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릿 고 개
石 英 박 길 동
일천구백오십 년대 늦은 봄날, 봄 햇살이 따스하다
여름이 오기전 늦은 봄 날에
저 언덕을 지나 높고 험준한 보릿고개 앞에 서야만 했다
나혼자 넘어야 하는 고개가 아니고 동네 몇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가 보릿고개 앞에 서야 했다
누구의 도움없이 넘어야 할 보릿고개
넘지 않기를 바라지만 해마다 반복해 혹독한 고개를 넘어야 했다
보리밭 이랑에서 종달새가 하늘높이 날아올라 지지배배 노래한다
보리밭 이랑을 향해 내려 꽂기도 한다
아지랑이 스물 스물 피어 오르고 따스한 볕에 보리밭 꾸벅꾸벅 존다
주린 뱃속 꼬르록 배곱품을 알리는 소리 채워줄 식량이 바닥이다
지난 가을 추수한 식량, 겨울을 나니 곶간의 뒤지가 텅 비었고
초근목피礎根木皮가 비상식량이다
들녁 보리 밭 푸르던 보리이삭 해산하여 갈색으로 익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보리이삭이 여물지 않았다
하지만 덜 여믄 보리이삭 어쩔수 없이 베어 가마솥에 삶아 햇볕에 말려
절구에 넣고 찧어 밥을 지어 먹고 허기를 면해야 했다
찰기가 없어 알갱이들이 입속에서 제 멋대로 알알이 딩군다
그러나 매끼니 허기를 채우기 위해 먹는 밥이지만 꿀 맛이었다
산야에서 채취한 나물로 국 끓이고 삶아 무처먹으며
끼니를 때우는 일이 비일 비재 했다
초근목피草根木皮로 넘어가던 인고忍苦의 세월.
긴 고갯길이 한달에서 두 달 이상 계속되는 민초들의 참혹한 곤궁이고
반드시 넘어야 할 험준한 고갯길 보릿고개 길,
이젠 영원히 화석으로 박물관에서 잠자거라
타임캪슬 속에서 휴면하는 보릿고개는 사전 속에서나 개방되기 바란다
*1950년~60년대 농촌 민초들의 삶을 회상하며 다짐하다.
첫댓글
이명희 이사님 감사합니다.
안녕하시지요.
여름이 시작 됐군요.
건강 잘 살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