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울산시의회 후반기 의장 재선거가 물거품이 됐다. 우스꽝스러운 것은 후보로 등록했던 2명의 시의원이 휴일인 토요일에 그것도 선거를 이틀 앞두고 일방적으로 불출마를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함부로 결정을 내리면 의장 선거가 무산될 것이란 사실을 그들이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 정말 용감하게 감행했다. 울산시 민의의 대표기관인 시의회를 우습게 봤거나 아니면 돈키호테 중 하나다.
지난달 의총에 앞서 국민의힘 시의회 원내대변인은 이성룡-안수일 두 의원을 제외하고 재선거 후보를 단일화하겠다고 했었다. 지난 7월 빚어진 무효표 파동으로 인해 시의회 의장 기능이 정상화되지 못한 만큼 두 의원에 대한 배제론이 설득력을 얻었던 게 사실이다. 두 사람을 제외하고 다시 의장 선거를 실시해야 시의회가 지금까지의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 정당성도 확립하고 그간 손상된 의회 위신도 일부나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이성룡 전 의장은 여전히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단일후보가 됐다.
지난 1일 의총 1차 투표에 나선 김기환 전반기 의장과 이성룡 의원은 9대 9로 동수를 이뤘다고 한다. 여당 소속 시의원 19명 가운데 10명이 이 의원을, 9명이 김 전 의장을 지지했는데 이 의원 지지표 가운데 한 표가 무효로 처리돼 2차 투표에 들어갔으며 결국 10대 9로 이 의원이 단일후보로 낙점됐다는 것이다. 7월 의장 선거 투표 당시에도 무효표가 나와 아직도 의장 당선 무효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무효표가 나왔다. 그리고 2차 투표에서 1표 차이로 이성룡 의원이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지난 7월 1차 파동 당시와 판박이다. 김기환 의원이 이에 불복해 의장 후보로 등록했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인지 이번에는 둘 다 동반 사퇴했다. 출마도 사퇴도 제 멋대로인 셈이다.
후반기 울산시의회 의장으로 누가 선출되던 울산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다. 전국 광역시의회 가운데 의장 선출을 두고 이런 쇼를 벌이고 있는 곳은 울산시의회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자신들의 과오로 광역 시의회가 전국 망신살이 뻗었고 의장 대행 체제라는 비정상적 구도가 수개월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성(自省)은커녕 뻔뻔스러움에 가까운 오만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시민들이 "감투싸움에 눈이 멀었다"고 비난한다. 앞으로 1년 반 후에 실시될 지방선거가 두렵지도 않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