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므로 행복한 사람들과 하나님의 표징
아침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며 무슨 일을 먼저 할까 우선순위를 생각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서울에서 온 전화였다. 작년 말에 코로나로 파산에 직면하여 후원금을 중단하게 되었다며 죄송하다는 인사를 하신 분이셨다. 또 무슨 큰 일이 났는가 싶어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러나 전화기를 통해서 들려온 사연은 그게 아니었다. 감동이 오르르 밀려왔다. 코끝이 찡하였다. 그의 고백은 나를 향한 하나님의 위로였고 표징을 요청하는 믿음 없는 나에게 놀라운 표징이었다.
그분은 작년 말에 미련 없이 살림을 다 정리하셨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자기가 후원했던 단체들의 계좌번호를 주면서 대신해 주기를 부탁하였다. 그러나 우리 단체 계좌는 자녀들에게 주지 않고 하나님께 다시 후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라고 기도드렸다. 그분은 후원을 중단한 몇 개월 동안 마음이 많이 아파 힘 드셨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사랑과 수준이 자기가 살기 어렵다고 고아들에게 주던 밥그릇을 도로 찾아오는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애통해하 하셨다. 그래서 그 분은 파산을 핑계대고 대충 살고자하는 마음을 다시 다부지게 먹고 고아들의 밥을 짓는 일에 다시 참여하고자 취업을 소망하셨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취업하셨고 첫 봉급을 타자마자 바로 후원금 자동이체 신청을 하려고 자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 그 분은 고아들을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이 자기를 분발하게 만들어서 자기를 구원했다며 울먹거리며 앞으로는 어떤 일이 있어도 고아들에게 밥을 먹이는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두 번째 표징은 친구를 통해서 왔다.
친구는 작년 내내 직장의 일과 연구에 시달리고 있어서 내 기도가 부족해서 그렇다는 미안한 마음에 연락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오랜만에 소식도 전할 겸 해서 친구에게 기독교 방송국에서 만든 동영상 한 개를 보냈다. 그가 카톡 답장에 ‘자기의 삶이 힘 들었고 현재도 힘들지만 지금까지 하나님의 은혜로 살았다’며 ‘감사헌금을 천만 원 보내겠다’ 고 하였다. 눈이 번쩍 뜨였다. 눈물이 났다. 하나님의 일하심이 순간 팍 느껴졌다.
2021년 연초에 네팔 고아원 건축 계획을 세웠지만 총 예산 8천5백만 원 중에 4천만 원만 모금되었고 나머지 4천 5백만 원은 모금할 방법이 없어서 그냥 엎드려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아무리 고아원 건축이라 할지라도 외국에 건물을 세우는 일이어서 지인들에게 말을 꺼내기가 힘 들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하시겠지’ 하는 심정으로 그냥 기다리고만 있었다. 그런데 친구가 자원해서 후원금을 보내며 ‘필요한대로 쓰라’고 하니 하나님의 일하심으로 볼 수밖에!
친구의 선물을 통해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확인하며 신명이 나서 재빨리 <고아원 건축 안내문>이 실린 소식지를 친구에게 보내고 ‘고아원 건축비로 사용하겠다’고 하니 ‘좋다’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친구는 내가 보낸 <고아원 건축 안내문>을 지인에게 보내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랬더니 그 지인이 “네, 잘 알겠습니다.”라는 대답을 보내왔다고 알려 주었다.
사랑하는 친구는 내가 닫힌 문 앞에서 울고 있을 때, 절벽 앞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서 나를 위기와 절망에서 구출해 주었다. 미국 경제 위기로 한국 경제가 흔들려서 원화의 가치가 대대적으로 하락 했을 때 공중에서 사라진 차액을 메꿀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고아원 아이들을 힌두고아원에 빼앗겼으나 엄청난 재판 비용 때문에 아이들을 포기하고자 했을 때 친구가 구세주가 되어 재판비용을 해결해주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모든 긴급 구호에 친구가 솔선수범해주어서 구호비가 모자라지 않았다. 여러 차례 책을 내는 동안, 친구가 6차례 책값을 후원금으로 내주었고 나는 약속대로 판매 수익금의 전액을 달릿과 아디바시 청소년 직업훈련비와 장학금으로 다 바쳤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내가 먼저 친구에게 후원금을 부탁한 적이 없었고 항상 친구가 먼저 자원해서 후원금을 보내주었다.
하나님께서 그의 마음을 감동 감화시켜서 항상 적시에 나눔의 손길을 보내주었다. 아낌없이 베풀며 자랑하지 않고 위세도 부리지 않고 겸허한 그를 볼 때마다 눈물이 아롱진다.
하나님께 2021년 벽두에 밑도 끝도 없이 가라는 요구에 순종을 약속하며 표징을 보여주시라고 징징거렸다. 고아원 건축도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였으므로 속히 증거를 보여주시라고 하였다. 강한 척하지만 약하고 대범한 척하지만 소심한 나를 너무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확실하게 표징을 보여주셨으니 이제 그 분의 약속을 따라 떠날 일만 남았다.
세 번째 표징은 삼십여 년 전에 섬겼던 교회에서 왔다.
지금부터 삼십여 년 전에 섬겼던 교회에서 어느 귀한 분이 과분하게 후원금을 보내주셨다. 나는 항상 마음이 조마거렸다. 큰돈은 바람을 잘 타고 잘 흔들리기 때문에 만원 후원금이면 안심이고 족하다. 그래서 그 분의 후원금에 대해서는 항상 고마워하면서도 자나 깨나 걱정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 그 분이 오늘 카톡을 보내 주었다. 카톡을 읽는 순간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나를 어여삐 여기는 그의 깨끗한 마음과 사랑하고 축복해주는 그 따스한 마음에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내가 아는 대로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의 권유를 받고 장애인 활동지원사 자격증을 따고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일하게 되었다. 그는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일하며 받는 수고비를 의미 있고 보람 있게 쓰고 싶어 나를 수소문하였다. 그리고 십일조에 가까운 후원금을 아낌없이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카톡에 적힌
“•••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제가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서비스를 할 때까지 계속 후원합니다.” 라는 말이 나의 심금을 울렸다.
부족한 나에게 하나님의 표징을 보여주는 귀한 벗님들이 무한히 고맙다. 하나님 중심으로, 은혜로, 사랑으로, 진리와 의미로, 타인을 위한 존재로 살고자 하는 그들의 마음과 삶이 나를 십자가의 길로 떠민다. 하나님께서 따스하고 밝고 깨끗한 영혼, 겸허하며 사모하는 영혼들을 통해서 일하신다. 하나님은 나로 하여금 그들을 통해서 사랑의 덫에 치인 포로가 되어 살게 하신다. 나를 사랑의 포로가 되도록 만들어 주신 모든 분들의 사랑의 빚을 생각하며 무한 감동에 빠진 하루였다.
오늘 받은 세 가지 표징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이다!” 라고 우주를 향해 소리친다. 미얀마에서, 인도에서, 네팔에서, 중국에서 하나님의 뜻, 사랑과 정의, 평화와 평등 세상이 이루어지길 빈다.
2021.3.15.월요일
우담초라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