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순진한 면모 봤다” JP 놀라게 한 ‘삼겹살 파티’ (101)
김종필 증언록: 소이부답
관심
나는 국가 지도자가 갖춰야 할 최고의 가치는 요지부동의 국가관과 위기관리의 결단력이라고 본다. 지도자의 중요한 자질 중엔 인간미도 있다. 인간미는 정치인의 매력적인 품성이다.
2002년 대선 무대에 전격 등장해 대통령이 된 노무현씨의 성정엔 사람을 끌어당기는 요소가 있었다. 내가 그를 처음 주목한 건 1989년 12월 31일 전두환씨의 국회 청문회 증언 때였다.
그때 나는 신민주공화당 총재로서 노태우 대통령, 김대중(DJ) 평화민주당 총재, 김영삼(YS) 통일민주당 총재와 이른바 1노3김 회담을 통해 5공 청산을 매듭짓기로 합의했다.
그 마지막 절차가 전씨를 증언대에 세우는 것이었는데 “광주사태의 발포는 현지 지휘관의 자위권 행사”라는 전씨의 책임회피성 답변에 노무현 초선 의원이 흥분해 명패를 내던지는 돌출 장면을 보고 ‘아, 노무현이란 사람이 참 다혈질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2003년 4월 17일 충북 청주시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오른쪽)과 김종필(JP) 자민련 총재가 골프장에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JP가 이날 “ 구정치인에게도 기술은 있다”고 농담하자 노 대통령은 “오늘 한 수 배우겠다”고 호응했다.
만찬까지 이어진 청남대 회동엔 여야 대표가 초청됐으며 JP는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 당 대표권한대행 사이에 조정·중재 역할을 했다. 중앙포토
노무현의 그 뒤 정치 행로는 YS의 3당 합당과 DJ의 정계복귀를 반대했고, 나를 싸잡아 3김정치·지역주의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다 해서 내가 그를 불편하게 느꼈다거나 전적인 거부감을 가졌던 건 아니다.
오히려 그의 파격과 열정, 대중을 끄는 화법(話法)을 나는 흥미롭게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