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감찰 불법논란] 통화자료 받아 尹뒷조사에 활용… 법조계 “심각한 불법”
법무부가 ‘한동훈 검사장 감찰’ 명목으로 채널A 사건 수사 기록을 서울중앙지검에서 넘겨받은 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사유를 만드는 뒷조사에 악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법무부가 요구하는 대로 수사 기록을 주라고 형사1부장에게 수차례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이 역시 논란이다.
<YONHAP PHOTO-2618> 법무부 청사 나서는 박은정 감찰담당관 (과천=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심의 전날인 1일 오전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윤 총장에 대한 감찰 타당성을 검토하는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견진술을 마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 문제는 법무부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지난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출석해 ‘윤 총장과 한 검사장의 유착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취지로 윤 총장 부부가 한 검사장과 주고받은 통화·메시지 내용과 횟수 등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윤 총장이 측근인 한 검사장 감찰을 방해했다는 추미애 법무장관의 주장도 윤 총장 징계 청구 사유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복수의 법조인은 “‘한동훈 감찰용'이라고 중앙지검 형사1부를 속인 뒤 채널A 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윤 총장 부부 뒷조사를 진행하고, 이후 통화 내역까지 공개했다면 심각한 불법”이라고 했다. 한동훈 검사장의 통화 기록을 한 검사장 감찰이 아닌 다른 용도에 활용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고, 민간인인 윤 총장 아내의 통화 기록을 감찰위원에게 공개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공무상 기밀 유출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특히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이 법은 유죄 시 처벌 조항이 징역형밖에 없다”고 했다.
8일 오전 추미애 법무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이날 여당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불과 7분 만에 기습 처리했다. /이덕훈 기자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0월 말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로 한동훈 검사장의 채널A 사건 수사 기록을 복사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당시 박 담당관은 수사 기록을 통째로 요구했고, 형사1부는 “수사 중인 사안이다. 자료를 특정해서 요청하라”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박 담당관은 전체 수사 기록이 아닌 통화 내역에 대한 복사를 요구했고, 이에 형사1부는 ‘한 검사장과 전 채널A 기자 간의 통화 자료만 주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형사1부장에게 “다른 통화 내역도 주라”고 지시하는 등 이 과정에 개입, 결국 한 검사장과 윤 총장 부부의 통화 내용이 법무부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수사팀은 법무부가 복사해 간 한 검사장의 통화 기록이 윤 총장의 감찰에 쓰일 줄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연가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박은정 담당관은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자신 명의의 입장을 내고 “적법하게 수집한 자료”라고 주장했다. 박 담당관은 법무부 감찰 규정 제18조를 근거로 들며 “(검사에 대한) 비위 조사 업무에 필요한 경우 검찰청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직 검찰 간부는 “법무부 규정보다 법(통신비밀보호법)이 더 상위법인데 하위 규정을 내세우는 것은 법리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법무부 감찰을 위해 수사 과정에서 수집된 어떤 자료라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궤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