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반의 원조 미쿡에서 왔어요~
청포대에는 바다를 전망할 수 있는 카라반 캠핑장이 두 곳 있다.
바다와 좀 더 가까운 청포 아일랜드 카라반은 휴업 중이고, 청포대 카라반 빌리지는 영업 중이다.
태안 청포대 해변은 충청권은 물론이고, 서울과 수도권, 전라도에서도 접근성이 매우 좋은 편이다. 주말 오전과 같은 상습 정체 시간만 피한다면 2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한다. 자그마한 청포대 해변 중앙에서 일군의 카라반 부대를 만난다. 오늘의 베이스캠프! '청포대 카라반 빌리지'다.
[왼쪽/오른쪽]청포대 카라반 빌리지 전경 / 카라반 내부에서 바라본 모습
청포대 카라반 빌리지는 앞으로는 드넓은 서해를 조망하고, 뒤로는 소나무 숲을 기대고 있다.
똑 부러지는 젊은 여사장이 운영하는 이 캠핑장에는 모두 8대의 카라반이 있다. 모두 카라반의 원조국인 '미쿡'에서 물 건너온 녀석들이다. 범퍼에 노란색 라커로 작게 새겨진 Maid in USA가 이를
보증한다. 자부심 가득한 저 조그만 페인트 글씨. 자기는 중국산 아니라 미제란다. 못살던 시절,
고급품의 대명사였던 Made in USA.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다 친구야!'
[왼쪽/오른쪽]넓은 실내를 자랑하는 청포대 카라반 빌리지 내부 모습 / 아이들을 위한 2층 침대
청포대 카라반 빌리지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크다'는 것이다. 총 8대의 미국백형들은 한눈에
봐도 덩치들이다. "다른 곳에서는 4~6인용으로 쓰는 건데 저희는 커플용으로 운영해요." 주인장의 설명이다. 똑똑똑! 안으로 한번 들어가 본다. '그래 봐야 카라반 아니겠어?' 섣부른 예단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더블베드 퀸 사이즈 침실은 물론, 주방과 거실, 화장실에 샤워 부스까지 아파트 한 채를 옮겨왔다. 8대의 카라반 인테리어도 나름 제각각이다. 한 방은 인디언 콘셉트의 방이다. 카라반은 체험 상품이기에 올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이곳의 차별화 전략이다.
전셋집 보러 온 것도 아니고, 카라반 감탄은 저녁으로 잠시 미루고, 눈앞에 보이는 바다로 나가보자! 커다란 인디언 인형이 지키고 있는 입구를 나오자마자 청포대 해수욕장의 하얀 백사장이 시작된다. 아담한 방풍림을 지나면 바로 청포대 해변이다.
최고의 바다 산책길
청포대 해변으로 가는 꽃길
청포대 해변 산책로
카라반 바로 앞에 바다가 있으니 1분도 안 되어 서해의 수온을 엄지발가락으로 잴 수 있지만, 그럼 재미없다. 메인 요리는 좀 있다 먹기로 하고, 애피타이저를 먼저 먹는다. 청포대 카라반 빌리지 입구를 나와 우측으로 한 300m 올라가면 역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멋진 펜션들이 줄지어 있다.
그 펜션 앞 백사장에는 누가 조성했는지 예쁜 꽃밭이 펼쳐져 있다. 정말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꽃길이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특히 군락을 이룬 노란 야생화가 발길을 잡아끈다.
한가로운 해변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청포대
청포대
유혹의 꽃길은 바다로 이어지고 서해와 나란한 해변 길은 청포대 방문자들에게 좋은 산책을 제공한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청포대 해변을 걷고 있으면, "태안에는 34개의 해변이 있는데 그중에서 청포대 해변이 가장 예쁘다"는 캠핑장 주인장의 말이 제 집 자랑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카라반 사업도 청포대의 매력에 푹 빠져서 하게 됐단다.
청포대 해수욕장은 아담하고 아직 한가하다. 성수기 전이어서 오토캠핑장에 빈자리가 넉넉하며,
바다 바로 앞에까지 차를 가져갈 수 있을 만큼 해변도 한갓지다. 백사장 한쪽에는 4륜 오토바이를 탄 아이들이 부릉부릉 신이 났다. 또한 밤이 되면 이곳은 소박한 불꽃놀이장으로 변한다.
해변에서 4륜 오토바이를 탈 수 있다.
백사장을 벗어나면 청포대의 다운타운이다. 자그마한 공터에는 푸드트럭 몇 대가 서 있고, 해변을 등지고 또 하나의 카라반 군락이 있다. 카라반을 작은 비어펌과 소무대로 변형시킨 'The Stream of Maison'이다. 하지만 숙박은 불가능하다.
카라반의 마술
물이 빠진 청포대의 갯벌
수확은 신통치 않지만, 아이들은 갯벌 체험에 푹 빠졌다.
서해의 자랑은 역시 드넓은 갯벌이다. 해변에 물이 빠지니 드넓은 갯벌이 드러난다. 관광지의 갯벌이기에 남도의 실한 갯벌과 다르지만, 아이들에게는 인기 만점이다. 작은 조개라도 잡게 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갯벌에 쪼그리고 앉아 바다와 하나가 된다.
서해의 또 다른 매력은 멋진 일몰이다. 날씨가 쾌청하면 홍시보다 붉은 노을이 바닷물을 적신다.
구름이 많으면, 드넓은 수평선 어디로 해가 떨어지는지 저물어가는 서해의 수평선을 계속해서 응시하게 된다.
카라반 캠핑장에 밤이 찾아왔다.
[왼쪽/오른쪽]캠핑장의 밤 / "자기야 다 됐어?" 캠핑의 꽃! 바비큐
해가 숨은 청포대 해변에 어둠이 깔린다. 은은한 조명을 받은 카라반과 그릴 앞에 선 아빠 혹은 남친이 캠핑장의 전형적인 미장센을 연출한다. 드디어 캠핑의 꽃, 바비큐 타임이다! 바비큐의 장점은 어떠한 식재료라도 지글지글 장작불을 받으면 최고의 음식으로 거듭나게 된다는 것. 단, 음식이 식기 전에, 불향이 달아나기 전에 빨리 먹어야 한다.
느긋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실내로 들어간다. 아이들은 벌써 카라반의 2층 침대에 올라가 있다.
거실의 소파를 펼치니 멋진 침대로 변신한다. 침낭, 랜턴을 주섬주섬 챙길 수고를 덜었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하나 꺼내 마시며 HDTV로 드라마도 한 편 본다. 모두 다 카라반이니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