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2회 농심신라면배의 최종국이 된 신진서 9단과의 대국에서 패한 커제 9단이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농심배 패한 커제 9단 "실력이 모자랐다"
"중국 선수들도 실력의 차이를 인식해야"
2017년 5월 인공지능(알파고)과의 대결에서 대국 도중에 눈물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고, 2021년 2월 인간(신민준)과의 대결에서 패한 후 인터뷰 도중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떨궜던 커제 9단은 신진서 9단과 벌인 농심배에서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서로 만만치 않은 바둑으로 보았는데 형세판단에 오판이 있었던 것 같다. 막판에 상대가 좌상에 뛰어들어 바꿔치기를 시도했을 때 미처 의식하지 못한 끼움수를 당하면서 당황했다. 국후 절예(인공지능)를 보니 쌍방 복잡한 수상전을 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유감스럽게도 두지 못했다."
국후 현지 취재진과 간단한 인터뷰 자리를 가진 커제 9단은 패배를 싹싹하게 받아들였다. 중후반에 신진서 9단의 낙관을 틈타 한 차례 기회가 왔으나 잡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후반에 나약하게 두었다. 실수를 하면서 손해를 보았지만 그래도 진 것은 아니었다. 인공지능을 보면 승률이 높았던 장면도 있었다. 막판에 나는 이미 진 것으로 알고 정교하게 계산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패인이었다. 즉, 실력이 모자란 것이다."
그동안 굵직한 승부에서 커제 9단에게 여러 차례 발목을 잡혔던 신진서 9단은 지난해 12월 중국갑조리그에서 불계승한 데 이어 2연속 승리를 거뒀다. 커제에게 연승하기는 3년여 만이다.
▲ 20여일 전 LG배 결승에서 신민준 9단에 패한 커제 9단이 인터뷰 도중에 눈물을 훔치는 모습.
중국 기자들은 한국과 달리 공식 대회가 거의 열리지 않고 있는 환경에 대해서도 꼬집는다. 커제 9단이 신진서 9단을 만나기 전까지 올 들어 5판만을 두었고, 21일만에 공식전에 임했다는 것(같은 기간 동안 신진서는 18판을 두었다). 다른 기사들의 사정도 낫지 않다.
설 연휴 기간까지 겹쳐 현재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회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명인전과 우슬봉조배가 새로 생기고 KB리그를 비롯해 쏘팔코사놀배, 맥심커피배, 용성전, 대주배 등등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기자들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 신진서 9단이 5연승을 올리며 끝까지 밀어붙였다. 신진서의 실력이 는 것인가, 아니면 중국 선수들의 컨디션이 떨어진 것인가.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이다. 주장으로서 막판에 버티지 못했다. 최근 세계대회에서 국내 선수에게 몇 판 진 후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매일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컨디션은 엉망이다. 실수도 많고 정교하지도 못하다.
신진서 9단에 대해서는 이전에 몇 마디를 했지만 그의 눈부신 성장을 모두 눈으로 보고 있다. 나도 몇 판을 두어 보고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중국 선수들도 실력 차이를 인식해야 할 것 같다."
▲ 2017년 알파고와 대국 도중의 커제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