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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종 때, 사신으로 중국에 가던 조광원(曺光遠)이란 사람이 평안도 어느 마을에서 묵게 되었다. 조광원이 객사를 찾자 마을의 관리가 나서서 말리기 시작했다. 이유를 물으니, 객사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원귀가 나타나 객사에서 묵은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것이었다. 조광원은 왕의 명을 받은 사신은 객사에 묵는 것이 당연하다며 객사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다.
밤이 되자, 조광원이 머물던 방의 천장에서 귀신이 등장했다. 귀신은 들보 위에서 온 몸이 분리되어 팔, 다리, 머리, 가슴, 배 순으로 떨어져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뒤, 각 부위들이 스스로 움직이더니 하나로 연결되어 한 명의 여인의 모습을 이루었다. 조광원이 크게 소리를 지르자, 여인은 움직임을 멈추고 흐느껴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조광원이 여인을 보고 사람을 죽인 이유를 묻자, 자신은 죽일 생각이 없었는데 관리들이 먼저 놀라 죽었고 자신은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여인은 원래 마을의 기생이었는데, 어느날 관노 아무개에게 겁탈당하게 되자 거칠게 반항하였고, 아무개는 화가 나 큰 바위아래 여인을 깔아뭉게니 온 몸이 분리되어 죽었다고 말했다. 조광원이 여인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하자 여인은 곧바로 사라졌다.
다음날, 장의사와 송장을 치우러 온 사람들이 객사에 도착하였는데 조광원이 살아있음을 보자 모두 깜짝 놀랐다. 조광원은 즉시 관노 아무개를 잡아 문초하게 하였고, 아무개는 범행 일체를 자백하여 태형을 당해 처형당했다. 큰 바위 밑에 있던 여인의 시신도 수습하여 장례를 지어주니 다시는 객사에서 귀신이 나타나지 않았다. 조광원은 사신 임무를 완수하고 높은 벼슬에 올라 평안히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