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곡〕 하늘을 향해 날아 오름
모든 것을 움직이시는 그분의 영광은
온 우주를 가로지르며 빛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더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덜하다.
천국편 1곡 맨 처음에 ‘그분(하느님)의 영광은 어떤 부분에서는 더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덜하다’로 시작합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더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덜하다.’는 형상에 따라 하느님의 빛이 다르게 비침을 말하는데 이 시구가 천국편에서 자주 나옵니다.
하느님의 덕은 어디서나 차이를 두지 않고 한결 같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형상(인간, 별 등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에 따라 빛이 더 강해지거나 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곡 마지막 시구에서도 형상에 따라 빛이 오는 양이 많기도 하고 작기도 하다고 나오고, 4곡 37행에서 39행에서도 나옵니다.
나는 그분의 가장 밝게 빛나는
하늘(엠피레오)에 있었다. 거기서 내려오면 누구든
잊거나 말할 수 없을 것들을 난 보았다.
단테는 하늘(임페레오)에 다녀 왔습니다. 단테의 천국 경험은 깊은 흔적은 남겼으나 필멸에 속하는 어떤 것으로 거기에서 내려오면 말로 재현할 수 없고 기억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한계입니다. 이것은 천국 33곡에서 다시 자세하게 나옵니다.
엠피레오에서는, 인간 지성이 포괄하는 힘과 범위를 넘어, 기억에조차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빛으로 넘쳐 난다고 말합니다.
오, 위대한 아폴론이여! 이 마지막 임무를 위해 나를
당신의 재능과 당신이 사랑하는
월계관을 받을 그릇으로 만들어 주소서!
내 마음의 보물로 간직한 하늘의 거룩하고 성스러운 영역은 내 노래의 줄거리가 될 거라며, 단테가 천국에 다녀와서 천국을 재현할 힘을 달라는 기원입니다.
지금까지는 파르나소스의 뮤즈들의 영감으로 지옥과 연옥을 재현했으나 이제 천국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시의 신이며 태양의 신인 아폴론이 필요합니다.
단테는 이 마지막 임무를 위해 당신의 재능과 당신이 사랑하는 월계관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아폴론에게 기원합니다.
아폴론과 다프네, 베르니니, 보르게제 미술관, 로마
다프네는 아폴론의 구애를 받았으나 거절하고 도망치다 아폴론이 붙잡으려는 순간 월계수로 변했습니다.
바티칸 박물관 솔방울 정원에서 오른 쪽으로 들어가면 신 회랑이 있습니다. 이곳에 그리스 조각과 로마 시대의 조각이 있습니다. 이곳에 벨베데레 아폴론 상이 있는데 우리가 갔을 때 보수 중이었습니다.
벨베데레 아폴론, 바티칸 박물관, 로마
세상에 가장 은혜로운 힘을 내리는 천국을 여행하는 가장 이상적인 시간에
달의 하늘에 오르기 위해 베아트리체가 태양을 응시합니다.
그녀의 행동은 내 정신으로 번져, 나도 우리의 습관을 넘어서서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지상에서는 해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없지만 지상낙원에서는 가능합니다.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었지만, 나는 분명
도가니에서처럼 이글거리는 불똥이 튀어나오고
빛이 번쩍거리는 태양을 보았다.
태양을 직시한 단테와 베아트리체는 지상낙원에서 하늘에 오르기를 시작합니다.
어느덧 태양이 태양에 포개지는 듯 보였다.
마치 전지전능한 그분께서 하늘을
또 다른 태양으로 꾸며 주신 듯 했다.
미켈란젤로 카에타니 우주 (천국의 구조)
순례자는 지상 낙원에서 떠올라 지구를 둘러싼 공기의 하늘을 거쳐 불의 하늘로 오르고 있습니다. 순례자는 태양을 향해 오르는 동안 점점 더 밝게 빛나는 빛에 둘러싸입니다. 마치 또 다른 태양이 비추는 것처럼.
그 빛이 그들을 들어 올려 이제 순례자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 궤도에 몸을 실었습니다.
단테는 어부 글라우코스가 해초를 먹고 바다의 신으로 변신한 것처럼 자신도 변신할 때의 느낌을 받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이해하고 인성을 초월해 변신을 합니다.
이런 변화의 상태에서 천국으로 오르는 일이 가능해 집니다.
이 여행이 필멸자의 지성의 눈을, 초월하는 초인의 지각으로 이루어질 것임을 예고합니다. 그러한 신성화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경험됩니다.
오, 하늘을 다스리시는 사랑이시여! 그대의
빛이 나를 들어 올렸으니, 오른 것이
내 안의 맨 나중 창조인지는 그대가 아십니다.
단테는 영혼만 가는지 육체도 함께 가는지 혼란스러워합니다. 다만 하느님의 은총으로 천국에 다가가는 동안 놀라운 변신을 하고 있다는 것만 알 뿐입니다.
나는 태양의 불꽃들로 활활 타오르는
거대한 하늘을 보았나이다. 세상의 모든 비와
강이 흘러들어도 그렇게 넓은 호수를 만들지 못하리오.
단테의 천국 구조도
대기(세상)와 월천 사이에 화염권이 있습니다.
천공에 들어 올려 진 단테는 태양의 불꽃이 타는 것 같음을 봅니다. 여기는 대기와 월천 사이의 화염권입니다.
화염권으로 들어 갈 때 여러 하늘의 음악소리를 듣습니다. 이 음악은 단테에게 경이로움과 당혹감을 갖게 했습니다.
아직 세상에 있다고 생각하는 듯한
그대여, 번개가 내리치는 것도 그대가
천국으로 오르는 것처럼 빠르지 않을 거예요.
순례자가 천국으로 오르고 있는데 번개보다 빠르게 천국에 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 새로운 빛과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의 이 말로
방금 지녔던 의혹은 이제 풀렸지만,
이런 가벼운 모체들을 내가
어떻게 넘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지구를 둘러싼 공기의 하늘과 불의 하늘을, 무게를 지닌 몸으로 어떻게 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는 내 질문을 듣고 베아트리체는
이곳에서 모든 것들은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질서를 따르니, 이는
하느님을 닮은 우주의 형상이지요.
베아트리체는 단테의 의문을 풀어주려고 우주의 목적론적 질서를 설명해 줍니다. 우주 안에 있는 모든 질서구조는 일정한 목적과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창조된 모든 것들은 이런 질서 속에서 자기들의 위치를 유지하고 제각기 자기의 본능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 본능은 세상을 묶어 하나로 만드는 본능을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섭리의 질서', '우주의 질서'로 제각기 자기의 본능(세상을 묶어 하나로 만드는 본능)을 지키고 있다고 하는 질서입니다. 즉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은 자신의 특성에 따라 정해진 질서에 따라 존재하고 있다는 이론입니다.
다시 쉽게
베아트리체는 단테에게 어떻게 지상에서 천국에 오를 수 있게 되었는가를 아리스토텔레스의 학설로 설명합니다. 베아트리체에 의하면 만물은 목적론적(형상은 질료의 목적)으로 질서 매김을 받고 이 질서에 따라서 만물은 하느님의 형상 (순수 형상- 질료없이 순수하게 형상으로만 존재하는 최후의 현실태(신), 최고의 목적인인 형상)을 닮아있다고 합니다. 가장 완전한 것은 하느님께 가장 가까이 있고, 덜 완전 할수록 하느님으로부터 먼 거리에 있습니다. 각 부분은 본능적으로 위계 안에서 적합한 위치를 찾아 자기에게 부여된 곳을 향하여 움직입니다.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고, 그리스도로 부터 속량 받은 인간은 최고의 천국에있다고 합니다. 베아트리체는 단테가 정화되어 있기 때문에 천국행은 어려움 없이 이뤄진다고 설명합니다.
(베아트리체의 말을 이해하는데 김용옥 선생님의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상과 질료‘ 강의가 도움이 됩니다.)
언제나 행복의 과녁에 똑바로 화살을
당기는 활의 힘에 실려 우리는 미리
운명 지어진 곳으로 날아오릅니다.
이상하게 여기지 마세요. 그대가
날아오르는 것은 산에서 밑으로
흘러내리는 물과 전혀 다르지 않아요.
그리고 그녀는 시선을 하늘로 향했다.
순례자가 베아트리체와 함께 천국으로 오르는 것은 이제 자연스럽습니다. 이 모든 것은 베아트리체가 천국으로 가는 길을 바라보는 '그리고 그녀는 시선을 하늘로 향했다.' 이 한 문장에 담겨 있습니다. 베아트리체는 같은 자세를 유지하고 순례자도 또한 베아트리체를 계속 보고 있습니다. 두 인물의 동작이 멈춘 시간을 채우는 것은 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작가가 독자에게 하는 말입니다. 순례자가 베아트리체와 함께 천국으로 오르는 것은 이제 자연스럽습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