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락된 재산의 행방
최 순 태
나는 공직생활 중 세무 분야에서 근무한 기간이 비교적 길었다.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하는 일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경영하기 위한 중요한 업무이고, 세원 확보를 위해 각 기관에서는 불철주야 일하고 있다.
대다수의 공무원은 세무 관리를 정확하고 공정하게 처리하여 비리와는 거리가 멀었으나, 내가 대구시 중구청에 근무하던 당시 이른바 세도(稅盜) 사건이 일어나 전국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시절이 있었다.
그리하여 그 때 정부에서는 각 지방의 세무 부서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감사를 실시하였고, 세무과에서 일하던 나는 일상적인 업무 외에도 철저한 감사를 받아야 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세도 사건 이후 세무 부서 공무원들은 공직자 재산등록을 매년 실시하고, 검증을 받아야 했다. 이제까지 하지 않던 일을 하려니 대단히 번거로웠다. 하지만 내가 가진 재산은 적은 예금 밖에 없는지라 별 무리 없이 등록을 마쳤다.
그러던 어느 날 감사실에서 재산등록이 누락되었으니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출석하여 해명을 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문의를 하니 아내 이름으로 된 예금이 신고가 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부실 신고가 되었단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결혼 전 본인이 직장생활을 할 때 저금한 돈과 기타 수입을 예금한 통장이 있었노라고 얘기하였다.
공직자윤리위원회 출석일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아내는 이 모든 일이 본인이 내게 알리지 않아 일어난 일이니 직접 위원회에 출석하여 설명을 하면 어떠냐고 하여 감사실에 문의하니 좋다는 답변을 들었다.
위원회에 출석한 아내가 상세한 설명을 하여 별문제 없이 이 사건은 종료 되었다. 위원회가 끝나고 나서 집에 돌아오니 그동안 일로 피로가 엄습하였다.
부부가 결혼하면 별도의 주머니를 찰 일이 생기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개인적인 의견은 도박이나 보증, 큰 액수의 대출을 받는 중대한 일 외에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비상금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 중 한 사람이 비상금의 존재를 알았다 하더라도 사소한 일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는 아량을 보여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내가 많은 비상금을 별도로 챙길 만큼 넉넉한 재산을 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매일 외출할 때마다 아내에게 용돈을 타서 생활한다면 이 또한 모양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가정에서 내외간 생일이나 특별한 일이 발생할 때 깜짝 이벤트로 선물을 하는 등으로 감동을 주면 얼마나 좋을까?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며, 사람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으리라!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여직원을 만나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상적인 봉급 외에 여비, 수당 등에 대한 정보도 부부간에 전부 공유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사람도 있었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보면 근무시간 중에 일처리를 마치지 못해 시간외근무를 하고, 잦은 출장, 교육 참여 등 비정기적인 일이 수두룩하다. 이런 경우에 발생하는 수입을 일일이 아내에게 알려주어야 할까!
직장에 다닐 때 재산등록을 하려면 부모의 재산도 신고 대상이 되는데 등록을 하는 도중 어머니가 가진 통장예금을 발견하였다. 그동안 모은 돈과 아들들이 드린 용돈을 저금한 것이다.
누님께 이런 얘기를 하였더니 “엄마도 비상금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말하였다. 당연히 어머니도 급한 일이 있으면 지출할 돈이 필요한 것이다.
부부간에 반드시 발생하는 비상금 문제는 서로 자기의 주장을 내 세우며 다투지 말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느 선에서 일정 부분을 인정해 주는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결국은 공동의 목적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가장의 지위를 높여 주거나 아내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일은 상당히 중요하다. 아이들이 그러한 일을 본받기 때문이다. 부부가 화목해지고, 원만해 지려면 비상금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비상금 문제로 부부간 불화가 생기면 안 된다. 가화만사성이란 말도 있지 않는가? 비상금은 필요악이다.(2019. 11. 13)
첫댓글 본의 아니게 부부간 비밀 자금을 알게되었다면 인정해 주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부부간 비밀자금은 결국 가족을 위해 쓰일 테니까요. 체험했던 일 실감 있게 읽었습니다.
지극히 상식적이면서 서로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며 살아가야 하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진솔한 글 잘읽었습니다.
비상금의 견해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얼마간의 비상금은 긴요할 때 잘 사용한다면 가정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로비용 비자금과 함께 도매금으로 통용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진솔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비자금과 비상금은 어쩌면 동일한 성격의 돈이지만 그 쓰임새에 따라 문제가 되기도 하고 유용하게 쓰여 오히려 가정의 행복은 물론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넘길수 있는 필요악이란 생각을 하면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부부간에 얼마 되지 않는 작은 비상금은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게 현명한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액수가 크지 않은 비상금은 서로 용인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주머니가 비면 헛헛하다는 말은 현재 의퇴자들 세대에서는 여자보다 남자분들에게 더 해당이 되는 말 같기도 합니다. 부부간의 신뢰만 바탕에 있다면 액수나 씀씀이에 대해서도 이해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예금누락이 잘 해결 된 것은 당연하게 생각됩니다. 글을 통해 문우님의 강직함이 읽혀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누락되어 뒤늦게 알게되고 찾을 수 있는 재산이 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직자의 처신이 잘못되어 지탄받는 요즘.. 대다수의 투명하고 정직한 분들이 존경받을 수 있는 풍토가 되었으면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