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너 보고 예쁘다고 했어? "
원래 여자들 사이에는 비밀따윈 없는거다.
말안하기로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결국엔 어느새 나불나불 거리며 모든걸 말해버리는
내 조동아리.
" 속고만 살았냐. 누가 들을까 부끄럽다.
입밖으로 꺼내지 마라. "
" 크크.. 쪽팔리긴 하나보다?
하긴, 걔 좋아하는 기집애들 귀에 들어가면
그리 좋을건 없을거다. "
그래, 맞아...
요새 친해져서 까먹었지..
그놈은 꽤 생겼고 그만큼 그놈 좋아하는
여자들도 웬만큼을 있을테지?
에이씨.. 철장에 가둬놓도 키울수는 없나?
누가 못보게..
지영원 평생 나만 보고 살게..
이세상에 여자는 나밖에 없고
내가 제일 이쁜줄 알게..
그건 무리겠구나.. 헤헤
" 참, 어제 도형오빠가 너 데려다줬지?
무슨 얘기 하면서 갔어? "
순간 표정이 어두워지는 소리.
이년 또 불쌍한 우유팩 던져서
지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여자인것 마냥
생쑈하는거 아니야?
" 에휴.. 밴든지 뭔지 괜히 한다고 했나봐..
이제 와서 그만 둘 수도 없고 "
" 뭐? "
" 아니야, 엄마랑 수아는 잘 있어? "
이녀석아..
뭔데 황급히 말을 돌려..
이번만 봐줄테니 아픈짓 좀 그만해라.
" 글쎄.. "
" 글쎄라니, 니네 엄마하고 동생 잘 있는줄도 몰라? "
" 요즘 두사람 이상해.. 둘이 나빼놓고 이상한말도 자주하고.
어젠 집에도 안들어왔어. "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더이상 말은 못했지만
다시 생각하니 우울하기 짝이없었다.
도대체 어디갔길래 연락도 안하고 집을 비운거야..
정말 암울한 인생이구만..
" 이야.. 중학교가 이렇게 좋네? "
결국은 우리학교에서 그리 멀지않은
수아네 학교까지 찾아갔다.
쪽팔리게도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입을 다물줄 모르고 학교 구경을 하는 소리.
" 어떡해!! 쟤 진짜 잘생겼어!!
역시 중학생이라 털도 안뽑은 영계구만~ "
안그래도 모두 띠꺼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왠 주접이니.
소리를 질질 끌어 수아 반까지 겨우 올라갔다.
3학년 7반..
수아네 학교 와보는건 처음이네..
수업이 모두 끝났는지 청소하는 아이들 몇명만
보이는 교실 안.
수아도 갔나보구나..
" 저기.. 수아 집에 갔니? "
그래도 가장 착해보이는 아이에게 친절한 척 하며
물었다.
요즘 중학생은 무섭단 말이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는지..
" 수아요? "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아이.
뭐가 잘못됐니?
" 응 "
" 수아 요즘 학교 안나와요 "
돌맹이 천만개쯤이 가슴에 얹혀버린듯한 느낌.
이기지배.. 내가 누구때문에 힘든 알바까지 하는데..
나처럼 안크게 할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기지배..
" 학교를... 안나와? "
" 네. "
" 왜..? "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는 아이.
그리곤 옆에서 빗자루질을 하던 아이를 불렀다.
" 이정아, 수아 왜 요즘 학교 안나오는 지 알아? "
빗자루질을 멈추고 우릴 쳐다보며 말하는
이정이란 아이.
" 글쎄.. 지가 그만 뒀다는 소리도 있고,
술집나가는거 들켜서 정학먹었다는 소문도 있고..
주원이가 그러는데 걔 요즘 노래방뛴데.
수입 짭짤한가봐. "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순진하고 착하다고 생각했던 수아가..
그렇게 믿었던 수아가..
내동생 수아가..
정말 구역질이라도 날것같았다.
그래서..
그래서 친구집에서 잔다고 해놓고
다음날 매일 피곤에 절어서 오고..
성적표좀 보자고 하면 그렇게 피한거였어?
믿어야 하는데..
내 동생 믿어야 하는데..
왠지.. 저 아이들이 말이 맞는것 같다..
참 나쁜 언니인거 같은데 언니 너 못믿겠어..
경직되서 아무말도 못하는 소리.
너도 그렇게 놀라운데 그 아이 언니인
내 심정은 어떻겠니..
억장이 무너진다는게 무슨 소린지 알것같다..
" 알려줘서 고맙다.. "
" 근데 수아하고 무슨 사이세요? "
" 수아 언니야 "
이말만 하고 뒤돌아서 걸어가는데
이상한듯 말하는 아이들.
" 야, 수아 가족 엄마밖에 없다고 하지 않았냐? "
" 맞아, 가족소개할때 분명히 그랬어.
가족 신문에도 그렇게 썼고.
아빠는 어렸을때 돌아가시고 외동딸이라고.. "
.... 너 정말
아빠하고 내가.. 너한테 그렇게 창피하고 피곤한 존재였니..
나는.. 정말 나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 가족 잘못만나 고생한다고
얼마나 미안하게 생각했는데..
나는 그렇다 치고 아무리 잘난 아빠 아니어도
살아있는 아빠 죽었다고 한건 너무하잖아.
남들처럼 자상한 아빠 아니었어도 너한테만큼은
잘했잖아..
엄마하고 나한텐 행패부려도 넌 막내딸이라고
얼마나 예뻐했는지 니가 잘 알잖아..
학교를 어떻게 빠져나온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걷는지도 모르겠도
어떻게 숨을 쉬는지도 모를 것 같았다.
내 삶에서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날이 며칠이나 될까..
" 후... "
" 수인아.. "
" 담배있냐? "
" 수인아.. "
" 사람들이 담배를 왜 피는지 알겠다.
이렇게 뭐가 꽉 막혀있는거 같을때
그거 한대 피면 싹 내려갈것 같다. "
벤치에 앉아서 허공만 몇십분째 쳐다보고 있다.
내가 뭘 어떡해야하니..
내가 어떻게 해..
참 사는게 뭔지..
뭔가 좀 행복해지려고 하면 더 큰 불행이 집어 삼켜버리고..
인생사는게 그렇다지만 이건 너무 심하잖아..
내가 얼마나 행복했었다고..
이제 내 행복 좀 찾겠다는데 방해하는게
왜 이렇게 많은건데..
" 수인아.. 괜찮아..? "
" 그럼.. 이런거에 끄떡할 김수인 아냐 "
그건 그렇고.. 부탁 하나 있다. "
" 뭔데! 우리 수인이 소원 언니가 다 들어줄께!! "
괜히 오버하는 소리.
너만한 친구도 없다 정말..
" 오늘 니네 집에서 좀 자자. "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미운오리새끼※[16]
행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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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04 20:05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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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가 수인인마냥-_-; 놀랐네요.; 아무튼 너무 재미있고 빨리빨리 끝가지 다 보고싶네요 ㅋㅋㅋㅋ
헉..수아 ..! 힘들었던게군아.. 힘내 수아 ~♡
ㅜ,ㅜ;;수아어떻게..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