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따사로운날 . 불현듯 지리산 자락에 있는 지인에게서 기별이 왔다.
"막걸리 한사발에 봄나물 한접사 놓고 보니 최시인 생각이나오.
멀리 지리산 중턱까지 연초록으로 눈이 시린데. 한번 다녀 가면 어떻겠소?
일정 다 제쳐두고 불원천리 산청의 지리산으로 향한다.
이리 구불 저리 구불 고개 몇개 넘어 덕천강이 순하게 흐르는 산청 뒷골이라는 마을을 찾아간다. 이미 마음마저 지리산 사람이 다 된 그가 봄물 가득 나그네를 맞이한다.
풍경이 첩첩 산중이면서 모든 색상이 연초록의 세상 한참을 봄곷 자지러진 마당에앉아
봄볕바라기 를 한다. 세상의 분답함을 잠시 내려놓는 것만해도 온몸이 그윽하기 이를데 없다
늦은 오후 밥상겸 술상을 보자며 마을 뒷산으로 사람을 이끈다.여느 산이나 마찬
가지겠지만 지리산도 한걸음 한걸음마다 다양한 봄나물이 피고 진다.
몰라서 지나치는 일은 있어도 없어서 지나는 일은 없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맑디맑은 개울에는 돌미나리가 지천으로 고게를 내밀고 있고.
개울 둔덕에는 토실토실한 돌나물이 소복하다. 산길로 접어 들자마자 곳곳에 취나물과
고사리가 밭을 이루고 제피나무에는 어린 순이 올망졸망하다 비비추도 잎자락을 제법 넓게 펼치고 있고 산부추도 풀잎 사이로 얼굴을 비친다. 먹을 민큼 뜯는다는 것이 어느새 한보자기 가득 봄나물이다. 내려오는 길에 잘생긴 엄나무와 두릅나무에서 잘 생긴 나무순도 몇개 딴다.
가만보니 온 마을이 봄나물로 속절없이 둘러쌓여 있는 형국이다.
지인의 집 안팎으로도 예외는 아니어서 산에서 이사온 마가목과 화살나무 에서도 부드러운
잎이 토실토실 차오르고 밭둑에 머위와 방풍이 상추.정구지가 밭주위를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두어시간 산책하고 나니 집안이 향긋한 지리산 봄나물 냄새로 그득하다.
여인네들이 봄나물로 상을 차릴 동안 지인과 지리산 골골이 숨어있는 막걸리를 두어되 사러간다.작은 면소재지의 오래된 양조장에서 막걸리 한바가지를 얻어 먹고는 흔쾌한 마음으로
서너되 산다. 괜히 마음 한 곳이 든든해진다. 가는 길에 지리산 흑돼지도 두어근 끊는다.
산청사람들은 지리산에서 키운 흑돼지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륵히 봄나물을 곁들인 흑 돼지구이를 즐겨먹는다, 고기살은 탄력이 있으면서 쫄깃하고
지방은 적당량 고루고루 퍼져있기에 고소하면서도 질리지가 않는다. ㅡ중략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