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카스 빌리지. 핀란드의 유명한 예술가 마을이다. 이곳은 17세기부터 구리와 철을 제련하던 곳이었으며 한때는 가위로 유명한 공장지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수공예 작업을 하는 다양한 분야의 장인과 디자이너들이 모여 있는 예술가 마을이 됐다.
헤이리 사람들이 쓴
해외 예술마을 탐방기
카멜·유후인·798예술구…
자기 정체성 확보 중요
구성원 인식 변화 필수적이곳에 가면 과거 철공소로 사용했던 19세기 건축물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데, 지금은 전시회를 여는 갤러리나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푸른 나무와 숲, 그리고 고풍스러운 건물들에 둘러싸인 마을 피스카스 빌리지. 예술가들이 모여 산다는 점에서 흡사 우리나라 '헤이리 마을'이 연상된다.
<세계 예술마을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국내 최대 규모 예술마을인 헤이리 마을(경기도 파주) 예술가들이 세계 각국의 예술마을을 둘러보고 쓴 탐방기이자 여행서이다.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에 위치한 11개의 예술마을이 그 대상. 전체적으로 다루는 마을이나 건축 프로젝트까지 포함한다면 수십 곳을 헤아린다.
책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예술마을은 여러 얼굴을 하고 있다. 생폴드방스, 브레더보르트 같은 경우는 성곽마을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배경으로 문화의 옷이 입혀졌다. 카멜, 가루이자와, 유후인은 휴양도시의 강점을 무기로 예술가들의 발길을 끌어들였다. 피스카스와 798예술구는 빈 공장 터에 예술가들이 모여든 경우다.
책 속 답사 여행은 두 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얼개가 짜였다. 하나는 도시와 건축이다. 문화예술인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마을을 만드는 만큼 이를 하나의 도시 개념으로 이해하고 선진적인 건축 트렌드와 철학을 담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적인 건축 프로젝트를 섭렵했다.
일본 구마모토 현의 아트폴리스를 보자. 구마모토 아트폴리스는 건축을 통해 도시를 바꾸자는 프로젝트이다. 그 목적으로 구마모토 현 전체에 좋은 디자인의 건축물을 지어나가고 있다. 대상은 주택, 교육이나 스포츠 시설, 박물관, 미술관, 관공서, 공원 등이다. 시민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삶의 질을 높여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이 프로젝트는 1988년 시작돼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독특한 예술마을이다. 가능한 한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예술마을로서의 독자적인 자기 색깔을 지닌 마을을 찾았다. 책은 하나의 마을이 자기 정체성을 가지면서 자족적인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마을 구성원의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아가 공동체적 성격에서부터 문화 이벤트 같은 경제적 활성화를 위한 노력, 심지어는 개성 있는 음식문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이 유기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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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798예술구의 한 풍경. |
책의 내용은 결코 눈요깃거리나 말의 성찬에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피와 살이 되어 헤이리 마을 만들기에 오롯이 스며들었다"고 밝혔다. 저자는 특히 "중국 베이징의 798예술구나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주변처럼 도시 속의 특별한 공간, 그리고 대지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는 홈브로흐 같은 곳이 여기에 포함된 것은 통상적인 개념의 마을 규정을 넘어서 현대 도시와 예술의 트렌드를 담아내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마을이나 도시는 유기체와 같다.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살아온 흔적이 켜켜이 쌓여 역동적인 이야기가 되고 문화로서 빛을 발한다.
현재 국내 곳곳에선 예술마을, 문화마을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다. 저자는 "백 년을 가는 마을을 만드는 데, 이 책이 한 올의 실타래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상 지음/가갸날/310쪽/1만 5800원.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