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SF 영화 〈A. I.〉를 보면 인간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진화한 인공 지능이 나온다. 과학 기술이 천문학적인 속도로 발전한 미래의 지구! 인공 지능은 이제 못하는 일이 거의 없는 단계에 이른다.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인공 지능 데이빗은 스윈튼 부부의 집에 입양돼 아들 노릇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불치병에 걸려 치료약이 개발될 때까지 냉동 상태로 있던 스윈튼 부부의 친아들이 퇴원하면서 예기치 못한 갈등이 불거지게 된다.
만약 우리에게 ‘기술적 특이점’이 온다면 영화 속보다 더한 상황들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 뻔하다. 아, 기술적 특이점이 뭐냐고? 인공 지능의 발전이 가속화되어, 인간의 지성(지능)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초인공 지능이 나타나는 시점을 말한다.
수학자인 버너 빈지와 미래학자인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자신들이 쓴 책에서 “인공 지능이 도구가 되어 인간의 지능을 증폭하는 그때가 기술적 특이점이며, 이 특이점 이후 과학 기술의 진보를 지배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더없이 강해진 인공 지능일 것이다. 인간의 뇌를 컴퓨터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게 되면, 과학 기술의 발달 속도가 더욱더 가속화되어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는 초인간 지능이 탄생한다.”고 예언한다.
심지어 버너 빈지는 “초인간 지능이 나오면 얼마 안 가서 인간의 문명 시대는 종말을 맞게 된다.”는 섬뜩한 주장을 펼친다. 그러니까 인간과 초인간 지능 사이에 생존을 건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수 있으며, 그 싸움에서 인간이 초인간 지능에게 밀릴 확률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남극의 아이 13호》는 바로 그 기술적 특이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과학 기술이 어마어마하게 발달한 미래의 어느 한 시대, 인간과 기계는 주도권 전쟁을 벌이다가 지구를 파멸의 위기로 몰아넣는다. 결국 공멸의 길로 치닫게 될 것을 우려한 인간과 기계는 어렵사리 평화 협정을 맺고서 지구를 반으로 나눈 뒤 각자의 구역에서 살아간다. 다만, 남극만을 유일하게 인간과 기계가 공존할 수 있는 구역으로 정해 두는데……. 이 남극을 중심으로 인간과 기계가 또다시 헤게모니 싸움을 펼치면서 힘겹게 얻은 평화와 공존의 시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어쩌면 그리 오래지 않은 미래에 우리 모두가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르는, 아니 맞닥뜨릴 가능성이 아주 농후한 이야기를 생하게 그려내 보인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무한한 편리함을 얻는 대신에 파생될 인간 본연의 존엄성 상실과 존재의 위기를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저자 알바로 야리투(Alvaro Yarritu)는 1988년에 스페인의 빌바오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오디오 비주얼커뮤니케이션과 광고학을 공부했다. 2014년에 동화 《악몽의 파수꾼》를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책을 비롯해서 영화와 만화, 비디오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역사와 환상, 공상 과학 분야에 특별히 관심이 많다고 한다. 방송국 리포터와 블로거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기술적 특이점 너머의 미래 세계를 스펙터클하게 그려낸 《남극의 아이 13호》는 그의 첫 번째 청소년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