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46] 원조들이 보여준 네 가지 간신 유형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4.08.07. 23:54업데이트 2024.08.08. 00:23
사마천 ‘사기’ 본기 서두를 보면 요임금이 순에게 제왕 자리를 물려주려 할 때 세상을 어지럽히던 사흉(四凶) 이야기가 나온다. 아득한 고대 이야기라지만 잘 음미해 보면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는 간사함의 대표적 유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 첫째가 혼돈(混沌)이라는 신하다. 그 특징은 이렇다. 마땅한 일 혹은 의로운 일은 덮거나 가리고, 몰래 남을 해치는 짓을 하고 흉악한 일을 좋아하는 자이다.
둘째로 궁기(窮奇)는 신의 있는 행동을 헐뜯고 비난했으며 그 충직한 자들을 미워하고 그릇된 말을 잘해 잘 꾸며댔다. 그래서 궁기는 행동이 끝에 가서는 반드시 궁색함에 이르고 남들에게 아첨해 기이한 짓을 하기를 좋아했다.
다음으로는 가르쳐 일깨울 수가 없고 좋은 말을 해줘도 알아듣지를 못하는 도올(檮杌)이다. ‘신이경(神異經)’에서 말했다. “서방 황무지에 한 짐승이 있는데 그 모양은 호랑이처럼 생겼으며 대단히 크고 털의 길이는 2척이며 사람 얼굴과 호랑이 다리를 하고 멧돼지의 입처럼 어금니가 있고 꼬리 길이는 1장 8척이었는데 황무지 안을 어지럽히고 다녔다. 이를 이름해 도올(檮杌)이라고 한다. 일명 오흔(傲很·오만하고 싸움질을 좋아함)이라 하고 일명 난훈(難訓·일깨워 주기 어려움)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먹고 마시는 데 탐욕을 부리며 재물을 밝혀 천하는 그를 도철(饕餮)이라고 불렀다. 순이 제왕 수업을 받으면서 세운 큰 업적 중 하나가 바로 요임금도 제거하지 못한 이 사흉을 먼 곳으로 내쫓은 일이다.
요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 후 몇 달간 보여준 ‘폭주 운전’을 보고 있노라니 지구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멸종 공룡들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속을 들여다보니 이런 사흉을 골고루 갖추고 있음을 본다. 날도 더운데 폭주하는 의원들 유형 분류 놀이라도 하면서 더위를 넘겨야 하나? 씁쓸함으로 보낸 2024년 한여름이다.
이문열, 메시아를 거부할 사람들 : 2000년 전 예수가 하늘의 용서와 화해만을 강조할 뿐 로마에 핍박받는 유대인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외면해 유대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핍박받았던 것처럼, 지금 예수가 한국 땅에 다시 온다한들 통일문제라는 현실에 눈감는다면 2000년 예수처럼 처벌하겠다는 사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글의 요지였다. 정히 그리해야하겠다면 사제복을 벗으라고 했다.
“통일 갖고 노는 거 아니냐” 임수경·문규현 방북 화났다
2024-07-07
사회연예
이문열, 시대를 쓰다
15. 나는 어떻게 보수 문인으로 단련됐나
1989년 문화계의 화제 인물은 나와 마광수(2017년 별세) 교수였다. 당시 신문기사들을 뒤적이면 그해 상반기 양대 서점인 교보문고와 종로서적 집계 결과 베스트셀러 1위는 내 연애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2위는 마 교수의 산문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고 나온다.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마 교수의 산문집은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였다. 성(性) 개방과 쾌락 문제를 건드려 찬반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일부 여성 단체에서는 진보적이라며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도 했다. 마 교수가 몸담았던 연세대 국문과에서는 “성에 관한 글·강의·강연 활동을 자제하라”며 전공 강의를 배정하지 않는 징계를 결의했지만, 그해 연말 마 교수는 화제성 논란에 힘입어 MBC TV 교양물 ‘밤의 예술기행’ 고정 MC를 맡았다.
카르멘식의 ‘팜므파탈’(치명적인 여자)을 소재로 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그야말로 가볍게 시작한 소설이었다. 일요뉴스에 연재했던 작품인데, 원고 받으러 온 기자를 기다리게 하고 그 자리에서 원고지 30장을 써 준 적도 있을 정도로 급하게 썼다. 그런데도 소설이 잘 팔렸고 이듬해 손창민·강수연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통일 문제 성급히 접근하려면 사제복 벗어라”
89년 내가 화제가 됐던 이유는 또 있다. 그해 7월 가톨릭 문규현 신부와 대학생 임수경씨의 불법 방북(訪北)을 비판한 내 신문 기고와 방송 발언이 뜻밖의 논란을 불렀다.
나는 문 신부 등이 통일을 너무 가지고 논다고 느꼈다. 수십 년간 분단됐던 민족이, 그것도 3년간 전쟁을 치른 민족이 다시 합치는 일인데 너무 기분만으로 덤벼든달까. 8월 4일 방송된 MBC TV ‘박경재의 시사토론’에 출연해 섣부른 통일 문제 접근을 비판했고, 그에 앞서 7월 28일자 조선일보에 ‘메시아를 거부할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2000년 전 예수가 하늘나라의 용서와 화해만 강조할 뿐 정작 로마에 핍박받는 유대인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외면해 유대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십자가에 매달렸던 것처럼, 지금 예수가 한국 땅에 다시 온들 통일 문제라는 현실에 또다시 눈감을 경우 2000년 전처럼 처벌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올 텐데, 그 안에 일부 사제들이 끼어 있을 것이라는 게 글의 요지였다. 그러면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성경 구절로 글을 맺었다. 정히 그리해야겠다면 사제복을 벗으라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