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울컥하는 마음에 그냥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쓰러진 허우대를 몇초동안 바라보았다.
아씨.....어째 조금 애가 부실해보인다 했어.
잘못되기라도 하는거 아냐?.
겁난다....
무서운 마음이 들은 나는 쭈그려앉아 허우대를 요리조리
살피기 시작했다.
"야.........정신차려봐....야야.........허우대..............."
"............."
허나, 조금의 미동도 보이지않는 허우대.
어떡해...얼굴이 어째 창백한거 같기도 하고...
원래 창백했나?. 아닌데....아까까지만해도 얼굴에 혈색이
좋았던거 같은데.
"야야 정신차려봐 야아........"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어떡해 잘못되기라도 한거야 정말?
손이 차갑다. 입술도 왠지 파래진 느낌이드는데?? 어 어떡하지?...........
앞이 막막했다.
까만 그림자가 드리워지는것도 같았다.
막막한 마음에 허우대를 일으키려 해보았으나..
헛고생이었다. 비록 빼빼 말랐어도 키가 장난아니게 컸기때문에
160밖에 안돼는 짜리몽땅한 내 키로는 도저히 감당 불가능이었다.
"으으 ....왜이렇게 무거운거야. 빼빼 말라뵈는데."
나는 일단 몸이 급속도로 차가워지는 허우대의 몸을 따뜻하게 해줘야한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방으로 후다닥 달려가서 내가 덥고자는 이불로 허우대의 몸을 감싸주었다.
그리고 허우대의 머리를 들어
품안에 꼬옥 끌어안았다.
어떡해 어떡해.....
"야.....얼렁 일어나봐 야.........너왜그래 야아....."
'찰싹 찰싹'
허우대의 볼을 때려보았지만....그것도 헛수고였다.
창백해진 허우대의 얼굴을 바라보니....
어릴적 허우대와 보냈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손톱으로 긁어서 나의 이마에 흉터를 남긴것과...
샤브샤브라고 속이고는 지렁이를 내게 먹인것 등등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지나갔다.
그리고.......허우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얘도 많이 힘들텐데.
우리집밖에 있을곳이 없는데...
부모님이 안좋은일 당하고, 얘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텐데...아직 19살밖에 되지않은 어린앤데, 이런 짐을 짊어지기엔
너무 어린것만 같은데.
"야.....미안해. 내가 잘못했어...우리집에서 너 살아도되
그니까 제발 눈좀떠......."
어디선가 솟구쳐오는 울컥하는 감정과 의미모를 감정이 뒤섞여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러더니.......눈물 한방울이 주륵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 허우대의 머리통색깔과 맞먹는 입술에 톡- 하고 떨어졌다.
'움찔 - '
나의 간절한 마음이 닿은걸까?..
허우대는 조금 움찔하더니 눈커풀을 들어올려 눈을떴다.
///......
그와 동시에 허우대와 나의 이상야릇한 포즈를 깨달은 나는
허우대의 머리를 저멀리 내동댕이 쳐버렸다.
"아악-
왜 남의머리는 던지고 지랄이야!"
"..내....내마음이야!! 이거 이리내놔!"
아씨...왜이렇게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거야...,,
나는 허우대가 덥고있는 이불을 휙 낚아챘다.
그리고 이불을 품에안고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야 초딩, 가슴좀 키워야겠더라."
".....................야!!!!!!!!!!!!!!!!!!!"
다음날.
즐거운 방학을 맞이하여 쭈-욱 불규칙적인 생활의 연속이었다.
새벽 2시쯤 취침해서 오후 1~3시쯤 기상...
하하하 정말 폐인의 경지구나.
허나, 오늘 내가 7시...이런 이른시각에 일어난 이유는
망할놈의 왠수덩어리 허우대의 전학수속때문이다.
우선, 이놈의 허우대를 깨우는게 급선무인데...온전히 일어날까?.
;'찰칵';
방문을 열어보니.
어우...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깡마르고 볼품없는 몸이 뭐가 그리 자랑스러운지 삼각팬티 하나만 달랑입고
이불은 다 걷어차고 쿨쿨 세상모르고 자고있는 허우대.
이것도 남자라고...순간 내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지금 깨달은것이 하나 있다면, 녀석의 목젖이 아주 섹시하다는 것이다.
한번 만져보고싶기도 하고.....
..내가 미쳤나...나의 임무를 잊은거야?!
"야야 일어나 기상 기상!!!!!!!!!!!!!!!"
'쾅쾅'
방문을 주먹으로 치며 기상~을 외쳤다.
허나, 조금의 미동도 하지않는 허우대.
그에 자극받은 나.
"야야!!! 일어나 이자식아!! 빨랑안일어나?! 학교안갈래?"
아무리 고함을 질러보아도...
허우대는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하지않았다.
이런 끈질긴놈.
최후의 수단이다.
이방법까진 안쓰려고 했는데....너의 고막을 생각해서
안쓸려고 하였지만, 니가 이렇게 나오는이상 어쩔수가 없구나.
나는 허우대에게 스리슬쩍 다가갔다.
그리고 놈의 귀에대고 크게 소리쳤다.
하늘이 떠나갈정도로 크게..
"일.어.나!!!!!!!!!!!!!!!!"
"아 씨!!........"
그제서야 신경질을내며 온갖 욕설을 내게 퍼붓는 허우대.
그러면서 투덜투덜 몸을 일으킨다.
"씨바 왜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초딩!"
"뭐??! 초딩?!!! 야!! 너 학교안가냐? 빨랑 안인날래?"
"아오 별게 다 귀찮게구네."
"뭐???..별...별거?! 내가 별거냐 앙?"
"그럼 니가 뭐 대단한거라도 되냐?"
"이게! 누나한테 꼬박꼬박 말대답하는것좀 봐라!"
'빠악-'
건방짐이 하늘을 찌르는 허우대.
다혈질인 나의 인내심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결국 나의 손은 허우대의 뒷통수를 후려갈겼다.
"아씨바 어딜때려 이초딩아! 아프잖아!"
"아프라고때렸어! 빨랑일어나서 씻어라 어?"
"씨바 존나 재수없어 어디서 저런 초딩이 굴러들어와서 투덜 투덜..."
"뭐야?!!! 얼렁 씻어라!!!"
나는 집이 떠나가라 고함을 질러댔다.
그랬더니 자기도 질렸는지 어슬렁어슬렁 긴다리를 이용해
화장실로 걸어가는 허우대.
아오 씨. 땀이 다나네.
허우대를 깨우는데 진이 다빠진 나는 지친몸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학교에 입고갈 옷을 찾기위해 옷장을 뒤적였다.
이놈의옷들...왜 죄다 이런옷들 뿐인거야.
아무 무늬없는 하얀티,후드티,면바지,청바지,목에 고무줄 늘어난 티셔츠 등등...
중학교때부터 암것도 모르고 공부만 해온 결과물들.
결국 나는 1년전에 엄마가 남자친구 생기면 입으라고 사준
원피스를 입기로했다.
한번도 안입은 원피스..
남자친구가 생겨야 입지-_-
상자에 고이고이 담겨있는 원피스를 꺼내보았다.
으헉..
색이...색이 바랬다.
하얀색이 누렇게 여기저기 얼룩덜룩...
이런걸 입고갈순 없어..그리고 날씨도 추워죽겠는데
하얀색은 너무 추워보이겠지??..
앗차차...그러고보니 이건 봄에입는거구나.
결국 있는 옷들중에서 그나마 제일 정상적인 옷들로
골라입었다.
고작 남방에 찢어진 청바지이지만....이게 내옷들중엔 제일 정상적인
옷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머리는 어떻게할까?...에이 모르겠다. 뭐 선보러가는것도 아닌데..
어깨 조금넘는 머리는 그냥 한쪽으로 묶었다. 그리고 얼굴이 트는것을 방지하기위해
스킨도 조금 발라주고, 입술 트는것도 방지하기위해
립글로즈도 조금 발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겨울의 동반자 하얀색 패딩을 걸쳤다.
나름대로 거울앞에서서 만족감을 느끼고는 방문을 나섰다.
허우대는 벌써씻고 방으로 들어갔는지 화장실이 비어있었다.
시간 다되가는데..,,
얘는 왜이렇게 준비하는 시간이 길데?.
"야 빨랑안..............."
답답한 마음에 허우대의 방문을 열어보았더니...
허얼.....
삐쭉삐쭉 고슴도치처럼 솟은 머리, 그리고 잔뜩 힘들준 은색 정장차림의 허우대가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지고있는게 아닌가..
"야.. 너 너 이거뭐야?"
"뭐가?"
"야.. 너 무슨 선보러가냐?? 왜이렇게 차려입었냐?"
"잘보여야 할거아니냐.. 그런데 넌 그게 뭐냐?-_-^ 것도 옷이라고 입은거냐?"
".....괘...괜히 멋내서 뭐하냐? 늦었어 빨랑가야되."
"아 잠깐만."
잠깐만을 외치고는 왁스를 머리에 쳐바르는
허우대.
여자인 나보다 멋내기를 더 좋아한다.
-_-^ 어린것이 벌써부터 이상한 바람이나 들어가지고는..
은색정장을 뽀대나게 차려입은 허우대. 거기다가 까만색 구두까지 신었다.
반면에 나는 그냥 그저그런 옷차림에 스니커즈화.
뭐...어때??...선보러 가는것도 아닌데..,
근데.....남자인 이놈에게 왠지 꿇린다는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빌라를 빠져나와 차가 주차되어있는 주차장으로 갔다.
역시나 변함없이 나를 기다려주는 빨강색 나의 애마.
"오오~초딩 차도있어?"
"- _ -^ 무시하냐?"
"다시봤는데~ ㅊㅏ죽인다 ㅋㅋ"
"흠흠, 어서 타기나해."
왜이렇게 기분이 좋고 어깨가 들썩거리냐...
흐흠. 내가 괜히 대딩인줄알어?.
엄마랑 아빠가 작년 생일때 뽑아준거라고 오호호~~
허우대의말에 콧대가 높아진 나는
우아하게 폼잡으며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순조롭게 차를 출발시켰다.
운전경력 이래뵈도 1년 푸하하~
"오~ 초딩 운전 꽤나한다? 엉?"
"훗...내가 쫌하지?"
"좋덴다."
"뭐?!"
"야야 앞을봐 앞을!! 박을뻔했잖냐."
"........."
역시 이놈은 고수였다.
어릴때부터 나를 갈구고 놀리고 골탕먹이는덴 선수였지.
맨날 안당한다 안당한다 자기최면을 걸어도
매번 놈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어리버리한 나...
허우대가 다닐 학교는 이지역에서 알아주는
문제아 학교.
이름만 인문계지 왠만한 실업계 학교보다 더 못하는 거의 밑바닥수준의
학교.
학생의 80~90%는 거의 문제아라는 별로 좋지않은 학교.
10여분정도 달리자, 성문고에 도착했다.
몇년전만 해도 꽤 알아주는 학교였는데....어느샌가 똥통학교로 전락한
비운의 학교.
"여기가 니가다닐 학교야."
"오오~ 끝내주는데~"
ㅊㅏ에서 내려 교문을 향해 걸었다. 교복을 괴상하게 입은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있었다.
모두들 허우대를 의아한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긴/...얘가 쫌 특이하게 생기긴 했지.
시선을 집중시키는 빨강머리,요란하게 귀에 달려있는 피어싱까지..
예사롭지가 않은 아이지.
교무실로 가는동안...왜이렇게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은지..
내가 다 민망할 정도였다.
허나, 허우대는 이런걸 즐기는것 같았다.
더 으스대며 이상한 폼새로 걷는 허우대.
가까스로 교무실을 찾았다.
그리고 교무실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역시나 모든이의 이목은
우리..아니 허우대에게 집중적으로 몰려있었다.
"저기........전학수속 밟으러 왔는데요."
무언가 좋지않은 교무실 분위기에 머뭇거리다가
가장 만만하게 생긴 선생 한명을 붙들고 물었다.
"아, 그러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다행히도 만만하게 생긴 선생님은 꽤나 착해보였고, 친절하게
안내해주었다.
"학생이 정말 귀엽게생겼네요? 호호..."
"- _ -^ ㄴㅔ?"
"귀엽다구요 호호....옆에분은 오빠?"
"아니 저기..........제가아니라 얘가 전학오는거예요."
아무래도 선생님은 내가 전학올 학생으로 착각했나보다.
이럴땐 동안인 얼굴이 너무나 야속하기만 하다.
"ㅋ....."
허우대 이놈. 날 비웃어??!...
씨이....있다가 밥 안줄거야.
자존심 팍상한다 진짜.
"어머...미안해요~ 나는 정말 몰랐어요."
"뭐, 괜찮아요.여기 서류요"
나는 만만하게생긴 선생님께 전학수속에 필요한
서류를 내밀었다.
"아 네, 그런데 이런 머리색으로는 우리학교 교칙에 어긋나요.
내일부터 학교 나오도록 하구요. 머리는 무난한 색으로 바꿨으면 좋겠어요"
역시 허우대의 머리색깔이 트집거리가 되었다.
ㅎㅓ우대는 3학년1반으로 배정받았고, 선생님한테 내일부터 머리를 까맣게 물들여서
등교하기로 약속을하고는 학교를 나왔다.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개자식※※[3]
-3-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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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0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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