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타사의 삼촌과 조카
-윤동재
초로의 사내가 늦게 얻은 아들인 듯
초등학교 3학년쯤 되는 어린아이 손을 잡고
성보박물관을 관람하고 있었지요
유리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월인석보 초간 목판본을 열심히 설명해 주고 있었지요
사내가 월인천강지곡은 자기 아버지가 지었고
석보상절은 자기가 지었는데
월인석보는 월인천강지곡과 석보상절을 합쳐서
자기가 펴냈다고 하자
어린아이는 삼촌이 펴냈다면 벌써 수백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잘 보관되고 있다며 참말로 대단하다고 했지요
그들은 일 년에 한두 번은 함께
수타사를 찾는다고 했지요
해 질 무렵 홍천 읍내로 나와 막국수를 먹을 때
그들의 이야기 내용뿐만 아니라 그들의 품새로 미루어보아
그들 두 사람 삼촌 세조와 조카 단종이었다는 걸 알았지요
둘 다 죽은 뒤 권력을 손에서 완전히 놓게 되자
비로소 삼촌과 조카로
서로 손잡고 일 년에 한두 번은 함께
수타사를 찾는다는 게 놀랍고 놀라웠지요
#수타사 #삼촌 #조카 #성보박물관 #월인석보 #목판본 #월인천강지곡 #석보상절 #세조 #단종
첫댓글 첫 연은 없으면 좋겠네요
설파 선생님 말씀에 따라 다시 고쳤습니다. 제1연은 없애고 연 구분도 없앴습니다.
점심나절 홍천 양지말 화로구이 집에서
돼지고기 숯불구이를 실컷 먹고
수타사 부처님 방에 들렀더니
부처님이 마침 늦은 점심 공양 중이었지요
보리밥 반 그릇에 소금에 절인 김치 쪼가리 하나
민망하고 죄송해서 부처님 방을 나와
얼른 성보박물관으로 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