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의 사랑 / 김광욱
발레레리나는
젊고 아름답습니다.
뿐만 아니라
춤도 잘 추기 때문에
모두가 부러워하고 사랑합니다.
그녀는 프리마돈나로
오페라에 출연하여
관객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고
매스컴의 찬사를 한몸에 받았죠.
학교에선 선생님이고
가정에선 의사의 부인
유명 변호사의 따님이기도 합니다.
정말 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는 말은
그 여자를 두고 하는 말일 겁니다.
그녀가 요즘 깊은 사랑에 빠졌어요.
많은 남성들이 프로포즈를 해도
춤추는 발레리나는 못들은 체하고
시선도 주지 않았는데
그녀의 시선을 끄는 남자가
딱 한 명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하시죠?
궁금해하실 것 없어요.
정말 궁금해하고 말 것도 없는
그 남자는
지하도의 불쌍한 걸인이었습니다.
그 걸인은
정부에서 주는 최저생계비도
받지 못하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
레바논 난민입니다.
오늘도 무대 공연 나가는 길에
지하도에 들러서
걸인에게 먹을거리를 갖다 주고
어디 아픈 데 없는가 묻고
아플 때 먹으라고 상비약도 사 줬어요.
혹시 그가 경찰에 끌려가지 않았을까
다른 장소로 옮기지 않았을까
꿈속에서도 걱정
밥 먹으면서도 걱정
공연하면서도 걱정했어요.
이름도 모르는 그 걸인을 만나
좀이라도 도와 주고 나면
하루 일과가 수월했고 편한 잠 이룹니다.
그는 한 팔이 없어서
돈벌이를 할 수 없는 신세였고
귀도 먹었지요.
전쟁터에서 탈출하다가 총상으로
귀 먹고 팔 하나를 잃었죠.
발레리나는 그의 잃어 버린 팔이
되고 싶습니다.
그가 지하도를 떠나지 않고
국가에서 어떤 대책을 마련해 줄때까지
건강히 살아 있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