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살던 아파트 한 통로에 사는 사람들이 아파트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보고자 모임을 만든 게 있습니다.
시골 마을의 이웃처럼 가깝게, 살갑게 지내보고자 거의 일 년 여의 오랜 시간이 걸려 만든 모임입니다.
한 통로 32세대가 모여 모임을 갖고 그것이 다른 동으로 확산되어 많은 이웃들끼리 사랑방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사랑방 모임이 거의 다 해체 되고 유일하게 삼십여 년 이어져 온 사랑방 모임이 어제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 함께한 세월대로 켜켜이 정들이 쌓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많은 소소한 얘기들이 나누어집니다.
어떤 이는 손주 본 이야기, 늦둥이로 둔 아들이 취업을 해서 다음 달에 상여금을 받는다고 자랑하는 이야기, 팔십이 가까워지는 이는 이제 일을 연말까지만 하고 쉬어야겠다는 이야기,... 이야기들이 꼬리를 이어갑니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자주 이용하는 은행의 ATM기에 지갑에 여유 있었던 돈을 입금을 하려 합니다.
카드를 넣고 ATM기의 안내 순서에 맞춰 입금을 합니다. 입금은 되지 않고 중간에 현금입출금 모듈 장애로 나타납니다.
현금투입구가 잠기고 카드만 뺄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당혹스러운 일입니다.
ATM 기기 앞쪽에 안내되어 있는 전화로 장애 신고를 합니다.
요원이 출동하기까지는 15분 ~20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늦은 시간이고 작은 공간에 홀로 남아있습니다. 온다는 15분 ~20분이 결코 긴 시간은 아닌데 조급한 마음은 자꾸 불안하기만 합니다.
긴급출동에 거듭 전화를 하는 사이 요원이 도착했습니다.
고객의 인적사항을 장애대응 보고서에 기록을 하고 카드번호와 입금하려던 현금액수 등을 기록합니다.
내일 오후 네시가 지나면 은행에서 고객에게 입금결과를 전화통보해 준다는 말을 하고 가려고 합니다.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요원 신분증을 사진으로 남기겠다고 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본부에 전화를 해서 출동한 직원이 맞는지 다시 확인을 해 봅니다.
이런 과정은 불안했던 나로서는 당연한 확인절차라고 생각을 했는데 출동한 요원은 매우 불쾌했던 모양입니다.
제가 사기꾼으로 보입니까? 항의를 합니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 보니 나는 내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역지사지로 서로를 살피지 못한 점을 사과하고 오해 없이 헤어졌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이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현장에서 기기를 살펴보고, 장애를 해결하고, 입금처리를 해 주었으면 마음이 후련했건만 내일 오후에나 해결된 결과를 통보해 준다니 마무리가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으니 불안한 것이지요.
늦은 시각에 그냥 집에 올 일이지 뭣하러 은행을 간다고 해서 졸지에 이런 곤욕을 치르나 자책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에이...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