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김수영 <눈>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순수한 삶을 되찾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을 ‘눈’과 ‘기침’의 변증법적 지양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1연은 ‘눈은 살아 있다’라는 문장을 세 번 변주하여 순수한 생명으로서의 ‘눈’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2연 역시 1연처럼 ‘기치를 하자’라는 문장을 세 번 변주하고 있다. ‘눈’이 보도록 기침을 하자고 ‘젊은 시인’에게 권유하는 내용인데, 순수 의식을 지향하는 시적 화자의 태도가 나타나 있다. 여기서 기침을 하도록 권유받는 ‘젊은 시인’은 바로 시적 화자 자신을 가리킨다. 즉 자신에게 ‘눈 위에 대고, 눈 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고 한다. 이 ‘기침’은 부패한 현실 속에서 화자 내면에 잠재해 있는 불순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3연에서는 눈이 살아 있는 이유를 알려 준다. 그 이유는 ‘눈’이 염두에 둔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 바로 시적 화자 때문이다. 4연에서 알 수 있듯이 시적 화자의 가슴에는 이미 밤새 가슴에 가래가 고여 있다. 이 ‘가래’는 ‘젊은 시인’ 또는 화자의 영혼과 육체를 더럽히는 현실의 부정적인 것을 나타내는 이미지이다. 따라서, ‘살아 있는 눈’을 바라보며, ‘가슴의 가래’를 ‘마음껏 뱉자’는 말은 눈의 한없는 순수한, 차가움, 신선함을 통해 현실의 더러움을 씻어 내고 순수한 삶에 도달하고자 하는 시적화자의 소망과 의지를 고백한 것이다.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비판적, 참여적, 의지적, 상징적
제재 : 눈
주제 : 순수하고 정으로운 삶에 대한 소망과 부정적 현실 극복 의지
특징
① ‘눈’과 ‘기침(가래)’의 이미지가 대립 구조를 보임
② 동일한 문장의 반복과 문장 변형 및 첨가를 통해 점층적 진행으로 역동적 리듬감을 만들어 냄
출전 <문학예술> 1956
◆작품 연구실 : 반복법과 접층법의 시적 효과
이 시의 1, 3연에서는 ‘눈은 살아 있다’, 2, 4연에서는 ‘기침을 하자’를 반복하고 변형함을오서 의미를 점층적으로 강조하고 이ᅟᅡᆻ다. 즉, 같은 문장에 점차로 문장 요소들이 덧붙으면서 뚜렷해지는 점층적 전개를 이루는데, 이를 통해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으며, 부정적인 현실에 대한 극복과 순수하고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이라는 작가의 주제 의식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작품 연구실 : : 이 시에 드러난 작가의 현실 인식
김수영은 암울했던 시대에 ‘시’를 통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고 자신의 의지를 표현한 시인이다. 이 시 역시 1954년 대통령직을 연임한 이승만이 장기 집권을 위해 대통령 3선 제한의 철폐를 핵심으로 하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시대적 배경 속에서 창작되었다. 이 시에서 시인은 ‘기침을 하자’, ‘가래를 뱉자’고 하면서 부정부패한 현실을 물리치고 순수하고 정의로운 삶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나) <섬진강1> _ 김용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김용택의 등단 작품 가운데 하나로, 섬진강을 제재로 하여 섬진강 강변 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진 공동체의 삶을 노래한 작품이다. 농촌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남도 지방의 한과 남도 민중의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시에서 섬진강은 어머니의 품 속과 같은 따뜻한 자연으로서 보편적인 정서 뿐만 아니라 시인에게 민중의 굽힐 줄을 모르는 생명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체 시상의 전개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바라본 풍경들이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2행부터 11행까지는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모이는 섬진강변의 작은 들꽃과 풀들이 어울려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여기서 섬진강변의 소박한 모습을 통해 민중의 소박한 삶과 연결되면서 민중의 저력이 드러난다. 즉, 개개인의 힘은 미약할지라도 개개인이 모여 커다란 힘을 드러낼 수 있다는 말이다.
12행부터 마지막 행으로 가면서 시에는 힘이 넘치면서 호탕한 기세가 펼쳐진다. 영산강, 지리산, 무등산의 주변을 흐르는 섬진강의 모습이 나타난데, 그 기세는 몇 놈씩이고 달려들어 퍼 간다 하더라도 결코 마르지 않을 당당함을 보인다. 산과 강이 어우러지고 있는 것처럼 자연의 힘찬 생명력이 한데 어우러지는 장관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러한 생명력은 바로 민중의 건강하고 끈질긴 생명력과 연결되면서 애비 없는 후레 자식 같은 세력이 위협하더라도 그 건강함은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연작시
성격 : 서정적, 민중적, 상징적, 향토적
주제 : 민중의 소박하고 건강한 삶과 끈질긴 생명력
특징
① 명령투의 어조를 통해 화자의 단호한 태도와 강한 신념을 드러내고 있다.
② 자연물을 의인화하고 상징의 표현 기법을 통해 주제 의식을 형상화하고 있다.
③섬진강의 모습과 특성이 민중의 속성과 잘 대응되고 있다.
출전 <섬진강> (1985)
◆작품 연구실 : ‘섬진강’과 ‘영산강’, ‘지리산’과 ‘무등산’
남도를 넉넉하고 푸근하게 감싸안으며 힘차고 당당하게 흘러가는 섬진강과 영산강은 곧 저마다의 사연과 한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소박한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는 남도 민중의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리산은 해방 이후 6.25 전쟁까지 이어진 이념 대립의 상처를 안고 있으며, 무등산은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의 아픈 역사를 지켜 본 산이다. 두 산이 아픔과 한의 역사를 극복하고 ‘껄걸 웃’과 ‘훤한 이마 끄덕이는’ 모습에서 민중의 넉넉한 풍모와 역사 의식이 담겨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