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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바구니//茂正 정 정민
왕십리에 있는 한 병원의 7층
환자복을 입은 내 친구는
무료하여 회색 하늘을 보고 있다.
눈이라도 금방 내릴 것 같은 하늘이
마치 저물어 가는 인생길 같다고 생각하며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어 본다.
목수로 잔뼈가 굵어 수십 년을 해온 일
아차 하는 실수로 2m 높이 사다리에서 떨어져
골반에 금이 가고 무릎에 돌멩이가 박혀
8주째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다.
이 일로 다시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되거나
걷지 못할 일은 없지만
수십 년을 떨어져 본 적이 없었던 사다리에서
작은 방심으로 떨어지고 보니
언제나 긴장하지 못한 것이 후회막급이다.
무슨 일이든 가장 잘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
자만심으로 긴장의 끈을 놓아 버리기 때문이다.
운전을 하는 일도 글을 쓰는 일도
심지어는 늘 가는 산을 오르는 것도 그렇다.
언제나 초심으로 겸손하게 임해야 한다.
병원에 있는 것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 있지만
육신의 병을 치료한다 하더라도
자유가 일부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
마음은 또 다른 병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위문차 찾아가는 날
가장 위로가 되는 선물을 생각했다.
친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선물이 무엇일까.
그러자, 머리를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에
급하게 아내를 불러
붉은 장미가 들어간 풍성한 꽃바구니를 부탁했다.
내 생각이 적중한 것을 그 병실에서 알았다.
잘 웃지 않던 사람이 벙긋거리는 것을 봤다.
작지만 깊은 미소를 봤다.
미소의 의미는 친구가 와주어 고맙고 처음으로 받아 본
화려한 꽃바구니가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지천명이 되도록 꽃바구니를 받아 보지 못했다.
꽃다발은 받아 본 적이 있지만 화려한 꽃바구니를
받아 본 기억이 전혀 없다.
우리는 어려운 육이오 직후세대라서 늘 가난하였다.
지금도 그 가난을 벗어 버리지 못했다.
실용적인 것만을 생각하다 보니
꽃을 선물하는 일이 없었다. 음료수나 과일이 전부였다.
그런데 막상 선물하고 보니 행복이다.
주변 환자 모두가 은근하게 꽃바구니를 부러워했다.
삭막한 병실에 꽃이 피어나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육신의 병은 의사가 마음의 병은 꽃이 치료하는 것은 아닐까.
06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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