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녀왔습니다. "
더 놀다 가라는 도형오빠의 말에
자꾸 수아가 생각나서
다른사람보다 조금 더 일찍 와버린 집.
아빠가 없는데도..
여전히 삭막하고 어딘가에 갇힌다는 착각속에서
벗어나질 못하게 하는 집.
이미 집은 내게 너무나 답답하고
날 작게 만들어버리는 비좁은 새장에 불과했다.
' 벌컥! '
" 수인이 너! 어디가서 이제 들어와! "
웬만해선 화를 잘 내지않는 엄마인데도 불과하고
외박을 해서인지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전화라도 한 통 할걸 그랬나..
" 소리네 집에서 자고왔어. "
" 근데 전화 한통도 없어?
너 집에 있는 가족 생각은 하는거야 안하는거야! "
화가났지만 참았다.
원래 참는건 익숙하니까.
" 알았어, 앞으로 외박절대 안할께.
피곤하니까 그만 하자. "
" 엄마가 말하는데 피곤해?
너 버릇이 이렇게 없었니? "
" 아, 진짜 왜이래!
나만 잘못했어?
엄마랑 수아도 내가 걱정하는건 생각도 안하고
전화도 없이 집에 안들어 왔잖아! "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꾹꾹 담아 놓았던 말이
결국은 튀어나오고 말았다.
나 원래 이러지 않았는데..
" 엄마하고 너하고 똑같아?
아빠없다고 그새 흐트러 지니? "
" 엄마!! 그런말이 어딨어!"
" 언니! 엄마한테 왜 소리지르고 그래?
언니가 뭘 잘했다고 소리를 지르냐고! "
수아까지 나와서 날 몰아붙였다.
아, 젠장..
왜 또 눈물이 나오려고 하냐..
진짜 안울기로 했는데..
왜 우리집에서 난 꼭 외톨이같냐..
" 너 집에 있는 엄마 생각은 한번이라도 해본거야? "
" ......... "
" 입이 있으면 말을 해봐! "
" 악!!! 나 좀 내버려둬!!
지금 엄마나 수아 아니어도 돌아버리겠으니까
좀 내버려두라고!!!! "
결국은 터져버리고 말았다.
17년동안 참아놓았던..
불만 한번 제대로 토해내지 못했던 내가..
결국은 터뜨려버렸다.
" 아니, 뭐?
수인이 너.. "
" 도대체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다고 이래!!!!!!
내가 지금까지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인 줄 알아???
14살때 엄마랑 아빠랑 수아랑 처음으로 외식했던 때야!!!!!
17년을 살면서 가족끼리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외식했던 거라고!!! "
" 언니! "
" 이 나이에 옷사고 싶은 생각, 학원가기 싫은 생각
용돈 많이 받고 싶은생각은 커녕
어떤 일을 해야 돈을 많이 벌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우리 수아 나처럼 안클까
무슨짓을 해야 우리 엄마 하루라도 안울수 있을까!
그래도 가족이니까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어떤일에도 안우려고 발악하고 억척스럽게 살려고 노력했다고!!
근데 난 이 집에서 무슨 존재야!!
그냥 어디서 돈벌어오고 가족들 뒷바라지 해주는 기계야??
언제 나한테 미안한다고 사랑한다고 한번이라도
꼭 안아준 적 있어?
그런거 한번 안해주면서 제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고!! "
' 쾅! '
하...
결국은 다 말해버렸어..
이러지 않기로 했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한테 스트레스 풀면 안되는데..
김수인.. 이래서 어떻게 집에 들어갈래..
영원이 보고싶다..
영원이나 어디서 불쑥 튀어나왔으면 좋겠다..
" 알고있나요.. 내가 얼마나 그댈 사랑하고 있는지.. "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흥얼거리는 남자의 노래를 부르는 소리.
목소리 예쁘다..
그자리에 서서 그남자의 노래를 끝까지 모두 들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갈곳도 없었고 다리가 그 자리에서 붙어버린 듯 했다.
" 알지 못해도.. 말하지 못해도..
내맘속엔 오직 그대만이.. 전부란걸.. "
노래가 다 끝나도 그네에 멍하니 앉아있는 남자.
당신도 어지간히 인생사는게 힘든가 보구려..
언제 같이 술이라도 한 잔 마십시다.
에휴....
" 수인이니? "
소리네 집이라도 가려고 발을 떼는데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목소리.
" 어? 세진오빠네?
여기서 뭐해요? "
노래부르던 사람이 세진오빠였어?
의왼데?
무슨이유던 어때.. 만났으면 그만이지.. 헤헤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다 만난 사람이라 그런지
아까에 어색함이고 뭐고 반가워서 죽을 것 같았다.
" 파티는 다 끝났어요? "
" 응.. 도형이가 소리한테 술 먹여서
좀 난리가 나긴 했지만 그런데로 괜찮았어. "
참 괜찮았을 것 같군요..
소리는 술 잘 못 먹는데..
술을 잘 먹던 못먹든 거기까진 문제없는데
술주정이 정말 손톱만큼 심하다.
" 소리 술먹으면 막 우는데..
그거 엄마도 못달래요.
그동안 쌓아둔거 풀릴때까지 눈물 안그치는데
도형오빠 엄청 피곤하겠네요. "
" 몰라, 그자식이 피곤하건 말건 알게 뭐야 "
참 착하시군요, 세진 오라버니.
당신만은 다른 인간과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게 그거였어.
쳇..
" 그건 그렇고 파티 끝났으면 집에 가지
왜 여기 앉아있어요? "
" 바람쐬다 들어갈려고. "
둘다 몇분동안 말이 없었다.
발로 모래를 파헤치다가 바람이 불자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아마도 바람을 타고 온 세진오빠의
비누냄새 때문인 것 같았다.
좋다.. 헤헤
" 그때 기억나?
너 여기서 울고 있어서 내가 달래줬잖아. "
" 아.. 기억나죠.. "
지금 생각하면 너무 쪽팔리다.
얼마나 웃겼을까..
" 너 그때 진짜 예뻐보여서 내가 반했잖아.
장난 아니야, 진짜야. "
" 거짓말.. 아까 냉장고 문에 보니까 오빠 첫사랑 있던데요?
바람피는 거에요? "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웃는 세진오빠.
괜히 말 꺼냈나?
앨범 꺼내 본거 들키는 거 아니야?
" 그래.. 내 첫사랑..
영원한 내 첫사랑....
너무 예뻤지.. 내 첫사랑 "
정말 그리운지 너무 슬픈 눈빛에 빠져버린 세진오빠.
그래봤자 어렸을 때 일일텐데..
" 보고싶어요? "
" 응.. 너무 보고싶어..
하루에도 몇번씩 그 아이 생각밖에 안나고
그아이가 했던 예쁜 행동밖에 기억이 안나.
정말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정말.. "
또 다시 대화가 사라진 우리.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가벼운게 아니었나봐..
이사람 너무 그리워 하고 있어..
" 추억이 아름다운 이유가 뭔지 알아요? "
" .......... "
" 다신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에요.
정말 재밌고 감명깊에 봤던 영화나 책을
다시 한번 보면 더이상 처음 봤던 느낌이나 전율을
그대로 느낄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아련한 기억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때문에
더욱 더 그리워지고 아름다워 지는거에요.
사실은 그렇게 특별하지도, 예쁘지도 않은 일인데.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건 추억이 될 수 없겠죠.. "
" ... 술사줄까? "
결국은 맥주집을 와버린 우리.
사실 이렇게 힘들때마다 먹어보지도 못할 술이
너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둘다 말이 없었다.
서로 남이라는 듯 앉아서 술만 죽어라 마셨다.
먹어도 먹어도 목이 말랐다.
아무리 먹어도 더 먹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한잔이라도 더 먹어야 아픈게 없어질 것 같았다.
취해가는게 느껴져도 마시는걸 멈추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 추억이 아름다운건 돌아갈수가 없어서랬지? "
나보다 더 마셨으면 더 마셨을지 덜마시진
않았을 세진오빠는 정말 멀쩡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대답을 하면 분명 꼬인 발음만 나올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술만 계속 마셨다.
" 근데... 그 아름답지 않은 추억이라도
다시 돌아가고 싶으면 어떡하지?
그 추억이 너무 아프더라도 그냥 그 추억속에서
살고싶으면 어떡하지?...
다시 돌아가지 않으면..
아파서... 정말 못견딜 정도로 아파서 미쳐버릴 것 같으면.. "
" 글쎄요..
그렇게 다시 되돌아 가고 싶은 추억이 없어서 모르겠네요. "
역시 예상대로 발음이 많이 엉켜버렸다.
자고싶다.. 술을 이래서 먹나봐..
아픈거 다잊고 먹다가 아무생각 없이 잘 수 있어서..
" 그럼 어떡해....
.......... ..... ....... .. 찾은건데...
..... 모르면 어떡해... "
" 네? "
" 아니야.. 집에 데려다 줄께. 가자.. "
" 아 싫어! 싫다고! 집에 안가!!!!
이거놔!!! "
그 많은 술을 먹고서도 집에 가기 싫다는 생각만이
머리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싫어..
이런 모습 엄마랑 수아한테 이런 모습 보이기 싫어...
" 이차! "
기합소리와 함께 내몸이 붕 떠오르더니 누군가에
등에 업혀버렸다.
아마 세진오빠 등이겠지..
" 많이 힘들어 보인다, 우리 수인이... "
그래요.. 많이 힘들어요.
아파서 죽을 것 같아..
" 우리 수인이 .. .... ...... ....
그랬는데...
....... ...... .... 힘들어 보인다.. "
하나도 안들려.. 하나도...
나도 소리 닮았나?
왜 술먹으니까 울고싶지?
정말 나도 지칠때까지 막 울고싶다..
" 수인아, 자니? "
" 영원아..... "
" ......... .. "
그순간 왜 영원이가 튀어나왔을까..
날 업고 있던건 세진오빠였는데..
세진오빠 기분 나쁘겠다...
" 아휴!! 술을 얼마나 먹인거야! "
" 그냥 좀 마셨어.. "
" 그럼 집에 데려다주지, 여긴 왜 데려와! "
" 집에가기 싫다잖아. "
" 에휴.. 그래..
괜찮아? "
" 내가 안괜찮을게 뭐있어.. "
" 말.. 했어? "
" 했을리가 있나.. 하..
나 갈께, 쟤우고 아침먹여서 보내. "
마지막으로 들은 다인언니와 세진오빠의 대화다.
다행이다.. 집이 아니어서..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아... 원래 세진오빠 성격을 이렇게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점점 후회가 밀려옵니다.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미운오리새끼※[19]
행운아♣
추천 0
조회 131
05.02.04 20:01
댓글 6
다음검색
첫댓글 잘 보고 있어요..ㅋㅋㅋ
어?-0- 미운오리새끼라는 소설 잇엇는데;;;ㅎㅎ 제목이 똑같네용 ㅎㅎ
아아 !! 다음편 보고싶어요 ㅜㅜ!!
히히 넘재밌어요~^ ^*!
재미잇어효~~~@@@@@
재밋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