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디자이너들이 꿈꾸는 공공공간
어린이, 청소년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도 다음세대이다. 지금의 도시는 앞으로 그들이 살아갈 공간이다. 다음세대 디자이너들은 서울 공공공간의 다음세대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을까. 그것을 통해 우리가 현재 서울의 공공공간을 인식하는 것도 다르게 다가올 수 있을지 모른다.
필자와 서수경 교수님이 지도한 숙명여자대학교 환경디자인과 4학년 졸업생들의 졸업작품전시의 주제는 ‘The Next Generation of Space - 서울 공공공간의 다음세대’였다. 특별히 서울의 대표적 도시공공공간인 동대문/문래동/시청앞/어린이대공원/서울로7017을 다음세대 공간으로 제안한 내용이었다. 우리가 흔히 알던 재개발이나 보존의 갈등 대신 미래 한국사회가 가져야 할 가치와 그에 대한 대비를 이야기하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숙명여대 환경디자인과 졸업작품 전시회의 모형
수직화된 패션 네트워크가 동대문의 역동성을 깨운다
김예은, 박주현이 제안한 동대문의 시간 프로젝트
DDP앞, 꺼지지 않는 도시였던 패션타운 ‘동대문’은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어느덧 쇠락해가고 있다. 많은 공실과 변화 없는 공간들이 더욱 사람들의 방문을 꺼리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이 팀은 철저한 현장 답사를 통해 이러한 안타까운 마음을 제안에 담았다.
무표정한 기존 두 개의 패션 타워를 부분 철거, 다양한 연결을 통해 패션스쿨부터 매장, 물류, 리서치, 런웨이 등 패션 산업의 모든 요소를 도시에 투영시킴으로써 역동성을 회복하길 기대하고 있다.
DDP가 내부에 어떤 활동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지만 강력한 수평적 형태로 도시에 어필하고 있다면, 맞은 편의 이 새로운 제안은 수직적이며 입체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상보적으로 동대문의 발전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DDP 건너편의 기존 건물을 수직화된 광장으로 적극적 개조를 통해 공공 공간과 패션 산업의 흐름을 담을 수 있게 제안했다.
커스터마이징 과정이 도시적으로 드러나 활기를 찾는 문래동
조문경, 황소영이 제안한 문래동의 흔적과 손길을 흡수한 미래.
문래4가는 일제시대의 ‘영단주택’단지가 있던 곳으로, 서울에 남겨진 얼마 안 되는 과거의 흔적이 남은 도심 공업지역이다. 이곳에 일반적인 주상복합 개발계획이 있지만 이 팀은 기존 영단주택의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여 새로운 산업단지를 제안했다.
그 산업은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로 스쿠터, 바이크 등 전통적인 개인 탈것을 넘어 전동킥보드, 세그웨이 같은 모든 장치들을 ‘맞춤제작(customizing)’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단계별 과정을 문래동 지역에 노출시키고 고객들이 자주 찾으며 지역이 활성화하게끔 구상했다. 지역 전체를 감싸는 주행 시험도로를 배치하여 더욱 움직임이 부각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역사적 흔적이 새로운 산업에 이용되는 매력적인 공간을 제안했다.
개인 모빌리티의 개성화 과정이 도시의 모습도 변화 시킨다.
입체화된 광장으로 시민의 논의를 담고 시청 앞을 역사와 연결시키다
김연수, 안예진의 새로운 시민 공간으로의 서울광장 제안.
시청 앞 광장의 현재 모습은 늘 아쉬움을 품어왔다. 이곳은 큰 의미에서 시민들 간의 소통과 논의의 장소였다. 이 팀은 이러한 시청 앞 서울광장을 여러 레이어들이 입체적으로 엮여있는 장소로 제안한다.
형태는 전통적인 시민들의 접근로에서부터 연장되었으며, 각 레이어의 높이는 기존 시청사와 덕수궁 등 주변을 고려하여 세밀하게 조절되었다. 이러한 입체적 광장에서 사람들은 더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큰 갈등으로 대립되는 것보다 세부적인 소통이 이루어질 장소가 될 것이며 서울의 역사적 장소들이 시각적으로 이곳과 연결될 것이다.
시민의 흐름과 장소의 역사가 반영되어 구성된 새로운 서울광장.
동물과 시민이 공존하는 법, 새로운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이은비, 이호정의 새로운 유형의 도시 동물원 제안.
21세기에 동물원은 많은 이슈를 갖고 있다. 동물들을 그들의 서식지가 아닌 철창에 가둬두는 것이 과연 맞는가 하는 논의들이다. 그런 연장선에서 광진구의 기존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은 여전히 예전 방식으로 시민들을 맞고 있다. 동물원에 가둬 두었던 동물들을 다시 야생으로 데려가 놓아주는 무책임한 방법 대신 도시 내에서 시민의 일상과 동물의 생활이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을 제안했다.
어린이대공원 인근의 도시 구조를 대공원 안으로 연장하여 시민생활의 플랫폼을 만들고 수직으로 깊게 파서 각 동물의 특성에 맞춘 서식지 높이를 제안했다. 높이에 따른 식재를 같이 제안하여 각 동물군들이 서로 섞이지 않으면서도 생활할 수 있게 조절했다. 시민들은 동물들을 단지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구성의 한 개체로 동물권을 인식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기존 도시 조직을 그대로 살려 시민들이 동물들을 만날 수 있게 제안.
진화한 서울로7017이 기후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다
서울로7017은 차량의 고가도로에서 시민의 고가공원으로 거듭났지만 완전한 상태라 보기 어렵다. 또한 시대적으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바, 기후 위기와 재난상황은 해가 지날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다. 서울로7017은 바로 인근에 서울역이 있어 시민이 가장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시각적 초점이기에 기후 위기의 위험성을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이 팀의 제안은 2050년의 기후재난 가상 상황을 바탕으로 의료, 식량, 거주의 최소한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모듈 시스템을 포함한다. 그 모듈들은 서울로7017 위와 아래에 입체적으로 배치돼 시각적인 경각심을 불어 넣어주고, 유사시에는 기차에 실려 전국 어디든 이동할 수 있도록 규격을 맞추는 등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프로젝트는 그 시나리오와 개념, 시스템와 비주얼을 인정받아 독일에서 개최하는 세계적 디자인 어워드인 iF 어워드의 학생부분에서 최종 파이널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