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대 의대를 둘러싼 ‘파워 게임’은 시작됐는데 남원 사람들의 대응은 밋밋하기만 하다. 서남대 의대 입학정원
49명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암투’가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남원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주판알’만 튕기고 있으니 통탄할 지경이다. 이제 의대마저
빼앗길 텐가?
서남대 의대가 처한 상황을 정리해볼까. 교육부는 이미 오래 전 서남대 의대에 ‘사형 선고’를 내렸었다. 서남대 의대
학생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았으니 학점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고, 심지어 신입생을 뽑지 못하도록 했다. 사실상 문을 닫으란 조치였지만 다행히
법원에서 제동을 걸어 한 숨 돌렸었다.
법원이 제동을 걸자 정부는 ‘법령 개정’이란 강력한 무기를 들고 나왔다. 앞으로 정부가 지정한
기관에서 평가를 받아 통과하지 않으면 정원을 감축하고 결국에는 의대를 문 닫게 하는 강력한 조치다. 서남대가 현재 상황에서 평가 인증을 통과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몇일 전 시행령까지 완비하고 서남대 폐쇄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이 법령이 시행되면 법원도 서남대를 지켜주지
못한다.
교육부가 가진 의도는 최근 낸 보도자료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서남대 부실의 주범이었던 설립자 이홍하씨의 측근들이 즉 옛 재단
인물들이 낸 ‘자구안’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서남대 의대를 폐쇄하고 서남대 남원 본교는 ‘평생교육기관’으로 전환하고 서남대는 아산 캠퍼스를
중심으로 재기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평생교육기관 전환은 대학을 폐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구나 보도자료에는 “대학구조개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옛 재단의 안을 환영했다. 교육부는 이씨를 서남대에서 손을 떼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정부부처였다. 옛 재단이 낸 자구안이
교육부 ‘입맛’에 얼마나 맞았는지 보도자료를 중앙 기자들에게 배포하고 마치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애기한 것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의대 학부모들도 가세했다. 의대 재학생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자녀가 ‘부실 의대’ 출신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의사 생활을
하길 원치 않는다. 주변 대학 편입을 통해 ‘학벌 세탁’을 하고 싶어 한다.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들마저 등을 돌린 것이다. 정부로서는 거칠 것이
없는 상태다.
현재대로라면 서남대 의대를 지켜내는 것 불가능해 보인다. 서남대가 다시 ‘매물’로 나오자 여기저기서 손을 뻗치고 있다.
의대는 대학들의 일반 학과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의대 하나가 주는 경제적 파급력이나 상징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하지만 의료계에서 입학
정원이 늘어나는 걸 강하게 막고 있어서 다른 지역에서 의대를 설립하려면 어떤 곳을 죽여야 하는 ‘제로 섬’ 게임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목포대에 의대를 유치하려고 움직이고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벌써부터 목포 지역은 똘똘 뭉쳐서 “이번에야 말로”라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지역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시장을 위시한 관료들, 지역 대학들이 합세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이란 별칭을
얻으며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도 순천에 의대를 세우려고 혈안이 돼 있다. 의대 유치는 이 의원의 대표 공약 중 하나다.
박근혜정부가 끝나기 전에 어떻게든 이 공약을 이루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 의원은 이번에 교육부를 관장하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 들어갔다. 교육부를 쥐고 흔들 위치에 있게 됐다. 암울하기만 한 상황이다. 창원대나 다른 지역에서도 서남대 의대 정원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남원의 대응은 어땠나. 법원에서 서남대 폐쇄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 시간을 벌어줬는데도 차근차근 준비하기는커녕
집안싸움으로 일관했다. 정치인들과 시장은 사사건건 으르렁거리며 서로의 발목을 잡느라 여념 없었다. 서남대를 정상화시켜보겠다고 소속 교수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뛸 때 누구하나 도와주는 사람 없었다. 교수들이 의대를 정상화시킬 재정기여자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동안 여기저기서 방해공작이
들어왔지만 누구하나 바람막이가 돼 주는 사람은 없었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대책 회의를 한다고 부산을 떨고
있지만 그저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 것에만 혈안이 돼 있는 모습은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새로 당선된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은 서남대 의대가
넘어간다면 자리를 내놓겠다는 각오로 임하길 당부한다. 이환주 남원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의대를 다른 지역에 뺐기고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는
것을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너무 많이 남원에서 사라졌고 너무 많이 황폐해졌다.
아직 늦지 않았다. 서남대 의대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재정기여자를 찾는데 발벗고 나서야 한다. 교수와 정치인, 관료들이 한데 뭉쳐서 서남대 의대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다녀야 한다. 또한 남원 사람들의 힘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정치력을 기대한다. 단식 투쟁을 하든 삭발 투쟁을 하든 의대를 뺏으면 민란
수준의 강력한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명한 경고를 해줄 필요가 있다. 지금은 토론회나 열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이미 ‘파워 게임’은
시작됐다.
첫댓글 (사)남원발전연구포럼에서 나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