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흘려보내기(let go)
상처와 고통 치유하는 법
우리가 명상을 하면서 훈련하는 중요한 내용 중 하나는 집착하지 말고, 흘려보낼 건 흘려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셔터스톡
이 세상에 상처와 고통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이 세상에 상처와 고통이 없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성인 혹은 현자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상처를 통하여 성장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상처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고, 중독에 빠지고, 증오심에 가슴을 불태우기도 한다. 이런 것은 사실 자기패배적인 태도인 것이다.
위기도 마찬가지이다. 위기는 삶의 순간순간 닥쳐오는데, 어떤 사람들은 위기를 통해서 더 성장하고 더 강해지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위기를 맞아 쓰러지고 만다.
죽음도 비슷하다. 죽음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죽음을 맞아 추한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도 비슷하다. 외상(trauma) 후에 스트레스 장애에 걸리는 사람도 있고, 외상 후에 오히려 성장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명상을 하면서 훈련하는 중요한 내용 중 하나는 집착하지 말고, 흘려보낼 건 흘려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명상 가운데에 상처와 고통, 위기, 죽음 등의 본질을 보고, 그리고 그 의미를 깨닫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흘려보낼 건 흘려보내라. 그러면 패배대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요즘 마가스님이 가사를 쓰고, AI가 작곡과 노래를 부른 “무상의 진리”라는 노래를 매일 두, 세 번은 듣는다. 들을수록 마음이 평안해지고 평화로워진다. 그런데 이 노래의 핵심 주제는 바로 내려놓을 건 집착하지 말고 내려놓고, 흘려보낼 건 흘려보내라는 것이다.
아래에 흘려보내기(let go) 명상 가이드를 하나 제시한다. 따라서 해보기 바란다.
눈을 감고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운 채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호흡을 한다.
상상으로 당신이 아름다운 숲속에 있다고 시각화하여 바라보라.
멋진 높은 나무들이 하늘높이 쑥쑥 솟아 있고, 아름다운 수많은 꽃들이 나무 사이사이에 피어 있다. 이름 모를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 부르고 있다.
사슴, 노루, 토끼, 다람쥐 등 순하고 귀여운 동물들이 뛰어다닌다. 영혼마저 시원하게 만드는 바람이 가볍게 불고 있다. 어떤 느낌이 드는지 살펴보라.
숲 한 가운데로 냇물이 흘러내려가고 있다. 냇물 옆에 있는 널찍한 바위 위에 앉아서 흘러가고 있는 냇물을 바라보라.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라.
이제 당신이 내려놓지 못하고 꼭 품고 있는, 당신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고 있는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바라보라. 어떤 상처와 고통들이 있는가?
이제 가슴 속으로 손을 넣어, 내려놓지 못하고 가슴에 꼭 품고 있는 마음의 상처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흐르는 냇물로 던져버려 보라.
그리고 흘러 떠내려가는 그 상처들을 바라보라.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라.
바람은 여전히 나무 사이를 느슨하게 쓸어가고 있고, 새들은 노래하고, 동물들은 뛰어다니고 있다.
글 | 윤종모 주교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