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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호지(水湖誌) - 115
수호지 제47회-2
송강이 황망히 말리며 말했다.
“형님! 노여움을 가라앉히십시오. 두 장사가 불원천리(不遠千里) 찾아와 동심으로
협조하겠다는데, 어찌하여 목을 베라고 하십니까?”조개가 말했다.
“우리 양산박 호걸들은 왕륜을 몰아낸 후부터 충의를 근본으로 삼아 백성에게 널리
인덕을 베풀었다. 지금까지 어떤 형제도 산을 내려가서 예기가 꺾인 적이 없었고,
새로 온 형제나 먼저 온 형제나 모두 호걸의 광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저 두 놈은 양산박 호걸의 이름으로 닭을 훔쳐 먹었으니 그로 인해 우리도 모욕을
당한 것이다. 오늘 먼저 저 두 놈의 목을 베고 그 수급을 호령으로 하여 군마를 일으켜
그 마을을 소탕함으로써 예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 얘들아! 빨리 저놈들의 목을 베라!”
송강이 말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습니다. 형님도 저 두 아우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까?
고상조 시천이란 자가 원래 그런 놈이라 축가의 성질을 야기한 겁니다.
어찌 이 두 아우가 산채를 욕되게 했겠습니까? 저도 축가장 놈들이 우리 산채를
적대시한다는 말을 매번 듣고 있었습니다.지금 산채의 인마는 많은데 돈과 식량이
부족합니다. 우리가 그놈들을 찾아가려 한 것이 아니라 그놈들이 억지로 털을 불어가며
허물을 찾으려 했으니 이 기회에 그놈을 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장원을 얻게 되면 4~5년 간의 식량이 생깁니다. 우리는 괜히 그놈들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실은 그놈들이 무례한 것입니다.형님은 잠시 노여움을 가라앉히십시오.
제가 재주는 없지만 직접 군마를 이끌고 가서 아우들과 축가장을 치겠습니다.
만약 그 마을을 소탕하지 못한다면 산채로 돌아오지 않겠습니다.
첫째는 산채를 위해 원수를 갚고 예기를 세우는 일이며, 둘째는 이 아우들이 당한 치욕을
씻는 일이며, 셋째는 많은 양식을 얻어 산채에서 쓸 수 있는 일이며,
넷째는 이응을 산채로 불러 입당시킬 수 있는 일입니다.”오용이 말했다.
“공명형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어찌 산채의 수족을 스스로 벨 수 있겠습니까?”
대종이 말했다.“저를 베시더라도 인재 등용의 길을 끊어서는 안 됩니다.”
여러 두령들이 모두 힘써 만류하자 조개는 비로소 두 사람을 용서하였다.
양웅과 석수가 사죄하자 송강이 위로하며 말했다.“아우들은 다른 마음을 갖지 말게.
이것은 산채의 호령이니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네. 비록 송강이라 하더라도 과실이 있으면
참수할 수밖에 없고, 감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이네.
최근에 철면공목 배선이 군정사가 되어 공을 포상하고 죄는 처벌하는 규정을 확립하였으니
아우들은 용서하기 바라네.”양웅과 석수는 절을 하고 또 사죄하였다.
조개는 양림 아래 자리에 앉게 하고, 산채의 졸개들을 불러 새로 온 두령에게
인사하게 하였다.소와 말을 잡아 축하연을 열고, 가옥 두 채를 배정하여
양웅과 석수가 거처하게 하고, 각기 열 명의 졸개들이 시중들게 하였다.
다음 날 다시 연회를 열어 축가장 칠 일을 상의하였다.
송강은 철면공목 배선을 불러 산을 내려갈 인원을 선발하게 하고, 여러 두령들과 함께
축가장을 치고, 그 마을을 소탕하고자 하였다.조 두령은 오용, 유당, 완가 삼형제, 여방,
곽성 등과 산채를 지키기로 하고, 나루와 관문, 주점 등을 지키는 인원은 동원하지 않기로 했다.
맹강은 배 건조하는 일을 주관하고 마린을 대신하여 전선(戰船)을 감독하게 하였다.
축가장을 치러 가는 두령들은 두 부대로 나누었다.
제1대는 송강·화영·이준·목홍·이규·양웅·석수·황신·구붕·양림이 졸개 3천과 3백 군마를
거느리고 앞서 진군한다.
제2대는 임충·진명·대종·장횡·장순·마린·등비·왕영·백승이 졸개 3천과 3백 군마를 거느리고
뒤를 따라 접응한다.
금사탄과 압취탄의 소채는 송만과 정천수가 지키면서 군량을 보급하게 하였다.
조개는 부대를 전송하고 산채로 돌아갔다.
송강과 여러 두령들은 축가장을 향해 진군하여 독룡산 앞에 당도하였다.
아직 1리 정도 남았는데 제1대는 하채하였다.송강은 중군 막사에서 화영과 상의하였다.
“축가장 안은 길이 매우 복잡하여 진병하기 어렵다고 들었네. 먼저 두 사람을 보내
오가는 길을 정탐한 후에 진격하는 것이 좋겠네.”이규가 말했다.
“형님! 오랫동안 사람을 죽여 보지 못했으니 내가 먼저 갈게요.”송강이 말했다.
“넌 안 돼. 적진을 깨뜨리는 일이라면 너를 앞장서게 하겠지만, 정탐하는 일에는 널 쓸 수가 없어.”
이규가 웃으며 말했다.“저런 좆같은 장원 하나쯤이야 형님이 힘쓸 것 없이
네가 얘들 2~3백만 데리고 가서 모조리 베어 버리면 그만이지, 뭔 정탐을 할 필요가 있어요?”
송강이 소리쳤다.“네 이놈! 헛소리하지 말고 구석에 처박혀 있다가 부르면 오너라!”
이규가 나가면서 말했다.“그까짓 파리 몇 마리 때려잡는데 이렇게 크게 소란을 피우고 난리야?”
송강은 석수를 불러 말했다.“아우는 저곳에 가 본 적이 있으니 양림과 함께 가게.”
석수가 말했다.“지금 형님께서 많은 인마를 거느리고 오셨는데, 저 장원에서도
어찌 방비하지 않겠습니까? 저희는 어떻게 변장하고 가는 것이 좋을까요?”
양림이 말했다.“나는 귀신 쫓는 법사로 변장하고 몸에는 단도를 감추고 손에는 방울을 들고
들어가겠네. 자네는 내 방울소리를 들으면서 내 앞뒤에서 떠나지 말게.”석수가 말했다.
“나는 계주에서 땔나무를 팔았으니 땔나무 한 짐을 지고 팔러 다니겠네.
몸에 무기를 감추고 유사시에는 멜대를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을 거네.”양림이 말했다.
“좋네! 오늘밤에 준비해서 새벽에 출발하세.”다음 날 석수는 땔나무를 지고 먼저 들어갔다.
20리도 못가서 길이 구불구불하고 아주 복잡해졌다.
사방으로 돌아가는 길도 비슷비슷했고 나무들이 빽빽해서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석수는 땔나무를 내려놓고 쉬면서 더 이상 가지 않았다.
뒤에서 방울소리가 점점 다가오자 석수가 돌아보니 양림이 찢어진 삿갓을 쓰고 몸에는
낡은 법의를 걸치고 손에는 방울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석수는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양림을 불러 세워 말했다.
“길이 이리저리 복잡해서 알 수가 없네. 지난번에 이응을 따라왔던 길이 어느 길인지
알 수가 없네. 그때는 날도 저물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길에 익숙해서 자세히 살펴볼
수가 없었네.”양림이 말했다.
“곧은 길인지 굽은 길인지 따지지 말고 큰길만 골라서 가세.”
석수는 다시 땔나무를 지고 큰길만 택해서 먼저 갔다. 가다 보니 앞에 마을이 나타났는데
주점과 푸줏간이 여러 군데 있었다.석수는 땔나무를 진 채로 주점 문 앞에서 쉬면서
주점 안을 엿보니 창칼들이 문 앞에 꽂혀 있었다.
사람들은 누런 조끼를 입고 있었는데 ‘축(祝)’ 자가 크게 쓰여 있었다.
왕래하는 사람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석수는 한 노인을 붙잡아 인사를 하고 물었다.
“어르신! 이건 무슨 풍습입니까? 왜 문 앞에 이렇게 창칼을 꽂아 놨습니까?”노인이 말했다.
“자네는 어디서 온 길손인가? 모르면 그냥 얼른 지나가게.”
“소인은 산동에서 대추 팔러 온 장사꾼인데, 본전을 다 까먹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어
이렇게 땔나무를 지고 팔러 다닙니다. 그런데 이 마을의 풍속과 지리를 모르겠습니다.”
“빨리 다른 곳으로 가서 몸을 피하게. 여기서 조만간에 큰 싸움이 벌어질 거야.”
“이런 좋은 마을에서 무슨 큰 싸움이 벌어진단 말입니까?”
“자네가 진짜로 모르는 것 같으니 내가 말해 주지. 여기는 축가촌이라 부르는 마을이고
언덕 위에는 축조봉 어른의 장원이 있네.지금 양산박과 사이가 틀어져 그들이 군마를
거느리고 마을 입구에 와 있네. 쳐들어오고 싶어도 마을 안의 길이 복잡한 것이 두려워
함부로 쳐들어오지 못하고 바깥에 주둔하고 있네.지금 축가장에서 호령을 내려
모든 집의 청년들이 준비를 하고 있는데, 명령이 하달되면 곧장 접응하러 나갈 거야.”
“어르신 마을에 인가가 얼마나 있습니까?”
“우리 축가촌에만 1~2만의 인가가 있고, 동쪽과 서쪽의 두 마을도 접응하기로 했네.
동촌에는 박천조 이응 대관인이 있고, 서촌에는 호태공이 있는데, 일장청이라 불리는
따님 호삼랑이 아주 대단하다네.”“그런데 어찌하여 양산박을 두려워하십니까?”
“처음 여기 오는 자들은 길을 몰라서 붙잡히게 될 거야.”
“어르신! 어째서 처음 오는 자는 붙잡히게 됩니까?”“이곳의 길은 옛 시에도 말하기를
‘축가장의 길은 모두 뱀처럼 구불구불하여 들어오기는 쉬워도 나가는 어렵다네.’라고
했거든.”석수는 그 말을 듣고 울면서 땅에 엎드려 절을 하고 노인에게 말했다.
“소인은 강호에서 본전을 다 까먹고 고향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몸입니다.
혹시 땔나무라도 팔 수 있을까 하고 왔는데, 이제 큰 싸움이 벌어진다고 하는데
달아날 수 없으니 어찌하면 좋습니까?어르신! 소인을 가련히 여겨 주십시오.
이 땔나무를 어르신께 드릴 테니 소인이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내가 어떻게 자네 땔나무를 공짜로 가지겠는가? 내가 땔나무를 살 테니,
자네는 들어와서 술과 밥을 먹고 가게.”석수는 땔나무를 지고 노인을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노인은 백주 한 주발과 죽 한 그릇을 주었다.석수는 먹고 나서 감사인사를 하고 물었다.
“어르신! 나가는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자네가 마을에서 나가려면 단지 백양나무가 보이면
돌아서 가게. 길이 넓은지 좁은지는 따지지 말고 백양나무가 있는 곳에서만 돌아가면
바로 살길이고, 백양나무가 없는 곳은 모두 죽을 길이네.
다른 나무가 있는 곳에서 돌아가도 살 길이 아니네. 만약 잘못 가게 되면 왼쪽으로 가든
오른쪽으로 가든 나갈 수가 없네.그리고 죽을 길은 땅속에 대꼬챙이와 마름쇠가 매장되어 있어,
만약 잘못 가다가 그걸 밟게 되면 바로 사로잡힐 거야.”
석수는 절을 하고 다시 물었다.“어르신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이 마을은 대부분이 축 씨인데, 나는 복성(復姓)인 종리 씨(鐘離氏)이고
이곳의 토박이라네.”“술과 음식은 잘 먹었습니다. 다른 날 꼭 보답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얘기하고 있는데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석수가 들어 보니, ‘간첩을 잡았다.’는 말이 들렸다.석수는 깜짝 놀라 노인을 따라 나가 보니
7~8명의 군인들이 한 사람을 묶어서 끌고 오는데 바로 양림이었다.
발가벗겨진 채 밧줄에 묶여 있었다.석수는 속으로 ‘아이고!’ 비명을 질렀지만 태연하게
노인에게 물었다.“저기 사로잡혀 온 사람은 누굽니까? 무슨 일로 저렇게 묶어 놓았습니까?”
노인이 말했다.“송강이 보낸 간첩이라는 말 못 들었는가?”“어떻게 붙잡았답니까?”
“저놈이 아주 대담하게도 혼자서 귀신 쫓는 법사로 변장하고 마을로 들어왔다네.
그런데 길을 모르니까 큰길로만 가다가 이리저리 헤매고 죽을 길로 들어선 거지.
백양나무가 서 있는 곳에서 돌아가면 된다는 비밀을 저놈이 알 리 없지. 저놈이 길을
잘못 들어 헤매는 것을 사람들이 보고 대관인께 알려 장객들이 와서 사로잡은 거지.
그런데 저놈이 칼을 뽑아 달려들어 너덧 명을 다치게 했다는군. 하지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달려들자 당해내지 못하고 붙잡힌 게지. 저놈을 아는 사람이 말하는데,
금표자 양림이라고 하네.”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앞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길을 비켜라! 셋째 관인께서 순찰 나오셨다!”석수가 벽 틈새로 내다보니 앞에는 쟁을 든
군사 20쌍이 배열하고 뒤에는 4~5명이 말을 타고 있는데, 모두 손에 활을 들고 있었다.
또 가운데는 4~5쌍의 청백색 말이 젊은 장사를 에워싸고 있는데, 눈처럼 흰 말을 타고
갑옷을 입고 활을 멨으며, 손에는 은빛 쟁을 들고 있었다.
석수는 그를 알아보았지만, 모른 척하고 노인에게 물었다.
“저기 지나가는 상공은 누구십니까?”노인이 말했다.“저분이 바로 축조봉의 셋째 아들
축표라네. 서촌 호가장의 일장청과 약혼했는데, 삼형제 가운데 제일 뛰어나다네.”
석수가 인사를 하며 말했다.“어르신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길을 찾아 가겠습니다.”
“오늘은 이미 늦었네. 앞에서 혹 싸움이라도 벌어진다면 자칫 자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네.”“어르신! 살려주십시오!”
“오늘밤은 우리 집에서 자고, 내일 별 일 없으면 그때 가게.”
석수는 감사인사를 하고 그 집에 머물렀다.
문 앞에서 파발꾼이 너덧 번 교대로 와서 문을 두드리며 분부하고 갔다.
“백성들은 오늘 밤 홍등의 신호를 보면 모두 한 마음으로 협력하여 양산박 도적들을 잡아
관아로 압송하여 상을 청하라.”석수가 물었다.“저 사람은 누굽니까?”노인이 말했다.
“저 사람은 이곳의 포도순검이네. 오늘 밤 송강을 잡기로 약정되어 있다네.”
석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잠시 생각하다가, 횃불을 들고 집 뒤편의 건초더미로 가서
잠을 잤다.한편, 송강의 군마는 마을 입구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양웅과 석수가 돌아와
보고하지 않자 뒤이어 구붕을 마을로 보냈다.구붕이 돌아와 보고했다.
“가서 소식을 들어보니, 간첩을 하나 잡았다고 합니다. 길이 너무 복잡해서 찾기 어려워
감히 깊이 들어가지 못했습니다.”송강은 분노하며 말했다.
“그들이 돌아와 보고하는 것을 언제까지 기다렸다가 진병하겠나? 또 지금 간첩을
잡았다고 하니 두 형제가 잡힌 게 분명하다.
우리가 오늘 밤 쳐들어가서 두 형제를 구해야겠다. 여러 두령들의 의견은 어떠한가?”
이규가 말했다.“내가 먼저 쳐들어가서 살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송강은 그 말을 듣고 즉각 모든 군사들은 무장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규와 양웅의 부대를 선봉으로 삼고, 이준 등은 합후(合後), 목홍은 왼쪽, 황신은 오른쪽을
맡게 하였다.송강·화영·구붕 등은 중군이 되었다.
깃발을 흔들고 북과 징을 울리면서 칼과 도끼를 들고 축가장으로 쳐들어갔다.
독룡강 앞에 당도했을 때에는 황혼이 되었다.송강은 전군을 재촉하여 장원을 공격하게 하였다.
선봉 이규가 웃통을 벗어 제치고 쌍도끼를 휘두르며 불같이 앞으로 돌진해 갔다.
장원 앞에 당도해 보니 조교는 이미 높이 끌어올려져 있고 장원 문 안에는 불빛이 한 점도
보이지 않았다.이규가 해자로 뛰어들어 건너가려 하자 양웅이 말리며 말했다.
“안 돼! 장원 문이 닫혀 있는 거로 봐서 필시 무슨 계책이 있는 거요. 형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상의합시다.”이규는 참지 못하고 쌍도끼를 부딪히며 건너편을 향해 소리쳤다.
“어이! 좆같은 축태공 늙은 놈아! 이리 나오너라! 흑선풍 할아버지가 여기 있다!”
장원에서는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송강의 중군이 당도하자 양웅이 맞이하고 장원에는 인마도 보이지 않고 아무런 동정도
없다고 보고했다.송강이 말고삐를 쥐고 바라보니 장원에는 인마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송강은 마음속에 의혹이 일었다가 문득 생각했다.
“내가 틀렸다! 천서에 명백히 경계하여 말하기를, 적진에 임해서는 급히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
내가 두 형제를 구하겠다는 욕심에 일시적으로 잘 생각하지도 않고서 밤중에 진병하여
적진에 너무 깊이 들어와 버렸다.
장원 앞에 당도했는데도 적군이 보이지 않으니 필시 저들에게 계책이 있는 것이다”
송강이 명을 내렸다.“삼군은 빨리 후퇴하라!”이규가 소리쳤다.
“형님! 군마가 여기까지 왔는데 퇴군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먼저 돌격할 테니 모두 나를 따르라!”
그 말이 끝나기 전에 축가장에서 신호탄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독룡강 위에 수천 개의 횃불이 일제히 밝혀지면서 문루 위에서 화살이 비 오듯 쏟아졌다.
송강은 급히 오던 길로 군대를 돌리는데, 후군두령 이준의 인마가 소리를 질렀다.
“아까 왔던 길이 모두 막혔다! 필시 매복이 있을 것이다!”송강은 사방의 길을 찾으라고 명하였다.
이규는 쌍도끼를 휘두르며 죽일 놈을 찾았지만 적군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독룡강 위의 산꼭대기에서 또 한 발의 포성이 울리고, 그 소리가 미처 끊어지기도 전에
사방에서 울리는 함성이 천지를 진동했다.
깜짝 놀란 송강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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