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가서 한 번 살아볼까 하고, 4월말에 영주를 거쳐 봉화로 내려갔다. 무작정 봉화성당을 찾아갔다. 한참을 기다렸더니, 라운딩을 마친 바오로신부님이 짠~하고 나타나셨다. 호주에서 해외사목을 하시다가 얼마 전에 봉화로 오셨다.
사정 얘기를 하고 도움을 청했더니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단다. 금마카니시오형제다. 이름도 어렵다. 저녁미사 참례하고, 성경공부반에 참석한 뒤 근처 횟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략)
벼 모종을 옮겨심기도 하고, 귀농한 사람도 여럿 만나 보았다. 1억원 갖고오면 1년, 3억원을 투자하면 3년을 버티다가, 결국 모두 손을 털고 떠난다고 한다. 진짜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5월 초에 대구를 거쳐 상주로 올라왔다. 미리 전화를 하고, 상주인력을 찾아갔다. 정사장이 반갑게 맞아준다. 보은장여관을 소개받아 35만원에 월계약을 했다. 1만원 더 얹어 세탁까지 포함시켰다. 방세는 매일 5만원씩 분납하기로 했다.
아침 5시 기상, 샤워를 하고, 빵과 우유로 요기를 하고, 6시 출근이다. 특별한 기술이 없으니, 경험이 많은 선배들과 함께 끼워팔기식으로 얹혀 나간다. 일용직으로 12년을 일했다는 김요한이는 아스팔트 커팅에서부터 정말 못하는 게 없다.
커팅기에 물이 떨어지지 않게, 드럼통 두 개 들고 열심히 물을 퍼나르는게 내 임무다. 우회도로 공사장에서 점자 보도블록 깔기, 땅파고 이정표 세우기, 아스콘 포장, 하천에서 물을 길러 먼지 안나게 물뿌리기, 경계석 실어나르기...
농로확장공사, 상수도관 매설공사, 심지어는 칠곡군 동명면의 하천정비공사장까지 차를 타고 다녔다. 제일 싫은 건 그 놈의 잔소리, 잔소리, 잔소리. 일머리를 모르니 잔소리를 듣는 게 어쩌면 당연하지만, 그래도 진짜, 정말, 진저리나게 지겹다.
서울은 일당이 10만원 내지 11만원 하지만, 여기는 9만원이다. 소개비 9천원 떼고 나면 8만1천원 받는다. 방값, 밥값 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다. 딱 한 달을 채우고 6월 2일 서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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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현재의 블로그 원문보기 글쓴이: 이현재
첫댓글 안녕하십니까!!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산에서 뵌지도 오래된거 같습니다.올리신 내용이 논픽션 맞으신지요.
네, 지어낸 얘기가 아니고,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좋은 경험은 아니지만,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구나. 아니 많이 있다는 걸 알고, 사실 저도 놀랐습니다. 사업하다 뜻대로 되지 않아 실패해서 일용직으로 나오는사람도 있고, 하여튼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