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부부는 물론 그 가족들은 내게 무척 친절했지만 그래도 자기네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내주느라 난 마을 곳곳을 산책하고 다녔다 도시 쪽엔 집들 사이에 담장이 있는데 농촌은 집사 이에 울도 담도 없고 잔디밭 저 건너에 이웃집이 있다 집의 경계는 지형의 얕은 높낮이로 부드러운 선이 그어진 듯 네집 내집 할것없이 잔디밭으로만 이어져 있었다 건너집엔 놀이터 시설이 유난히 많아 유치원이나 탁아소 인가했더니만 바로 10번째 드디어 아들을 낳았다는 집이었다 헨리여사가 자기집 냉장고에 붙여둔 아홉 딸과 유일한 아들 사진을 내게 설명해준것을 생각해 내고는 그 집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니다 다를까 이웃에 동양인 아줌마가 와있으니 지네들도 호기심에 찬 얼굴로 날 살피는 거였다 우리들은 금방 친해졌다 놀이기구에서도 함께 뛰놀았고 자전거가 눈에 띄어 함 타자했더니만 선뜻 내어주었다 사이즈가 너무 작아 페달을 돌리기 어려우니 좀 더 큰 자전거를 타란다 것도 작으니 또 다른 자전거를.... 열 아이 모두 자전거가 있기에 각종사이즈별 자전거가 모두 있었다 미국도 남아선호가 없는 게 아니더라 아홉 공주에서 마지막 성공한 사내아이는 누나들 틈에서 아주 잘 놀았다 정말 신기한 듯한 파란 눈을 하고는 나를 바라보는 게 얼마나 귀엽던지.. 그 녀석의 계속되는 내 이름 묻는 질문에 피곤할 정도였다. 우리는 파란 잔디밭에 둘러앉아 노래를 했다 내가 유일하게 아는 \'반짝반짝 작은 별\' 아이들 역시 말도 잘 안통하는 아줌마와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으니 좋아라하며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부르자 했다 나중엔 군데군데 낙엽을 모아둔 곳으로 나를 유인시켜 낙엽에 파묻는 놀이까지 했었다. 헨리家 주방 높은 선반 위엔 빙둘러 자기로 된 오리가 키순으로 세워져 있었다(수백 마리?) 계절에 따라 북쪽으로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놓으시며 세월 흘러감을 바라보시는 거였다 내가 너무도 감탄을 하자 그중 젤 맘에 든걸 선물로 줄 터이니 한 개 고르라 했다 정말 황송해서 새끼오리 한 마리도 가져올 생각을 못했다 내말인즉 우리 나라 미덕은 짝 맞추어 잘 정돈 되어있는 남의 것을 욕심 내지 않고 오히려 더 보태주고 싶어하노라고.. 친구에게 그리 통역하라고만 했다. 미국은(독일식?) 아이들에게 동전을 주는 풍습이 있었다 우리가 헨리家에 도착했을 때 오랜 시간 기다리다 그냥 가신 큰딸이 자기의 조카들에게(내 친구의 아들과 딸) 편지를 놓고 가셨다 \"너희들을 환영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고 편지 안에는 페니(1센트: 미국 화폐중 젤 작은 단위)를 한 개씩 넣으셨다 아이들은 그걸 간직하여 자기 사물함에 두고 이건 어떤 분이 주신 것 저건 언제 받은 것하며.... 추억을 새긴다 했다. 드디어 헨리부부집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 친구가 부르기에 가보니 모든 식구들이 눈이 충혈 되어 어쩔 줄 몰라했다 난 무슨 일인가 싶어 물었더니 친구 말이 항상 이별할 때는 이리 눈물바다가 된다고 했다 나도 미국식 인사로 가족들 모두에게 허그를 했다 헨리 부부는 날더러 에니타임 자기집 방문하라고 허락하셨다 난 그 말이 어떤 말보다도 정겹고 좋았다. 헨리씨집을 떠나 와서 난 감사카드를 보냈다 그리고 한국에 연락하여 단청으로 된 원앙오리 한 쌍을 구해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드렸다 일평생 해로하라는 한국식 덕담의 뜻을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답장이 왔는데 오리도 고맙지만 원앙에 새겨진 뜻이 더 감동적이라 하셨다 어쩌다 한번 카드라도 보내면 꼭 답을 보내시는 분들이시다. 젊은태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