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화면의 그림/정동윤
우연히 보이는 자연 현상에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당일치기 옥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만난
지는 저녁 해와
뜨는 저녁 달을
한 화면으로 보았습니다
정지용 문학관에서
한국 현대시 흐름에서
한 축을 담당했던 잡지
'문장'지 26 권을
한 화면으로 보면서
'문장'지 창간호에 실린
청록파 시인들의 글을
직접 펼쳐 보고 싶기도 하였고
폐간호에 담긴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라는 시도
궁금하였습니다
우리나라 현대 시단의 흐름이
백조파의 '폐허'
신경향파의 '개벽'
시문학파의 '시문학'
주지파의 '삼사문학'
생명파의 '시인부락'
청록파의 '문장'으로 이어지기에
정지용 문학관의 관계자 도움으로
창간호는 펼쳐볼 수 없었으나
폐간호에 담긴 백석의 글이
165,166,167쪽에 실려 있음을
페이지 넘기며 확인하고
휴대폰 화면에 담았습니다
빛바랜 옛 잡지를 뒤져보며
보관 상태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이 상태로는 언젠가
손만 대면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릴 것 같은
창백한 모습이었습니다
백석의 흰 바람벽에 흐르는 화면과
그 글을 읽고
6 개월을 끙끙 앓다가
펼친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의 화면을
메타세쿼이아 숲에서
한꺼번에 펼쳐보았습니다
한 화면으로 보이는 '해와 달'
한 벽면으로 전시된
창간호에서 폐간호까지의 '문장'지
백석과 윤동주가 간직한 화면을
동시에 펼쳐보는 '시 낭송'
그리고
양재동 어느 주막에서 잔 기울이는
한 탁자에 잡히는 '화가와 시인'의 그림은
가을 소풍이 주는 행복이었습니다
첫댓글 참 귀한 자료.감명 깊게 보고 갑니다.
음유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