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因緣
<제18편 여검사의꿈>
④여검사의 귀향-16
이렇게 말한 진아는 나신 그대로 창가 다탁 앞에 앉아, 눈을 창밖으로 보내고 있었다. 시가지는 밤하늘에서 무수히 반짝이던 별빛들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듯이 보이었다.
그녀는 당초 수틀리면, 연이엄마와 싸우리라 별렀다. 김용신과 이혼하라고, 떼쓰는 상황까지 몰아가려고, 남자를 따라나선 거였다. 그렇지 않고선 무엇 때문에 저희 아내 만나러가는 남자와 동행했겠는가.
아직 학생신분으로 모름지기 남자와 계속 관계를 이어가면서 졸업한 뒤엔 아기를 낳고, 남자와 동거하면, 종국에 가서는 그네의 이혼조건이 성립되어 끝내 남자를 차지하리라 내다보았다.
그러나 무엇에 휘말리었는지, 유도되어 모두를 그녀에게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에 거부감을 갖기는커녕, 되레 따뜻하게 포용하였다. 그게 어쩌면, 피차 요행스런 일일지 모르나, 미제의 핵심은 그대로 남아있지 않은가.
“으-음, 끝났어? 물로 깨끗이 씻어!”
지혜가 용신에게 묻는데, 2차 진아와의 교접을 배려하는 말 같았다.
진아가 창밖으로 보내었던 시선을 접들이고, 잠시 눈을 감았을 때, 연이엄마의 물음은 성감이 둔화한 거라 짐작되었다. 그때 남자가 화장실로 들어가면서 여닫는 거센 문소리가 귀에 걸리었다.
진아는 눈을 감은 채, 자신의 나신을 머릿속으로 훑고 있었다.
그 애와 박진감 넘치는 탱고를 출 때, 샅을 축이는 날은 으레 밀회하였던 일들을 회상하면, 미칠듯 황홀하였다. 만일 지금처럼 남녀가 알몸으로 탱고를 춘다면, 반 바퀴도 못 돌아서 섹스로 이어질듯, 조급하였다.
어느덧 그 애는 화장실에서 나와 사분사분 발소리를 내면서 다가오더니, 의자에 앉은 팔을 낚아채었다. 그녀는 마치 벌거벗은 무도회처럼 알몸으로 알몸에 이끌리어 침대 앞 좁다란 공간에서 한 바퀴를 맴돌았다. 그러나 남자의 뻣센 성기가 연신 복부를 후리는 바람에 경악하여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흘-러!”
“벌써?”
“상상했던 거야! 근데 깨끗이 닦았니?”
“닦았어! 근데 계속 만들어지잖아?”
“디타임, 언니랑...”
“오케이!”
남자는 그녀를 안아다 대퇴부를 침상에 걸어 뒤로 눕히자, 그녀는 대뜸 두 다리를 침상가장자리에 일치시키면서 일자로 한껏 뻗자, 샅이 여과 없이 활짝 발기어지었다.
남자는 선 채, 꼿꼿이 일어난 것을 그리로 삽입하더니, 몸을 밀착시키었다. 채움과 밀착이 완료될 무렵, 일자의 다리가 동시에 남자의 몸 뒤로 감더니 빗장을 지르고, 또 두 팔로 남자를 동여매어 깍지를 끼자, 암수는 한 덩이로 뭉쳐 남자의 엉덩이가 그루박기를 시작하였다.
지혜는 그네의 교접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기교에 놀라고 있었다. 방금 위축되었던 남자의 성기가 다시 빳빳하여지면서 오뎅의 대꼬챙이마냥 찌르는 품이 여체를 꿰뚫을 거만 같았다.
지혜는 역시 남자는 법규에서와 같이 일부일처로 보다는 일부다처라야 한다는 주장이 떠오르고 있었다. 정수를 나누면, 아이를 더 생산할 수 있다는 이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보다 상실감이 한순간 뒤통수를 치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꼭 감아버리었다.
이튿날 아침 천복은 여인들 검진이 시작되기 직전, 전화벨소리가 울리자, 수화기를 들었다.
“정천복 씨신가요?”
“예, 그렇습니다만?”
“전, 정보부 조사관 정영훈이라고 합니다! 댁의 인근 방산여관으로 장소를 정했습니다. 잠깐 뵙고 싶은데요. 오늘 몇 시쯤 좋겠습니까?”
정영훈이란 남자는 깍듯이 예를 갖춘 말씨로 간단명료하게 만남의 시간을 요청하였다. 그런데, 성씨도 동성이지만, 영훈이라면 훈자돌림인데, 같은 항렬에 본관도 같으리란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혜와 관련한 조회 때문이란 직감이 들었다.
그는 상오에 일을 마치고, 점심식사 후 천상 하오에 시간이 날 거였다.
“오늘 오후 세 시 전후해서 뵙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오늘 오후 세 시 전후. 기다리겠습니다! 그 시간에 뵙죠.”
이렇게 약속한 뒤, 수화기를 내려놓고 눈을 돌리자, 지혜와 용신이 서있는데, 지혜가 말하였다.
“아빠 며칠 잘 쉬었어요. 이만, 서울로 가겠어요!”
첫댓글 지혜와 관련된 조회라지만 동성동본에 항렬까지 같다니 묘한 만남입니다
지금은 동성동본을 별로 알아주지 않지만 그때만 해도 친척이라
여겼지요. 지금은인간관계도 거의 허물어진상태죠. 행여나 돈이
생기는 일같으면 반길까. 국물도없으면서 정리만 가지고 만나보
보았자 술값만 나고 시간만 낭비한다는 피해의식이 농후한 시대
죠. 그런데 정영훈이란 조사관은 동성동본에 항렬까지 동항렬이
니반갑죠. 더욱 딸의 출신성분을 가름하는일이기에 당장 법관으
임명되는 문제도 그렇지만 법관도 앞으로 지검장 법원장 층층시
하가 아니겠어요. 승진할 적마다 조회가붙는데 천복은 긴장감이
없을라야 없을수가 없지요. 그런데 꼬트리를 잡힐때잡힐망정 일
가라니 대하기가 순조롭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