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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명: 한국아동문학
2012년 가을호 29
독: 2012년 9월 30일
-<새들은 즐겁다>-문정옥
․ 애들이 있던 빈방 앞에 서 있다 보면 가슴속에서 바람 소리가 났어.
․애들처럼 즐거워하다 애들 돌아간 뒤 골난 사람처럼 풀 죽어 있는 거 싫거든,
“너보고 바보래.”
“그러라고 하지 뭐.”
“그래, 바로 맞췄어. 난 바보야. 넌 몰랐니?”
'저렇게 작은 병아리들이 제대로 크기나 할지.‘
나는 끙얼끙얼거렸어.
․ 새장을 손수 만들어 놓고
‘누가 지었는지 잘 지었다.’
바라보고 서서 만족해한다.
막내까지 다 떠나고 나니 며칠은 새도 안 보고 누워만 있는 거야.
“새들이 기다려요. 내가 주는 모이는 맛이 없나 봐요.”
할아버지를 아이처럼 얼렀지. 그러자 억지로 일어나 마당으로 나가는 거 있지.
할아버지를 기다렸다는 듯 공작 수컷이 아직 덜 자란 깃털을 펴 보이려 애쓰며 발발 떨고 있었지
“아직 멀었다. 이 녀석아!”
할아버지는 공작을 보며 말하다 이내 쓴웃음 지었어. 난 알지. 막내가 중학교 졸업할 무렵이었던가. 막내가 몰래 언니 옷을 입고 거울에 재 모습을 비춰 보느라 정신이 팔려 있지 뭐야
“그 옷 입을 땐 아직 멀었다. 이 녀석아. 허허.”
눈이 마주친 딸에게 한마디 하며 슬그머니 문을 닫아 주었지. 그러면서 픽하고 함께[ 웃던 일이 엊그제 같지 뭐야. 그런 딸이 시집을 갔으니 나도 이잰 빈 방문을 열어 보고 싶지도 않다니까. 새집을 등지고 앉아 덩치만 큰 집을 한동안 바라보곤 했어.
“이사라도 가야지. 원‘
갈걀, 꽥 객객객! 그럴 때 새들은 뒤에서 어김없이 떠들어 댔어. 그 소리가 한창 클 무렵 재재거리던 딸애들의 목소리와 큰 아들 녀석의 우당탕거리며 장난치던 소리들과 뒤엉키지
“너희들은 나랑 살자.”
할아버지 목소리가 떨렸어. 금새 커 버릴 이 새들도 언젠가는 이 울타리를 떠난다는 걸 알고 있으니. 천둥벌거숭이로 놀기에 바쁜 오리들은 널따란 물통 위로 올라가 풍덩 머리를 처박고 장난을 쳤어
“에구머니나 저러다 미끄러지지. 아이고, 그것 봐.”
내가 억지웃음 소리를 내며 푼수처럼 떠드는 소리에 할아버지는 결국 맥없이 웃어 버렸지.
“저 녀석들이 뭘 알겠어. 천방지축이지. 허허.”
․보나마나 가금 다니러 온 손자 녀석들이 동네 또래들에게 실컷 떠벌리며 자랑을 해 댄 덕에 한 아이가 우리 집 대문에 꼭 붙어서 새를 보겠다면 제 어미애게 생떼를 쓰고 있는 거야. 뻐기던 손자 녀석은 뻐기면서도 문은 안 열어 주었을 거고
“아무 때나 놀러 오거라.”
어느새 다 자란 공작이 암컷에게 잘 보이려고 긴 깃털을 하루에도 몇 번씩 멋스럽게 펼치곤 했어.
․헐아버지는 그 평상의 먼지를 털어 내고 그곳에 앉아도 보고 누워도 보며 내게 소풍을 오라고 하더라고, 도시락을 싸 오래. 애들처럼 거기서 먹자고.
덕분에 난 따뜻한 봄날 옛날 옛적으로 소풍을 다 갔지 뭐야. 집 지을 때 얘기도 해 가며 봄날을 즐겼어. 애들은 가끔 소풍 가듯 동네를 내려다보며 점심을 먹기도 했거든. 자기들끼리만 아는 아지트인지 뭔지 하면서 지금은 사방에 빌딩이 솟아서 남들이 우릴 내려다보겠지만. 할아버지가 쌀을 한 줌 주머니에 넣고 나가면 동네 새들이 다 몰려와 아침을 먹는 거야.
<날아간 긴 꼬리연>-한영미
병든 아빠가 말랐다고 동네 사람들이 걱정하자
누가 살이 쪘든 말랐든 무슨 상관이야?“
대문 쪽을 향해 화풀이를 했다.
“그만해. 옛날에도 말랐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는걸 뭐.”
아빠는 아무 상관 없는 듯이 두 팔을 벌려 날갯짓을 했다. 아빠의 헐렁해진 점퍼가 너울너울 춤을 췄다.
“아빠 혼자 멀리 멀리 가는 꿈 꿨어.”
“들통 났네. 선녀와 나무꾼 아이기 알지? 나무꾼이 숨긴 선녀 옷 알려주자 마자 선녀가 하늘로 날아갔잖아.”
“내가 괜히 꿈 뀠네.”
“꿈 때문에 들통 난 게 아니야. 아빠도 요즘 그런 꿈을 꾸거든.”
아빠는 한 발자국도 걷지 못하게 되었다. 엄마는 오빠에게 신신당부했다. 아빠 곁에 있으라고. 그러나 오빠는 자기 방에 있다가 불러야 겨우 나왔다.
“저기 갖다 놔.”
아빠는 윗목 종이 두루마리를 가리켰다.
“이 방에서 놀아.”
“은지는 마루에서 노는 게 좋대요.”
오빠가 말했다. 순간 깜짝 놀랐다. 내가 언제 그랬다고. 가슴이 오글오글했다. 아빠가 기분 나쁠가봐.
“그래도.”
아빠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꼭 그래야 해요?”
오빠는 계속 뻗댔다. 엄마가 들어왔다. 오빠를 끌고 나갔다.
“종이 쪼가리를 우리가 막 쓸까 봐 아까워서 감시하려고...... .”
“ 이 철없는 것아.”
엄마가 말을 잇지 못했다.
"아빠가 너희들이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런다는 것 모르겠어? 너희들 노는 모습을 가까이서 복 싶은 거라고. 아빠는 이젠 너희들 있는 곳으로 다가갈 수도 없잖아.“
엄마는 이렇게 말하고 손바닥으로 내 두 귀를 막았다.
“수술도 했고, 다 나으신 거라고 했잖아요?”
오빠는 화나서 견딜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너무 늦었대. 농사일 갈무리하고 간다는 것이 너무 늦었지 뭐야.”
“네? 난 몰랐어요. 정말 몰랐어요.”
오빠가 자꾸만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밥 먹을 때마다 아빠가 윽박질렀지? 너희라도 잘 먹었으면 해서. 너희가 아빠 몫까지 다 먹으라고. 맛있게 먹어 달라고 말이야.”
엄마는 나를 무릎에 앉히면서 말했다. 나는 엄마의 말을 듣고 밥을 잘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부르면 아빠도 배부르겠구나 하고.
그러나 이상했다. 오빠가 자꾸 울었다. 내 앞에서는 센 척 하더니. 엄마도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나도 눈물이 질금질금 흘러나왔다.
둘둘둘. 종이 두루마리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종이 두루마리는 마루를 지나고 부엌으로 건너왔다. 부엌 바닥을 구르다 안방 문턱까지 턱 걸렸다. 오빠가 종이 두루마리의 밑 부분에 손을 밀어 넣고 힘껏 들어 올렸다. 종이 두루마리는 턱 소리를 내며 안방 문턱을 넘었다.
“아빠”
오빠가 종이 두루마리를 세우며 말했다.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들 수 없어요. 그래서 굴렸어요.. 아빠는 이 무거은 걸 하루에 몇 개나 날랐어요?”
“한 쉰 개 정도.”
“쉰 개? 되게 힘들었지요?”
“아냐, 아빠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었어. 천하장사였거든.”
아빠가 팔뚝을 들어 보려 주려 했다. 하지만 팔뚝을 들 힘조차 없어 보였다. 게다가 팔뚝은 수수깡처럼 가늘었다. 아빠의 눈꺼풀 밑으로 눈물방울이 보였다. 눈물이 흘러 옴폭 패인 볼에 빠졌다. 아빠는 간지럽지도 않은지 눈 감은 채 그대로 있었다.
“아빠, 그런데 왜 눈 감고 있어요?”
나도 그게 이상했는데 마침 오빠가 물었다.
“그냥 이게 편해서.”
“괜찮아요. 아빠 은지 노는 것 보세요.”
뭐가 괜찮다는 건지 오빠가 그렇게 말하고 나랑 눈을 맞추었다.
“오빠가 뭐 만들어 줄까?”
오빠가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연은 저번에 만들었고...... .”
아빠가 퇴원해서 오던 날 만든 방패연은 그대로 벽에 걸려 있었다. 한 번도 그 연을 날려 보지 못했다. 그동안은 연을 날리거 갈 기분도 시간도 없었다.
“또 연 만들자. 긴 꼬리연.”
“연은 있잖아.”
“그건 내가 날릴게. 이번 것은 네가 날려.”
오빠는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종이를 자르기 시작했다.
“내가 몸을 만들게 넌 꼬리를 만들어.”
“정말 내가 해도 돼?”
오빠가 나랑 놀아 주는 것만도 좋은데 중요한 일까지 시켜주니 신 났다. 게다가 다정한 오빠를 보는 것이 정말로 오랜만이라 좋다.
“종이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길게 길게 만들어.”
구불구불한 꼬리가 방 가운데에 봉긋하게 쌓였다. 그래도 오빠는 종이를 자꾸만 풀어 주었다.아빠도 재미있는지 연 꼬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와 하늘까지 닿겠네.”
나는 파란 하늘로 날아갈 연을 상상하며 소리 질렀다. 그런데 느닷없이 날아가는 연 위에 아빠 모습이 비쳤다. 아, 나는 바보인가 보다. 자꾸만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아빠, 아무도 모르게 우리끼리 비밀로 하면 안 돼?”
아빠는 눈꺼풀만 끔쩍끔쩍 들썩였다. 나오려는 눈물방울을 가두려는 듯 . 그래도 어쩔 수 없었는지 눈가에 물기가 번졌다. 나는 아빠가 만지작거리는 연 꼬리를 슬그머니 빼냈다. 연 꼬리의 반을 툭 잘라 버렸다. 아빠 배만큼 봉긋한 한 무더기 꼬리가 연에서 떨어졌다.
‘왜 잘랐어?’
아빠 눈이 그렇게 물었다.
“꼬리가 너무 무거워. 그러면 날기 힘들 것 같아.”
그렇게 말하고 보니 눈이 아팠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나오려는 것 같다.
“사랑해. 우리 딸, 다음엔 우리 들통 내지 말고 오래도록 비밀로 하자.”
아빠 입에서 바람처럼 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 마트에가 가끔 보는 1 + 1 행사
간장 한 병 값에 테이프로 꽁꽁 묶어 한 병 더 주지요.
아하 이제 알겠어. 엄마 입장료만 받고 동생은 그냥 업혀 들어가게 하는 우리 동네 목욕탕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엄마와 동생을 묶어 1+ 1 행사하네요.
․ 차와 찻잔
백해경
추운 날 아침
따뜻한 차를
찻잔에 따랐어요
찻잔은
차가 식을까봐
살포시 품어 주었어요
차는 찻잔이 추울까 봐
따스한 기운을 주었어요
차를 마시면
두 마음이
손 끝에 전해져
따뜻한가 봐요.
․텃밭에 사는 푸른 그것들 걱정에 하룻밤이 길다고 엄마의 엄마는 총총 길을 나섭니다.
느이는 무엇이든 잘 하잖어. 먹고 싶으면 먹고 그만 먹고 싶으면 그만 먹고
그것덜은 내가 읎으면 안 돼
물 한 모금 지 맘대로 못 먹고
나만 바라보고 사는 것들인디
․왜
-이정연-
“왜?”
“왜 그럴까?”
“왜 그렇게 생각해?”
선생님이 던진
물음표 낚싯바늘에 걸려
입도 벙긋 못 하는데
점점
숨도 못 쉬겠는데
딩동댕동- 딩동댕동-
쉬는 시간
종소리가
낚싯줄을 끊고 도망갔다.
휴-
겨우 살았네!
․ 우리 할머니가 변했어요(혼자 탐정놀이)-이루다
글씨 모르는 할머니가 글씨 모른다는 사실을 숨겨 혼자 키우는 손자가 가정통신문 갖다 주며 학교 오라는 소리를 않하자 몰라 학교를 안 간다. 손자는 그것을 몰라 화를 내는데 하루 하루 옷을 차려 입고 집을 나서는 할머니를 학교 쉬는 날 몰래 따라간다. 그러다
“그,래, 잠깐 화장실 좀. 얼른 누고 와야지.”
주민 센처 정문을 지나쳐 화장실로 갔다. 빨리 누려고 힘주어 오줌을 누면서도 민주는 어떤 할아버질까 생각했다.
‘분명 얼굴만 잘 생기고 마음씨는 나쁜 거야. 그러니 나만 생각하는 할머니를 꼬셔 냈겠지.“
서둘러 바지를 올리고 나왔다. 그런데 할머니가 보이질 않는다.
‘어디 갔지? 분명히 길이 하난데. 할머니가 날아가지 않는 이상 저만치 앞에 보여야 하는데...... .’
주민 센터가 있는 길은 골목길 하나 없는 외길이다. 앞으로 곧장 걸어가면 버스 정류장이 나온사. 채 3분도 안 되었는데 할머니 걸음으로 거기까지는 못 갔을 테고
‘혹시 내가 쫒아오는 걸 알고 택시를 타고 갔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속상해서 눈물이 다 나왔다.
“할머니 미워. 만난 내 새끼 왔어?”
하며 엉덩이도 두드리고 뽀뽀도 잘 하더니 나보다 그 할아버지가 더 좋은 거야. 너무해.‘
민주는 되는 대로 아무 말이나 막 해대며 이리저리 할머니를 찾아다니다 제 풀에 지쳐 버렸다. 할머니를 미행할 생각에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더니 배도 고팠다. 혼자 탐정놀이 하느라 애가 타서 그런지 목도 말랐다. 할 수 없이 주민 센터로 들어가서 물 한 컵 마셨다. 그래도 속이 시원하지 않아 또 한 잔을 따라 마시고 있는데 사람들 말소리가 들렸다.
“이 요구르트 좀 드세요. 저희반 어르신이 공부할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사오셨어요.”
“아, 손녀하고 사신다는 그 할머니요?”
‘요구르트? 손녀?’
나는 슬그머니 2층으로 연결된 계단을 따라 올라가보았다.
2층은 교실이 여러 개 있었다. 커다란 유리창 안으로 공부하는 모습이 다 보였다. 첫째 교실은 젊은 여 선생님이 한자를 가르치고 있었다. 아줌마들이 선생님을 따라 쓰고 있었다. 둘 째 교실은 요가반이가보다. 다들 엎드려서 있는 게 꼭 학교에서 벌 받고 엎드려뻗쳐 하는 것 같아 우스웠다. 세 번 째 교실로 가보았다. 그 곳에 있다. 할머니가. 돋보기 안경을 쓰고 열심히 글을 읽고 있다. 앞에서 선생님이 손으로 짚어가며 읽으면 할머니들이 따라 읽고 있다. 할머니는 그 어떤 때보마 엄숙했다.
민주는 돌아와 할머니 공책을 펴보았다. 거기에는 삐뚤삐둘 글씨로
“김민주 김민주”손주 이름과 “김태섭 김태섭” 아들 이름과
“이선영 이선영” 엄마이름과
“박필순 박필순” 할머니 이름이 쓰여 있었다.
민주는 일부러 저녁 때마다 동화책을 읽어 주었다.
“할머니는 돋보기 안 쓰면 잘 안 보이잖아. 나도 책 읽는 연습 할 겸, 자 읽어줄게. 들어봐. 엤날에 홍길동이...... .”
할머니는 민주가 읽을 때 열심히 들었다. 아침이면 민주가 놓고 간 책을 펼쳐 들고 혼자 또박또박 읽는 연습을 했다. 그간 민주가 읽어준 책은 할머니의 또 다른 교과서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래서 학교 백일장에서 할머니가 쓴 글을 읽어주며 이 글을 쓴 어르신은 앞으로 나오세요라는 말을 듣는다.
“셀 수 없이 써 보며 ㄱ, ㄴ, ㄷ
솥뚜껑 닦아 내며 O, ㅎ
젓가락 세며 1,2,3,4 숫자도 알았답니다.
김민주 금쪽 같은 내 새끼 이름이고요
김태섭 보고 싶은 아들 이름입니다.
이선영 꼭 돌아오리라 믿는 며늘이 이름이고요
박필순 칠십 넘어 처음 써보는
내 엄니 주신 내 이름 석 자네요.“
․“고모가 울면 신부화장 다 지워지잖아. 고모는 아직도 그렇게 철이 없어. 어서 뚝.”
난 화장지로 고모 눈가를 살살 눌렀다. 그리고 고모만큼 나도 행복했다.
․<누렁아 누렁아> 박숙희
터질듯 터질 듯하던 전쟁이 마침내 터지고 말았다.
추운 날을 틈타 적이 동장군을 앞세우고 기습 공격을 한 것이다. 전국에 전투 명령이 내려졌다. 공무원들은 전투복을 입고 각자 맡은 전투 지역으로 배치되어 밤을 꼬박 새우며 적의 공격을 막아 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국민 여러분! 이 전쟁은 시간을 다투는 전쟁입니다.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조기에 전쟁을 끝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은 전 국민에게 보내는 담화문을 발표하고 국회의원들도 전추 지역을 찾아다니며 일선 장병들을 위로하고 열심히 싸워 줄 것을 당부했다. 신문이나 방송국에서는 이 전쟁을 막나 내지 못하면 금방이라도 나라가 쑥대밭이 될 것처럼 떠들었다. 삽시간에 전국이 양은냄비처럼 들끓기 시작했다.
오가리 마을 회관의 확성기에도 아침부터 이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아. 동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우리나라에도 무서운 구제역이 쳐들어왔다고 합니다. 이 전쟁은 국민이 힘을 합쳐서 물리쳐야 하는 전쟁이오니 동민 여러분의 협조가 꼭 필요합니다. 친척이나 외부 손님들이 마을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주님 여러분도 함부로 마을 밖으로 나가 전염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