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는 뒷다리로 울었다'라는 소설을 써놓고 나서 드는 의문이다. 의문이라기 보다 이미 대답을 준비한 질문이겠다.
우리가 가장 혐오하고 지저분하다고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퀴벌레다.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혐오의 대상이다. 나는 가끔 (요즘에는 자주) 인간이 바퀴벌레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기주의적인 인간, 물론 천민 자본주의가 끝없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겠지만, 물질의 탐욕에 눈이 먼 미국인들, 일본인들, 영국인들, 다들 알고보면 다른 나라를 침략해 괴롭혔던 나라들이 지금은 잘 먹고 잘 산다. 신은 죽었다! 아니면 악마가 신이다! 신이 악마다!
나는 요즘 '민중'이란 개념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이 단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민중 대신 초라하고 이기적이고 바둥거리는 개별 인간만이 있을 뿐이다.
나를 포함하여 모든 이들이 바퀴벌레로 보인다. 온갖 향수로 치장하고 온갖 장신구와 쇠붙이로 몸을 뽐내도 그들에게서는 돼지 냄새가 난다. 글을 써서 자신을 드러내보이려는, 소위 작가라는 나르시시즘 환자에게서도 그 비슷한 냄새가 난다. 과연 글 써는 게 그렇게 추앙받고 존경 받아야 할 일인가? 내가 보기에 아무런 댓가없이 통학길 횡단보도에서 아이들 안전을 챙기는 여자들이 훨씬 값져 보인다. 비록 자신의 자식을 '아이들'이라는 일반 대중으로 확대한 이기주의가 엿보이기는 하지만.
우리시대의 바퀴벌레들. 그 탐욕 때문에 전쟁에 마지못해 찬성하는 미국도 그렇고 거기에 경제 때문에 마지못해 파병하는 우리도 그렇고. 울분을 삭이지 못해 괴로워하지만 정작 밥벌이 때문에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나도 그렇고.
우리는 모두 바퀴벌레다. 안쓰런 바퀴벌레. 그 바퀴벌레 끼리도 서로 영역싸움을 하며 시기할 것인가? 아니면 서로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안쓰러워 해줄 것인가?
과연 바퀴벌레의 나르시시즘은 무엇인가? 존재 그 자체인가?
요즘들어 스타일리스트들에게서 그런 냄새를 맡는다. 나도 언제 스타일리스트로 살짝 가면을 쓸 지도 모르겠다. 이 냄새가 질릴 듯하면 일부러라도 다른 냄새를 맡아보려고 '낭만'이라는 '환각'에 도취되려고 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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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는 뒷다리로 울지 않는다' 글을 쓰면서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의 상상과 주워들은 이야기들을 꿰맞추어 글을 쓰려니 체험에 기반한 이야기를 쓸 때보다 훨씬 힘듭니다. 특히 소재주의적 상상력은 저도 한몫한다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장면적 상상력은 정말이지 그 반대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들은 이야기 중에 '잘못하면 소재주의로 흐를 수 있다. 구체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걸 되새기고 있습니다. '한 아름다운 나라 이야기'에서도 주인공의 구체성이 아주 떨어지죠. 주인공과 적대자의 갈등이라는 전통적인 대립 기법을 사용해도 좋을 텐데 막판까지 밀어붙이기에는 아직까지 게으름이 작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아무튼 제 글이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첫댓글 ㅋㅋㅋ 버들강아지님, 이 글에서 등짝 넓은 사내 혹 나체 고양이님 안 닮았나요? 그리고 한동훈님이 걷고 있는 작가라는 U자형 길에서 이제서야 거의 바닥을 치고 올라서는 게 아닌가 싶네요. 어디 내려갈 만큼 내려갔으니까 이제부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 올라보시구랴.
그리고 몇편의 작품을 읽지 않았지만 님의 작품을 보면서 느낀 건데 저 위에서 소재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말에 유념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다보면 너무 지나치게 한 소재에 자신을 낙인시키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가 있죠.
왜 제 왜소한 등짝과... 귀엽기만 한 고양이가 여기서 등장하는지.... -.-
가츠님, 등짝소년^^; 원경님, 가보지 않은 길은 알 수 없다, 그러니 가야한다는 이야기 잘 듣고 자극받았습니다. 요즘에는 막판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자신과의 1대1 싸움인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싸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모티콘이...흑흑흑.. 이모티콘을 자제하기는 쬐끔 어렵나 봅니다..흑흑흑.....
음...... 제 별명이....ㅠㅠㅠㅠㅠㅠㅠ 날아다니는 바퀴벌레인데....암튼..영광입니다.~!!=_=;;
무언가에 집착한다는 것은 좋게 생각해서 그것에 관한 깊은 통찰을 이끌어 낼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뭐, 하긴 너무 한쪽에만 빠져서 허우적덴다면야 안되겠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