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의 『이방인』은
그가 알제리에서부터 구상하기 시작해
1940년 6월에 집필을 완료했다고 알려져 있다.
프랑스가 전쟁에 패했을 때
카뮈는 클레르몽페랑 시로 피난을 가면서
타고 간 자동차의 트렁크 속에
『이방인』 원고를 싣고 갔는데,
그 원고는 그 후 느리고도 어려운 길을 거쳐
마침내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그리고 생전의 카뮈는
스스로 가장 ‘부조리한 죽음’이라고 말했던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이방인』은
“오늘, 엄마는 죽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여
곧바로 “아니 어쩌면 어제였을지도 모른다.”라는 서술이
뒤따르는 간결한 문체와
밋밋하고 건조한 문장들이
독립적으로 병치되어 있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방인』은
‘자기 자신과 사회에 대해 낯설게 느끼는 자’
혹은 ‘사회가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자’이고,
보통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괴팍한 인간’ 뫼르소가 등장한다.
주인공 뫼르소는
보통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괴팍한 인물로 비춰지기도 한다.
하지만 뫼르소는
어머니의 사망을 전하는 간결한 전보를 받은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보여주었을 것처럼
뒤이을 의례화된 장례절차에 따랐으며,
어떤 면에서는 보통사람과 마찬가지로
무난히 장례를 마쳤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슬픔이 외부로 표출되든 그렇지 않든
어머니의 죽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동반한다.
다만 뫼르소는
그 슬픔을 눈물이라는 매개를 통해
외부의 타인들에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여러모로 자신의 심리상태,
내면의 모습을 솔직하고 정직하게 진술했다.
요컨대 『이방인』의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에 의해서
유죄를 선고받았다고 할 수 있다.
작품 속 검사의 시각에서 보자면
그런 인간은 이미 살인의 마음을 품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며,
결국 법정의 판단은
그런 마음을 품은 모든 독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카뮈의 『이방인』은
어머니의 죽음,
아랍인의 죽음,
뫼르소에게 선고된 죽음을 통해서
인간 실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뫼르소의 거짓 없는 자기 드러내기를 통해서
카뮈는 인간의 삶에서
‘이방인’이었던 인간 존재가 부조리를 자작하도록 이끌고 있다.
정상으로 올려놓으면
다시 밑으로 굴러 떨어지고 마는 바위 덩어리를
다시금 묵묵히 밀어올리기 위해서
아래로 내려가는 ‘시시포스’처럼,
『이방인』의 뫼르소는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우리 인간을
노예가 아니라 ‘주인’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뫼르소 :
주인공으로서 ‘부조리’라는 개념을 구현하고 있는
정직한 인물.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 거주하는 젊은 사무원.
마리 카르도나 :
뫼르소가 전에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던 타이피스트.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바로 다음날
상중의 뫼르소와 밤을 함께 보낸다.
레이몽 생테스 :
뫼르소와 같은 층에 사는 이웃.
뫼르소에게 친구가 되어 달라고 제안하고
자신을 대신에 편지를 써주기를 부탁하며,
뫼르소와 마리를
문제의 일요일에 자신의 친구의 별장으로 초대하여
뫼르소의 아랍인 살해의 단초를 제공한다.
줄거리
『이방인』은 전체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는 여섯 개의 장으로,
2부는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
1장. 알제에 거주하는 젊은 사무원 뫼르소는
마랭고의 양로원으로부터
엄마의 죽음을 알리는 전보를 받고서 양로원으로 간다.
그리고 양로원 원장과의 대화,
문지기와의 대화,
문지기가 뫼르소에게 밀크 커피를 제공,
끝날 것 같지 않은 밤샘이 이어진다.
다음날 장례식을 마치고 알제로 돌아온다.
2장. 토요일이다.
잠에서 깨어나자 뫼르소는 해수욕을 하러 가고,
그곳에서 마리 카르도나를 만나
그날 저녁 영화관에 가고 함께 밤을 보낸다.
3장. 월요일. 뫼르소는 층계에서 살라마노 영감을 만난다.
그 영감은 같은 층에 사는 이웃이고,
그의 옆에는 구박덩어리 개가 항상 함께 있다.
그리고 같은 층에 사는 다른 이웃인 레이몽 생테스를 만난다.
그리고 레이몽과 친구가 된다.
4장. 한 주가 흘러간다.
토요일에 마리와 해수욕을 한다.
증인이 되어 달라는 레이몽의 부탁을 들어주고,
살라마노 영감이 방안에서 우는 소리를 듣는다.
5장. 레이몽이 한 친구의 알제 근처에 있는 조그만 별장에서
오는 일요일을 보내자고 뫼르소와 마리를 초대한다.
레이몽은 하루 종일
자기의 옛 정부의 오빠도 낀
한 패의 아랍인들에게서 미행을 당했다.
6장. 일요일에 뫼르소, 마리, 레이몽은 별장으로 간다.
그곳 해변에서 뫼르소는 아랍인을 권총으로 죽인다.
제2부
1장. 예심판사의 여러 차례의 심문이 이어진다.
예심이 11개월 동안 진행된다.
2장. 뫼르소의 감옥 생활,
마리의 면회와 감방에서의 뫼르소의 관심사들이 소개된다.
3장. 다시 여름이 되고, 재판이 시작된다.
심문을 통해 뫼르소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는 것,
마지막으로 어머니 시신을 보는 것을 거부했다는 것,
담배를 피우고 밀크 커피를 마셨다는 것이 알려진다.
4장. 뫼르소는 마치 이방인처럼 법정에 앉아 있다.
사람들이 그에 대해 말을 하면서도,
결코 그에게 의견을 묻지 않는 것이다.
검사의 눈에는,
뫼르소가 범죄를 사전에 계획했다는 것이다.
검사는 피고의 ‘냉담함’을 고발하면서 여러 사실들을 추적한다.
5장. 뫼르소는 형무소 부속 사제의 면회를 계속 거절하다가
결국 사제와의 면회를 하게 된다.
이후 뫼르소는 자신의 사형집행을 인정한다.
“오늘, 엄마는 죽었다.”
이 번역문은 『이방인』 원문의 첫 문장,
“Aujourd'hui, maman est morte.”(오주흐뒤, 마망 에 모흐뜨)를 옮긴 것이다.
‘죽었다’, ‘죽는다’라는 동사에 앞서는 ‘엄마는’이라는 주어의 자리에
모든 인간은 예외가 없다는 것을 카뮈는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방인』에는 죽음이 여럿 나온다.
먼저 엄마의 죽음,
아랍인의 죽음,
그리고 뫼르소의 선고된 죽음이 뒤따른다.
이 죽음들은 자연사, 살해,
그리고 법에 의한 죽음의 선고라고 할 수 있다.
죽음에 직면한, 인간의 숙명에 직면한,
아니 엄마의 배에서 나온 인간 존재 자체의 실존에서 엿보이는
‘부조리’는 죽음에 대한 성찰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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