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필요하면서도 가장 가기를 꺼려하는 곳이 병원이며, 가장 존경하는 인물들이면서도 한편으론 가장 만나기 꺼려하는 인물들이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가장 감사하면서도 자칫하면 가장 싫어지는 사람들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또한 의사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이나 실수나 부주의로 인한 의술로 인하여 목숨을 잃게 되거나 몸을 망가뜨리는 의료 사고가 있을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세계적으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의료 수준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의료계에 종사하는 의료진들께 경의를 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내년부터 2천명을 증원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의료계가 한목소리로 반발하고 나선데는 실망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언론에 오늘 보도된 바와같이 여론 조사에서는 증원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76%에 이른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에서 가장 우세한 이유는 증원을 하게되면 의료수준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으며 그 비율이 16%였습니다.
지역 의원을 찾아갈 경우에도 대다수가 해당 의원에 대한 평가를 미리 알아봅니다. 의사의 의료 능력 수준, 그리고 친절 여부 등등이지요. 증원해서 의사수가 많아진다고 해도 의료 수준이 미달되는 의사는 소문이 나기 마련이고 그러면 도태될 수 밖에 없는 형편이 됩니다. 그러므로 의사 스스로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설 자리를 잃게 되므로 증원해서 의료 수준이 떨어질 것을 미리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스스로 걸러지게 될 것이니까요.
그리고 부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의대 편중과 사교육 조장이라고 하여 11%를 차지했습니다. 그럼 왜 그렇게 지금까지 의대를 가려고 애를 쓰고 있었나요? 사교육에 열심으로 투자해서 의대 진학하려고 했는지 궁금합니다. 궁색한 이유가 아닐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공의, 그러니까 레지던트들이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안타깝게 여겨집니다. 그야말로 수련의들로서 수련 기간 중에 전문의가 되기 위한 의술과 인성, 그리고 덕성을 아울러 충분히 수련해야 할 것인데 어찌 보면 후배들이 더욱 많아지는 좋은 의미의 의과대학 입학 증원인데도 그리 거세게 반발하고 항의하는 것은 수련의 그 본연의 의의에도 걸맞지 않다고 생각이 됩니다.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요. 사회 어느 분야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번 아시안컵 축구의 한국 대표팀에서의 선수간 불화도 그 한 예가 아니겠습니까? 개인의 기량 이전에 품격을 갖춘 인품이 먼저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일부 선수들이 문제였지 않습니까? 이번 사태를 보고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축구의 국가대표팀이 없어도 좋으니 인성이 되지 못한 선수들로 구성이 된다면 차라리 아예 대표팀을 없애버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그럴 정도로 울분이 일어나기도 했지요.
기독교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사를 비롯하여 교회의 직분자들, 그리고 교인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신앙 이전에 신앙 인격이 먼저입니다. 영성이라고 하는 것은 참된 신앙 인격이 먼저인 것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수련의처럼 신앙 수련을 잘 해야 합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줄 앎이로다"(로마서5:3,4).
이 말씀에서 특히 연단이라는 말은 영어로는 덕성, 품성, 인격을 뜻하는 '캐릭터르'(character)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헬라어로는 도키메라는 말인데, 그 뜻은 (시련, 재판, 시험, 찬성, 허가 등)의 과정이나 결과'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에게나 사회에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훈련의 과정이 있어야 하고 그래야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그런 의미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독교 신앙, 즉 주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먼저이고 다음에 예수님과 그 성품이 같아지려고 하는 자기 훈련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그런 뜻입니다. 환난 중에도 인내하고 참아야 하며 그래야 그리스도인, 즉 그리스도인 다운 인격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비로소 성화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지요.
수련의 과정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많은 지식과 의료 기술을 습득해야 하고 그런 실습 과정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회에 힘들지 않은 사람들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노동자, 자영업자, 기업인 등등 다 힘들게 일하고 있지요. 일반 노동자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 힘들게 일한다고 본다면 의사라는 직업은 그래도 대의(大意)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대의라는 말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키고 행하여야 할 큰 도리'라고 사전은 설명을 합니다. 단순히 일반 노동자처럼 돈 벌어서 의식주 해결하며 하고 싶은 재미를 누리고 살기 위함이라면 의사라는 직업이 실망스러울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생명을 살리고 병을 고치는 그 막중하고 위대한 일이 의사라는 전문직종의 대의가 되어야 하지요. 의학 윤리를 담은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문서인 히포클라테스의 선서에도 그런 의사의 대의가 표명되어 있지 않습니까? 의학의 아버지라 일컫는 히포크라테스는 그 선서에서 이렇게 말했지요. 극히 그 일부분입니다.
'-오로지 환자를 돕는 일에만 힘쓸 따름이고-'
'나는 내 일생 동안 나의 의술을 베풀면서 모든 사람들로부터 항상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기독교 신앙 생활에도 시험이 따릅니다. 하나님께서 믿음을 테스트(test)하시기 위한 시험도 있지만, 마귀가 하는 시험, 즉 '템테이선'((temptation)도 있습니다. 욕심을 따르려고 하는 유혹이지요. 소유하고 지배하고 해치려고 하는 등의 유혹, 사탄은 그렇게 그리스도인을 유혹합니다. 일반인들도 욕심에 이끌리고 정욕에 노예가 되기도하지요.
"오직 각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야고보서1:14).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하나님과 일체를 이루시는 하나님의 본체이십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제2위에 해당하시는 하나님이시지요. 성부 성자 성령이시니까요. 그런데도 성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버리고 비천한 인간의 몸을 입고 이 세상에 오셨지요. 그 몸으로 인류의 죄값을 청산하시기 위해서입니다. 십자가에 못박혀 고난 받으시고 피흘려 죽으셨습니다. 죄값은 사망이기 때문이지요.
그 피흘리심으로 인간의 죄를 씻어주셨습니다. 이것이 속죄의 은혜, 바로 대속의 은혜입니다. 인류를 위해서 자기 몸을 희생 제물로 드리셨습니다. 하나님과는 죄인인 인간을 위해서 화목 제물이 되셨습니다.
의사는 어찌 보면 세상의 목자와도 같을 것입니다. 양떼를 지켜주는 목자. 병들거나 이리에게 물려서 상처를 입었을 때 생명을 살려주고 고쳐주는 그런 목자 말입니다. 자기 희생이 따르지요. 자신 보다 양이 먼저인 목자, 그것이 의사의 마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 마음은 곧 인류의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입니다.
의사 여러분, 또한 수련에 힘들고 열심이신 전공의 여러분, 힘 내십시오. 국민은 여러분을 존경하고 신뢰합니다. 부디 작은 일에 신경 빼앗기지 마시고 의사의 대의를 바라보시고 오늘도 여러분을 의뢰하는 국민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힌민국의 마음과 육신의 아픔을 모두 낫게 해주시고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국가를 위해 헌신해 주십시오. 여러분이 국민을 사랑하시고 국민은 여러분을 존경하고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요한일서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