니.... 정말 웃긴다.
저녁 9시, 장강(揚子江)은 탁한 붉은 빛으로, 흐르는지 마는지 유장(悠長)하게 펼쳐졌는데 긴 뱃고동 소리를 내며 우리의 유람선(遊覽船)은 어둠이 깔린 양쯔강(長江)을 미끄러지듯 내려가기 시작한다.
<1> 장비묘(張飛墓)와 백제성(白帝城)
2시간쯤 내려가다 밤 11시쯤인데 장비묘에 도착했다고 한다. 비봉(飛峰)산 기슭 운양성(雲陽城) 건너편에 장비의 묘가 있는데 강가에 면하여 우뚝 장비묘와 사당(祠堂)이 있다.
비봉산 기슭의 장비 사당 / 백제성 입구 다리 / 백제성에서의 유비의 임종
장비(張飛)는 단순하고 의리 있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급함 등으로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로 시대극(時代劇)에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유비(劉備), 관우(關羽)는 좀 다가가기 어려운 숭배의 대상이지만, 장비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숙한 캐릭터여서 그렇다고 한다.
사당 안에는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하는 장면, 장비가 탐관오리 독우(督郵)를 버드나무에 묶어놓고 매질하는 장면 등을 실물 크기의 조형물로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또 엄청나게 큰 장비의 조형물과 함께 그 위에 ‘정한부력(鼎漢扶力)’이라는 글자를 새겨 장비의 힘과 용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곳은 과연 삼국지의 무대, 중국 역사의 한 가운데라는 느낌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장강삼협 첫 번째 협곡인 구당협(瞿塘峽) 입구의 강 한가운데 우뚝 솟은 섬에 백제성이 있다. 후한(後漢)의 공손술(公孫述)이 처음 쌓았다는 이 성은 유비가 오나라에 패하고 이곳으로 피신하여 오는데 임종이 가까워짐을 느끼자 유비는 제갈공명에게 아들 유선(劉禪)을 부탁하며 유선을 불러 이르기를, 勿以善小而不爲勿以惡小而爲之(물위선소이불위물이악소이위지)라는 유언을 남기는데 풀이하면 ‘선(善)은 아무리 작아도 하지않으면 안되고 악(惡)은 아무리 작아도 하면 안 된다.’라는 의미겠다.
백제성은 원래는 백제산(白帝山) 기슭에 있었으나 강의 수위가 높아져 지금은 강 가운데의 섬이 되었는데 멋진 다리를 놓아 걸어서 건너다닌다.
다리를 건너서 900여 계단을 오르면 성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성안에는 제갈량을 비롯한 장수들이 빙 둘러선 가운데 유비(劉備)가 임종을 맞는 장면이 실물 크기로 만들어져 있고 성 밖 언덕 위에는 제갈공명이 올라 별을 보고 점을 쳤다는 관성정(觀星亭)도 있다.
백제성에서 바라본 구당협(瞿塘峽) / 백제성(白帝城/永安城) / 관성정(觀星亭)
관성정(觀星亭)과 백제성 둘레에는 천하의 시인 묵객들이 영웅들을 칭송하여 지은 헌시(獻詩)들을 새긴 비석을 세워놓았는데 수백 개는 되겠다.
백제성은 유비가 임종을 맞은 곳이라 일명, 영안성(永安城)이라고도 한다.
백제성에서 바라보는 구당협(瞿塘峽)이 천하절경으로 중국 10元짜리 인민폐(人民幣) 뒷장에 이곳 풍경이 그려져 있어 사람들은 돈을 꺼내어 맞추어 보느라 부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