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사은의 출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태산 대종사는 병진년 음 3월 26일 노루목 초가삼간에서 입정돈망 상태로부터 출정하시어,
일원상 안목에서 사은을 직면하십니다.
사은은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 과정에서 드러난 일대사건입니다.
원불교교사 「대종사의 대각」에서 ‘出定의 첫 걸음’ 대목입니다.
“원기 원년(1916·丙辰) 음 3월 26일 이른 새벽에, 대종사, 묵연히 앉으셨더니, 우연히 정신이 쇄락해 지며, 전에 없던 새로운 기운이 있으므로, 이상히 여기시어 밖에 나와 사면을 살펴보시니, 천기가 심히 청랑하고 별과 별이 교교(皎皎)하였다.”
‘쇄락’, ‘새로운 기운’, ‘청랑’, ‘교교’라는 표현이 중요합니다.
‘정신이 쇄락(灑落)해졌다’는 것은 비온 뒤 맑은 바람과 밝은 달과 같이 마음이 맑고 깨끗하여 명쾌하고 걸림이 없는 경지에 들었다는 것이며, 새로운 기운은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러하여 천기가 청랑하고 별들이 교교했던 것입니다. 청랑(淸朗)은 맑고 맑은 상태이며 교교(皎皎)는 초롱초롱한 상태입니다.
이는 대각의 심경으로, 정신이 쇄락하여 전에 없던 새로운 기분인 대원정각(大圓正覺)이 솟아오른 것입니다. 그렇기에 하늘기운이 전에 보던 하늘기운이 아니라 맑게 드러나는 하늘이며, 별빛이 전에 보던 별빛이 아니라 두렷하게 빛나는 별이었던 것입니다. 이를 대종경 성리품 1장에서 ‘청풍월상시(淸風月上時)에 만상자연명(萬像自然明)이라.’고 그 심경을 술회하십니다.
“이에, 맑은 공기를 호흡하시며 뜰 앞을 두루 배회하시더니, 문득 이 생각 저 생각이 마음에 나타나, 그동안 지내 온 바가 모두 고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며, 고생을 면하기로 하면 어떻게 하여야 하겠다는 생각이며, 날이 밝으면 우선 머리도 빗고 손톱도 자르고 세수도 하리라는 생각이 일어났다. 날이 밝으매, 대종사, 먼저 청결하는 기구들을 찾으시는지라, 이를 본 가족들은 대종사의 의외 행동에 한 편 놀라고 한 편 기뻐하여 그 동작을 주시하였으니, 이것이 곧 대종사 출정(出定)의 초보이었다.”
이러한 출정의 과정이 바로 ‘대원정각의 발현’으로 노루목은 ‘장항대각상의 현장’입니다.
노루목 초가삼간(만고일월비)에서 묵연히 좌정하던 중 정신이 쇄락해진 사건과 뜰 앞(일원상 대각탑)을 거니시며 정신이 쇄락한 가운데 생각이 정연하게 전개되는 출정의 과정은 장항대각상의 파노라마입니다. 특히 생활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순서를 펼치신 것은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 특징입니다.
이어서 대원정각을 확인하는 기연을 만나게 됩니다.
“그 날 조반 후, 이웃에 사는 몇 몇 마을 사람이 동학의 동경대전(東經大全)을 가지고 서로 언론(言論)하는 중, 특히 「오유영부 기명선약 기형태극 우형궁궁(吾有靈符其名仙藥其形太極又形弓弓)」이란 귀절로 논란함을 들으시매, 문득 그 뜻이 해석되는지라, 대종사 내심에 대단히 신기하게 여기시었다. 얼마 후, 또한 유학자 두 사람이 지나다가 뜰 앞에 잠간 쉬어 가는 중, 주역(周易)의 「대인 여천지합기덕 여일월합기명 여사시합기서 여귀신합기길흉(大人與天地合其德與日月合其明與四時合其序與鬼神合其吉凶)」이라는 귀절을 가지고 서로 언론함을 들으시매, 그 뜻이 또한 환히 해석되시었다.”
병진년 음 3월 26일. 이날은 구수미 장날로, 인근의 마을 사람들이 장에 가는 중 노루목에서 다리쉼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노루목은 활동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이러한 활동적인 공간에서 첫째 사건으로 동경대전의 한 대목을 접하게 되며, 둘째 사건으로 주역의 한 대목을 접하게 됩니다. 이 사건은 대원정각을 확인하는 기연입니다.
첫 번째 인연에서 ‘吾有靈符其名仙藥其形太極又形弓弓’라는 ‘동경대전’ 「포덕문」 중의 한 구절에서 일원상을 확인하신 것입니다.
즉 입정돈망에서 출정하여 정신이 쇄락한 가운데 천기가 청랑하게 드러나는 경지를, 활 두 개를 합친 又形弓弓의 둥근 모습을 인연하여, 하나로 두렷한 자리를 확인하신 것입니다.
텅 비어 고요한 자리에서 두렷이 드러나는 만법은 한 체성이요 한 근원으로 한 두렷한 일원상 자리입니다.
그리고서 얼마 후 유학자 두 사람이 노루목을 지나다가 ‘주역’의 「건위천괘」 문언전 한 대목을 논의하게 되는 두 번째 사건을 만나게 됩니다.
노루목의 느티나무나 팽나무 아래 고인돌 등에 앉아서 다리쉼을 하였을 유학자 두 사람은 ‘대인은 천지와 더불어 그 덕에 합하고 일월과 더불어 그 밝음에 합하고 사시와 더불어 그 순서에 합하고 음양의 귀신에 더불어 그 길흉에 합한다.’는 구절을 가지고 서로 논쟁하는데, 이를 듣던 소태산 대종사는 그 뜻이 환히 밝아지는 사건에 직면하게 됩니다.
소태산 대종사는 정신이 쇄락한 경지에서 천지조화와 기운이 청랑하게 드러난 것입니다.
천지, 일월, 사시, 귀신이 정신이 쇄락한 경지에서 청랑하게 드러난 것입니다.
하나로 두렷한 일원상에서 천지 만물을 교교하게 드러내신 것입니다.
이 자리를 예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저 멀리 무등산이 보입니다.
무등산은 봄에는 봄꽃이 활짝 피어나고, 여름에는 녹음이 울창하고 가을에는 단풍이 물들고 겨울에는 흰 눈에 덮인 서석대 입석대의 웅장함이 절경입니다.
이러한 무등산은 어디에 있습니까? 분명 저 건너편에 펼쳐져 있지요.
그러나 만일 무등산이 마음 밖에 있다고만 한다면 온전히 드러난 것은 아닙니다.
무등산은 저 멀리 우뚝 솟아 있으면서 동시에 청정한 우리의 마음에 펼쳐져 있습니다.
무등산이 너무 막연하다면 우리 앞에 화분이 있다고 합시다. 화분에 꽃이 피었습니다.
그 꽃은 화분에 피어있지요. 그런데 화분에만 피어있나요. 우리 마음에도 피어있어야 합니다.
화분의 꽃을 마음 밖에만 있는 객관적 존재로만 본다면 온전히 드러난 것이 아닙니다.
화분의 꽃이 청정한 우리 마음의 드러남인 줄도 알아야 온전히 드러난 것입니다.
신령하게 알아차리는 텅 빈 마음에 꽃이 피어나고 무등산도 드러나는 것입니다.
소태산 대종사는 정신이 쇄락한 일원상의 자리에서 천지를 온전히 드러내신 것입니다.
大人은 국한이 없이 뚝 터진 깨어있는 경지입니다.
국한이 없이 툭 터져 ‘나다 천지다’ 할 분별이 없는 경지입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청정한 마음에서 천지를 환히 드러내어 與天地合其德하고,
일월과 하나 되어 그 밝음이 與日月合其明으로 드러나고,
춘하추동 사시와 하나 되어 그 순서가 與四時合其序로 드러나고
음양작용인 귀신과 하나 되어 그 길흉이 與鬼神合其吉凶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신령하게 깨어있는 텅 빈 일원상 자리에서 천지조화가 두렷이 드러나는 것을 확인하신 것입니다. 천지 순환이나 사계절의 변화가 일원상의 나툼이며,
천지를 비롯해 부모 동포 법률이 다 일원상의 나툼입니다.
사은은 하나로 두렷한 일원상의 나툼으로,
사은은 신령하게 아는 고요한 마음바탕에서 드러나는 천지만물입니다.
국한이 없는 자리가 일원상이며, 이 자리에서 드러나는 천지만물이 바로 사은입니다.
즉 천지를 비롯한 부모 동포 법률의 사은은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에 의해 밝혀진 자리입니다.
오늘은 사은의 출처를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원불교의 가장 핵심 경전인 정전을 강의합니다.
원불교를 신앙하고 수행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강의가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원불교 공식 홈페이지 http://www.wo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