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럭셔리 브랜드 캐딜락이 시대의 정점에 선 플래그십 모델 CT6을 국내에 공개했다. 캐딜락을 넘어 시대의 기함이 갖춰야 할 모든 요소를 완벽히 품은 CT6. 그 민낯을 꼼꼼히 살펴본다.
대형 럭셔리 세단 캐딜락 CT6
플래그십이라고도 하는 ‘기함’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지휘관의 지위를 상징하는 기를 게양한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함대의 선두에 나서서 진두지휘하는 게 일반적이며, 그만큼 위험 요소도 많다. 기함은 브랜드의 정점에 선 모델을 의미한다. 브랜드의 상징 모델이면서 동시에 라인업을 이끄는 수장이다. 그래서 가장 화려하고 고급스러우며 덩치도 가장 크다. 또 구현 가능한 최신 기술과 차에 대한 열정을 모두 동원한다. 기함을 통해 브랜드의 현재와 미래, 존재 가치와 상징성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기함의 격전지인 프리미엄 모델 시장은 다른 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HS에 따르면 전 세계 프리미엄 모델의 수요는 연평균 4%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일반 모델의 연평균 성장률인 3%보다 높은 수치다.
2019년에는 프리미엄 모델의 수요가 10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저유가 기조에 힘입어 프리미엄 모델 시장의 성장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유지비 부담이 줄어든 덕이다. 브랜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수익성 제고에도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기함은 아메리칸 럭셔리의 상징인 캐딜락에도 묵직하고 중요한 도전 과제인 셈이다.
대형 럭셔리 세단 캐딜락 CT6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의 라이벌이 될 새로운 캐딜락의 기함 CT6가 국내 데뷔 초읽기에 들어갔다. 캐딜락의 수장인 요한 드 나이센(Johan de Nysschen)은 CT6에 대해 ‘기술의 걸작’이라고 소개했다. CT6는 앞으로 GM이 글로벌 시장에서 진행하는 캐딜락 브랜드의 이미지 재구축 사업에서 핵심이 될 존재이기도 하다.
캐딜락은 미국의 프리미엄 카 역사를 이끌어왔다. 캐딜락 자체가 부와 명예의 상징이었다. 미국의 대통령은 물론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이승만도 캐딜락을 의전차로 사용할 정도였다. 현재 미국의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캐딜락에서 특별 제작한 캐딜락 리무진을 타고 있다. 이렇듯 캐딜락은 지금까지도 프리미엄과 럭셔리의 상징이 되고 있다.
캐딜락은 지난 2003년 콘셉트 카 ‘식스틴’을 공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930년대 캐딜락이 만든 호화로운 ‘캐딜락 V16’에 대한 오마주이자 미국 고급차의 황금기에 대한 향수를 담은 초대형 세단이다. 마이바흐 57에 육박하는 길이와 13.6리터 엔진은 안타깝지만 양산되지는 못했다. 대신 캐딜락은 새로운 대안을 준비했다. 바로 CT6다.
CT6는 XTS로부터 기함의 자리를 넘겨받지만 대형 차체에 뒷바퀴굴림이라는 점에서 완벽히 새로운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디자인 콘셉트는 ‘Art of Science’. 조명과 방향지시등을 겸하는 수직 램프는 경쟁자들과 구별되는 새로운 개성을 보여준다. 격자형 그릴에 가로선을 넣었고, 노즈가 짧았던 XTS나 CTS와 달리 대형 세단에 어울리는 늘씬하고 우아한 보디라인으로 매력이 물씬하다.
CT6는 캐딜락 중에서도 가장 크고 고급스럽다. 길이 5185, 너비 1880, 휠베이스 3109mm로 S-클래스, 7시리즈보다 크다. 하지만 경량 구조를 통해 무게는 1950kg에 불과하다. 7시리즈보다 크면서 5시리즈보다 가벼운 셈이다.
기함에 걸맞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CT6
인테리어도 기함 그 자체다. 일직선으로 이어진 대시보드와 화려한 우드트림이 대형 럭셔리 세단에 잘 어울린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치장한 계기반 또한 특별한 매력 중 하나. 기함은 운전석만큼 뒷좌석도 중요한 법. 넓어진 레그룸으로 항공기 일등석 부럽지 않은 뒷좌석도 돋보인다. 최고급 가죽을 사용한 뒷좌석에 전동 슬라이드와 등받이 각도 조절,마사지, 히터와 통풍 기능 등을 그러모았다. 뒷좌석 레그룸은 무려 1026mm. 10인치 모니터를 앞좌석 등받이 뒤에 수납식으로 넣었고, 34개의 스피커를 사용하는 보스 파나레이 오디오 시스템도 준비했다.
엔진은 340마력의 최신 V6 직분사 3.6리터와 400마력 3.0리터 트윈 터보, 2.0리터 터보 엔진 세 가지. 국내에는3.6리터 V6 엔진이 우선 소개된다. 3.6리터 V6와 3.0리터 트윈터보 엔진은 보어가 다를 뿐 스트로크는 85.8mm로 동일하며 폴리머 코팅 피스톤, 일부 밸브 동작을 멈추는 가변 배기량 시스템과 진보된 온도관리 기술, 2스테이지 펌프가 달린 새로운 윤활 시스템 등 공통 부분이 많다.
CT6는 V6 엔진에 AWD가 기본으로 올라간다. 서스펜션은 앞쪽이 더블 위시본을 닮은 멀티 링크, 뒤쪽은 5링크 구성.아울러 액티브 섀시 시스템이라 불리는 4WS를 갖춰 저속에서 회전반경을 줄이고 고속에서는 안정성을 높였다. 경량화를 위해 서스펜션의 주요 부품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캐딜락 특유의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과 속도에 따라 뒷바퀴의 조향 각도가 변하는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도 품었다. 덕분에 긴 차체의 CT6지만 회전반경은 CTS와 비슷하다.
1959 캐딜락 엘도라도
캐딜락의 최신 기함은 이전 플래그십 모델들의 계보를 훌륭하게 잇고 있다. 1950년대 중후반 미국은 전후 호황으로 들떴고, 세계에서 가장 부강했다. 미국인들은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풍요에 흠뻑 취해 있었다. 오래전부터 자동차가 생활의 일부였던 이들은 더 특별하고 풍성하며 매력적인 차를 원했다.
당대 최고의 력서리 브랜드였던 캐딜락은 1953년, 자동차 생산 50주년을 기념해 최고급 컨버터블 모델을 세상에 공개했는데 바로 캐딜락 엘도라도다. 그리고 1959년에 엘도라도를 정식으로 내놓았다.
캐딜락의 기함은 강력한 힘과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감, 고급스러움이 어우러진 명차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날카로운 테일 핀과 총알 모양 테일램프, 화려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낮고 넓은 차체가 압권이었다.
2011 캐딜락 DTS
캐딜락 플래그십 역사에 드빌도 빠질 수 없다. 캐딜락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엘도라도가 만들었다면 존재감은 드빌이 완성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빌의 첫 등장은 1950년대 후반이었다. 2006년까지 이어져온 드빌은 후속작 DTS에 바통을 넘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DTS의 의미는 드빌 투어링 세단으로서 캐딜락의 풀 사이즈 럭셔리 세단의 포지션을 지키게 됐다. 캐딜락은 앞바퀴굴림의 기함은 DTS, 뒷바퀴굴림 기함은 STS로 선보였다. 캐딜락은2011년 DTS와 STS를 대신할 XTS를 세상에 공개했다.
두 모델을 통합한 차세대 대형 세단으로 캐딜락의 기함 역할을 할 모델의 등장이었다. 그것이 바로 2011년에 등장한 XTS였다. 하지만 완벽한 기함이라기엔 크기가 좀 아쉬웠다. XTS의 뼈대가 GM의 중형과 준대형 모델을 만드는 입실론II 플랫폼을 살짝 늘린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기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라이벌들을 따돌리기에 충분한 기술력과 상품성으로 기함의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S-클래스와 7시리즈의 완벽한 라이벌이자 확실한 플래그십 모델을 완성하기 위해 절치부심한 캐딜락이 CT6로 돌아왔다. 아메리칸 럭셔리의 대명사 캐딜락은 보다 전통적이고 고급스러운 시장을 정확히 겨냥해 귀환했다.
출처 : 캐딜락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