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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하루치인데, 너무 길어서(사진 50매 이상) 업그레이드가 안 돼,
둘로 나눠서 올립니다.
이점 참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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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여기 삼척의 바닷길을 한 번 돌아보고자 나선 이유는,
지금 하는 일이, 원래 그 첫부분 한 덩어리를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놓기 위해 여기 삼척에 왔는데,
지금까지는 가져왔던 자료(그 런 글나부랑이들)를 가지고 나름 짜깁기 식으로 맞춰놓긴 했는데,
그 부분부분 세부적인 도입이 필요한 시점에서 멈칫해진 상태로,
물론 그 본자료는 서울에 있기 때문에, 그 보완작업은 서울에 가서 해야할 것이라, 일이 잠시 소강상태에 놓여 있어서다.
게다가 여기 와서 일주일 여 일만 했더니 눈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 잘 보이지 않은 건 물론 자판 작업하기도 용이치 않아서,
조금 일찍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기왕에 여기 삼척에 머물고 있는 기회를 이용해(이런 기회도 다시 내기가 결코 쉽지 않을 터라),
며칠 삼척 아래쪽으로의 바닷길을 한 번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걸 실행해 보기로 했다.
글쎄, 하는 데까지 해 보고 안되면 말고 하는 식이긴 하다. 어차피 신경통 때문에 걷는데 문제가 있으니, 강하게 밀어붙일 수도 없으니.
아침 6시 반 쯤 출발
어제 비가 왔기 때문에 오늘은 비가 오지 않을 거라는 예보를 믿고 출발했다.
서울에서 모자를 챙겨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그냥 걷기로 했다.
어쩌면 흐린 날이라 뜨겁지 않은 것도 다행일 수 있다는 판단으로.
위) 삼척역. 아래) 그 정면에 있는 '새벽 번개시장'
여긴 시멘트 공장이 있고 항구와도 연결되어, 상당히 목잡하고 큰 도로다.
거기 '시멘트 공장'을 지나면서, 길을 건너 마을로 접어들었다. (소로를 타기 위해)
그 마을을 지나, 다시 국도와 만났는데,
거기에 '해파랑길'과 다시 만난다.
마을을 벗어나면서, 새로 뚫린 대로와 '구 7번 도로'로 갈라지는데,
나는 7번 도로 옆의 '자전거 도로'를 탔다.
고개 마루에 오르니, 전망이 좋은 듯 '펜션 촌'이 눈에 띄던데,
그 못 미쳐서야 바다가 내려다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른 아침인데도 고개를 오르다 보니 땀이 나서,
일단, 겉옷을 하나 벗고,
동해안은 이런 절벽길이 아름다운데......
(그 너머가 '삼척항'인데, 나는 그 쪽으론 가지 않을 생각이다. 시간도 없고 해서)
내가 2006년 초 자전거로 이 길을 오를 땐, 이런 '펜션촌'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그 끝까지 갔다가, 거기서 보이는 그 앞 절벽(해안초소) 사진을 찍고 보니,
길이 끊겨, 다시 돌아나와야만 했다.
다시 돌아나와 역시 오르막길을 조금 더 오르니,
한 정자가 있어서, 잠시 쉬기로 한다.
이런 절벽에 있는 '해안 초소'는 이제 잘 보존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역사'이자 우리 얼굴이기 때문에 후대까지 잘 보존해 물려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 그 아래쪽에 보이는 해안(맹방해수욕장)엔, 또 거대한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좀, 내버려두면 안 되나? 왜 이 아름다운 해안에 저런 괴물스러운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야만 하는지......
위) 오동나무 꽃, 아래) 아키시 꽃
어느새 이런저런 꽃들이 가득한 계절인데, 걷다 보니 '뻐꾸기'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그런데 최근의 난 그 뻐꾸기를 '사기꾼 새'로 치부해버리는 등 안 좋게 바라보는 사람이 돼 있다.
남의 등골을 다 빼먹는 새......(자연의 한 모습이라고는 해도, 내가 좋아해 줄 새들은 얼마든지 있으니.)
이 아름다운 해안에 이런 복잡한 콘크리트 괴물들이 즐비하다니......
요즘엔 우리나라 어딜 가도 '아마폴라'가 피어있다.
유럽에 있는 것도 아닌데.
뒤에서 요란한 함성이 들려서 보니,
'싸이클 여행객 족'이었다.
감사합니다! 하고 지나간다.
내가 여행하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물론 세상도 많이 달라졌지만.
내가 이 근방을 주시한 것은,
14년 전에 여행할 때(공사 중이었던 듯) 길을 잃었던 기억이 새로워서다.
그러니까 여기에 보이는 벚나무 도로는, 벚나무가 그 정도 나이가 되어 이렇게 커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래) 찔레꽃
아래) 마을에 사람이 없다.
위) 메꽃 아래) 해당화
나는 '해당화'만 보면,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
나 혼자 걷노라면 수평선 멀리~ 하는 노래가 절로 불려진다.
어릴적(초등학교) 배웠던 노래가 그토록 중요하고, 또 평생을 간다......
여기는 벌써 모내기가 끝난 곳도 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찾아가는 곳은 '근덕 5일장'이다.
어제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오늘 장이 선다기에,
기왕에 가는 길이니 한 번 들러보고 싶어서였다.
한 자전거를 몰고 나오는 노파에게 장을 물으니,
나도 지금 장에 가는데, 날씨가 이래서 섰는지도 모르겠네요. 했다.
그런데 장은 의외로 멀었다.
아, 저기가 장인가 보다! 하고 접어들었는데,
바로 그 첫 상인이, '생선점'이었는데,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 오징어! (오징어가 있는 게 놀라운 게 아니고)
사세요! 하는데,
여덟 마리에 만 원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나 싸? 삼척 '새벽 번개시장'에서도 한 마리에 만 원인데......
(왜 이 시점에서 하필이면 오징어를 마주치게 되었다지?)
내가 사진을 찍으려 하자 여자의 표정이 좀 안 좋은 기분인 것 같아,
여기 생선 위주로 찍으니 걱정 마세요...... 하며 일단 사진을 찍긴 했지만,
나는 갈등 중이었다.
이 오징어를 먹고 가? 근데, 이른 아침부터?
어쩌면 횡재한 기분이기도 한 이 장날에서의 동해안 오징어.
어떻게든 맛을 보고 싶은 충동에,
제가 잠시 장을 한 바퀴 돌아본 뒤 돌아오겠습니다.
그 쪽에서 물어본 것도 아닌데, 나는 그렇게 얘길 한 뒤 장을 둘러 보았는데,
여긴 면 소재지라 장이 크지 않았는데(장으로만 보면 정말 보잘 것 없는 장이었다.),
명물이 하나 있는데, 그 장의 중심에 이 '정자나무'가 있었다.
얼마나 오래된 나무인지는 몰라도......
위) 근덕면 소재지
다시 생선점에 돌아가면서, 여전히 나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어떡한다지? 그 오징어를(싸고도 싱싱한. 언제부터 내가 이런 오징어를 맛보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그럴 만한 기회가 없었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이른 아침부터 (9시 반 경) 술을 마시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오징어만 먹을 순 없고......
결론은,
이것도 운이 좋아서 이런 작은 장에서 오징어를(그것도 싸게) 만난 거니, 놓치지 말자! 였고,
그러려면 막걸리를 사가지고 가야 할 텐데...... 하고 다시 그 자리에 갔다.
아주머니 저도 만 원어치 손질해 주세요!
그런데 보니, 바로 그 옆에선 세 분의 노인이(내 또래 조금 위일 듯) 소주 한 잔을 하고 있었는데,
거기 '초장'이 보여서,
초장을 어디서 사야 하나요? 하고 물었더니,
가게에 가면 천 원짜리 조그만 팩을 팔아요. 하는데,
근데 초장이란 게 조금만 있으면 되는데 한 통(병)을 살 경우엔 어차피 남는 거라,
그 초장 남을 것 같은데(병을 개봉한지 얼마 안 돼 보여), 저에게 좀 덜어 주시면 안 됩니까? 하자,
흔쾌히 그렇게 해 주기에,
나는 오징어 값에 초장 값까지 천 원을 더 얹어 아주머니에게 주니,
초장 값은 안 받아요! 하면서 극구 사양했다.
그래서 기왕에 얻는 것, 거기서 나무 젓가락도 하나 얻어서,
저는 바닷가에 가서 먹으려고 하는데, 막걸리는 어디서 사지요? 하고 물었더니,
일로 죽 내려가면 바닷간데, 거기 편의점이 있어요. 거기 가서 사시면 되겠네!
그렇게 나는,
정말 생각지 않았던 '오징어 회'와 초장 등 술 안주를 챙겨, 바닷가로 향했다.
원래는 이럴 계획이 아니었는데......
(그 아래쪽으로 계속 걸어내려가려 했다. 물론, 오후거나 저녁 때라면 이런 식으로 한 잔하는 게 얼마든지 환영할 일이었지만, 지금은 오전도 이른 오전이라서......)
그래도 기분은 너무 좋았다.
얼마나 해보고 싶어 했는 일인데! 그러고 보면, 내 몸에는 '장돌뱅이' 피가 흐르는 거 같어. 맨날 '시골장'만 쫓아다니고 있잖아?
만약 어제 비가 안 왔다면 저 아래 '원덕(호산) 5일 장'(5. 10일)에 갔을 텐데, 비때문에 못 가고 오늘로 대체하면서, 여기 근덕장을 주시하며 한 번 들렀던 거니,
나는 맨날 장만 쫓아다니는 꼴이야......
그런데 바닷가까지 가는 게 그리 만만치 않았다.
사람들은 길을,
죽 내려가면 돼요! 하고 가르쳐주지만, 이 근방 지리에 어둔 상황에서 그게 얼마 정도의 거린지는 가늠이 안 되기 때문에,
마음은 바빠 죽겠는데, 바닷가는 쉬 닿아지지 않았고,
중간에 '편의점'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다 보니,
이러다 바닷가에 가서는 술이 없어서 다시 나와야 하는 거 아냐? 하는 걱정이 앞섰는데,
어?
개구리 한 마리가...
너, 왜 그렇게 앉아 있냐? 하고, 도망갈 줄 알았는데,
꿈쩍 않고 그대로 있기에,
사진을 찍었는데도 그대로 있었다.
너, 어디 아프냐? 그렇게 뵈지는 않는데......
저 아래에 '섬'이 하나 보이는데,
여기로 흐르는 '천'의 어귀인가 보다.......
근데, 어디에 편의점이 있다는 거지?
다리가 하나 있는데 건너면 '덕산', 그대로 가면 '맹방'이었다.
그런데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나는 그냥 '맹방'쪽 해변으로 접어들었는데......
편의점은 아니고 '안내'하는 곳에서 간단한 먹거리(라면, 과자, 술 종류)를 팔던데,
막걸리를 찾으니, 그 천을 건너야 한다고 해서(그렇다면 그 쪽으로 갔어야 했는데), 하는 수 없이,
거기에 있는 소주 한 병을 샀다. 원래를 막걸리를 마시려고 했는데......
잔도 하나 있어야겠기에 물으니, 소주잔은 없는데 이 큰 잔이라도 드릴 게요. 해서, 술 한 병이 다 들어갈 것 같은 종이컵도 얻어서,
그렇게 술을 산 뒤 해변에 닿으니,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추웠다.
그리고 그 섬을 건널 수 있는 나무 다리도 있기에,
이 쯤 해변에 앉아 한 잔 하려고 했는데 추워서, (추워도 보통 춥지가 않았다.)
일단 다리를 건너 보기로 했는데,
한 바퀴 빙 돌다 보니 '덕산해변'에 닿았다.
그렇다면 여기 와서 막걸리를 살 걸! 했지만, 이미 늦은 일.
학 트인 해변 한 가운데서 마시고 싶지만, 너무 추워......
그래서 찾았던 게 한 쪽 구석,
거기엔 마침, 바다에서 떠밀려온 목재 받침틀이 있어서, 그 위에 앉아서 먹기로 했다.
(모래밭보다는 나을 것이어서.)
첫댓글 진정한 방랑자의 모습.
멋집니다.
가진 게 많아(?) 시골을 비울 수 없는 내가
야속하네요.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삶이 부러워요.
6월 매실 수확까지 마치고 나면 저도 훌쩍 떠나 제주 올레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걸어볼까 생각중입니다.
'진정한 방랑자'는 멋진가요?
허긴, 전 가진 건 없어서 자유롭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