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계속 비가 내렸다.
기온은 자꾸만 떨어지고... 아기들은 감기에 걸려 콜록 거리는데
아이들에게 입힐 긴옷이 너무도 부족하다.
총무님과 사모님께 긴급요청을 했으나 사 주겠노라는 말만 되풀이 되고
입슬이 파랗게 되어 떨고 있는 아기들이 너무 가엽고 안타까워 견딜수 없다.
수진씨에게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 안선생님 오늘은 좀 쉬세요. 목욕은 제가 시킬테니 아이들 옷 좀 벗겨 주세요.
이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타올로 닦아 주시고, 지미는 옷좀 입혀주겠니? "
수진은 환히 웃는 얼굴로 목욕탕엘 들어갔다.
틈날때 마다 우리의 일을 도와 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어찌나 감사한지...
아이들의 옷을 벗기던 나는 애스더가 심한기침 때문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 수진씨! 이리좀 빨리와 보세요. 애스더가 죽을것만 같아요. "
수진은 황급히 애스더를 데리고 병원으로 떠나고 아이들은 온통 애스더의
관한 이야기로 웅성 거린다.
애스더로 인해 걱정 하고 있을때 여고1년생 경희가 나에게 찾아왔다.
" 선생님. 죄송하지만 부산까지 갈 차비좀 빌려 주시겠어요? "
" 지금 있는돈이 많지 않는데... 얼마면 될까? "
" 제 동생하고 둘이서 엄마한테 다녀 오려구 해요. 이천원 정도면 되겠어요.
저 한테도 저금한돈이 조금 있으니까요. "
엄마? 넌 한번도 엄마이야길 안한것 같은데..., 엄마가 계셔? "
" 별로 하고 싶은 얘기가 아니라서요. 저 다녀와서 모두 말씀 드릴께요.
" 그래. 잘 다녀와라. 이거 전부라서... 혹시 조금 남으면 아이스크림 이라도
사먹어. 네가 넘 이쁘고 착해서 그냥 주고싶거든, 즐겁게 잘 지내다 와라."
며칠후 경희는 빌려간 돈을 내밀며 " 고마왔습니다. " 라며 활짝 웃는다.
" 선생님 마음 잘 알지만 제가 빌려 달라고 했던 거니까 받으세요.
엄마가 매달 용돈을 조금씩 보내 주시거든요. 지난번 처럼 급할땐 빌려
주시면 고맙겠구요. "
경희아버지는 병으로 돌아가셨고 엄마는 남동생과 함께 부산에서 가정부
생활을 하고 있으며 경희는 동생과 함께 이곳 애망원에 있지만,
학교를 졸업하면 부산으로 내려가서 취직을 하고 엄마를 돕겠다고 한다.
" 더 열심히 공부하고 힘차게 살아야지. 네가 정말 자랑 스럽구나."
" 전 선생님이 좋아요. 다른 선생님들 하곤 다른것 같아요. 무슨일이 있으면
상의하러 와도 되지요? "
"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잘 이겨 낼수 있을줄 믿어. 넌, 다른애들 보다 행복한
아이라고 생각이 드는구나. "
" 무슨말씀인지 잘 알겠어요. 그리고 저 말이죠. 행복이든 불행이든 여러사람과
나누는 사람 될래요. 선생님처럼... "
경희는 손을 흔들며 긴 복도를 달려 나갔다.
그리고 얼마후 방학이 되어 엄마가 계신 부산의 집을향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떠났다. 또 그렇게 웃음짓는 얼굴로 돌아 오겠지.
첫댓글 그후에도 경희는 자기말대로의 사람이되었겠지요?오월의향기님..어찌 그리 젊은날부터 주님의 사람이되어 많은이들에게 위로와힘을 주셨을까요?성령의힘으로 주님의힘으로 능치못함이없음을 봅니다.지금은 따님과 이런저런이야기나누시면서 따뜻한 안방에계신지?아니면여전히 봉사의나날에바쁘신지.지금생활도궁금하네요.
저의 글을 계속 읽어보시게 되면 지금 생활을 알수 있을거예요.
네!!!!!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