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퍼’ 설기현(26·울버햄프턴)은 2일(한국시간) 아침 강릉의 어머니 김영자씨(48)에게 국제전화를 했다. 설기현이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새해 인사를 건네자 김씨는 금방 설기현이 골을 넣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김씨는 “기현아 골 넣었냐”고 물었고,설기현은 “새해 첫날 골을 넣어 기분이 좋다”고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김씨는 “아침 일찍 전화올 때는 꼭 골을 넣었을 때”라며 “최근에는 아침 일찍 전화 오는 일이 없었는데 새해 선물로는 최고”라고 기뻐했다. 단지 팀이 1-1 무승부로 비긴 것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설기현은 한국과 시차가 9시간 나는 현지시간 12월31일 밤(한국시간 1월1일 아침) 낭보를 전할 수 있었지만 경기를 앞두고 긴장한 탓에 경기 후 전화를 걸기로 했다. 행운이 따랐던 것일까. 을유년 새해 인사를 하면서 마수걸이 골이라는 큰 선물까지 전해 기쁨은 더했다.
설기현이 새해 해외파 태극전사로는 처음으로 골을 작렬시켰다. 설기현은 새해 첫날인 1월1일 오후3시(현지시간) 열린 챔피언십리그 플리머스와의 홈경기서에서 화끈한 선제골을 터뜨렸다. 잉글랜드 진출 후 정규리그 첫 골. 설기현이 벨기에에서 잉글랜드로 이적한 뒤 골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9월21일 칼링컵(프로리그팀 간 대항전) 번리전에서였다.
설기현은 이날 경기에 공격수로 선발 출전,전반 24분께 장쾌한 27m짜리 중거리포를 터뜨렸다.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설기현은 과감한 몸놀림으로 공격을 주도,2005년의 대활약을 예고했다. 하지만 울버햄프턴은 설기현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후반 13분 플리머스의 프리오에게 동점골을 내줘 1-1로 비겼다.
설기현은 지난해 12월29일 브라이턴과의 홈 경기에서 11경기 만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한 뒤 이날 다시 풀타임을 뛰어 새로 부임한 글렌 호들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음을 확인했다.
리그 1호골로 시즌 1골,4도움을 기록한 설기현은 구단 공식사이트를 통해 “안더레흐트에서는 공격수로 많은 골을 넣었지만 울버햄프턴에서는 왼쪽 날개로 뛰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고 싶다”고 말했다. 설기현은 골 넣은 상황에 대해 “볼을 정확하게 차려고만 했는데 운좋게 골문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파워와 스피드의 잉글랜드 무대 적응에 애를 먹었던 설기현은 “다른 나라로 옮겨 뛰는 것은 어렵고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는 잉글랜드 축구에 많이 적응됐고 울버햄프턴도 집처럼 느껴진다. 호들 감독의 압박플레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울버햄프턴은 7승11무9패(승점 32)로 리그 18위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