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앤 세이 굿 바이/ 이민호
서울역 대합실 한 켠
쥐며느리
여자는 늘 동그랗게 몸을 말았다
첫 만월 다음
일요일 아침
비둘기 떼 수북이 앙가슴 깃털에 부리 씻고
여자의 깨진 발톱 발가락 아홉 개
모두 공손히 입을 맞췄다
생전에 연민의 황달을 앓아
온 몸이 황금빛이었다
알코올 솜으로 콧구멍을 막고 입을 벌리자
작은 동굴에서 한 떼의 나비들이 몰려나왔다
수고로웠던 파닥거림이었다
향유인 듯 물을 뿌려 단정히 머리를 빗질해도
애틋함 하나 달라붙지 않았다
수의를 입힐 때까지도
발톱과 손톱을 깎고
머리카락을 담아 몸에 끼워 넣을 때까지도
발 동동 함께 가자 꺼이꺼이 마른 울음 곁에 없이
스물 한 차례나 매듭 묶은 사연
마음대로 처분하였다
―《민중의 소리―아침을 여는 시》, 2011년 08월 30일.
* 이 시의 제목인 “키스 앤 세이 굿 바이(Kiss And Say Goodbye)”는 흑인 5인조 그룹인 맨하턴스(Manhattans)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흑인 특유의 비트 발라드 곡인 이 노래는 아름다운 선율과 멜로디가 일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노래의 제목인 “키스 앤 세이 굿 바이”는 “키스해주세요, 그리고 굿바이라고 말해주세요” 라는 뜻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 말은 이별을 할 때 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시에서 화자는 누구와 이별을 말하고 있는가. 이 시의 화자가 이별하고 있는 사람은 “서울역 대합실 한 켠”에서 “늘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던 여자이다. 이른바 노숙자인 그녀, 이미 이승을 떠난 그녀는 “생전에 연민의 황달을 앓아/온 몸이 황금빛이”다. “알코올 솜으로 콧구멍을 막고 입을 벌리자/작은 동굴에서 한 떼의 나비들이 몰려나”올 만큼 버려져 있었던 것이 그녀이다. “꺼이꺼이 마른 울음조차 곁에 없”는 그녀, 그렇게 노숙자로 죽은 여자를 이 시는 그리고 있다. 버려진 노숙자의 주검에 대한 화자의 촉촉한 연민이 돋보이는 시이다. (이은봉 시인)
첫댓글 날마다 호화로히 잔치하던 한 부자와 그의 대문 밖의 거지 나사로가 ~
개들이 헌데를 핥아주는 것을 생을 마감하는 것과 일치하네요 ~ 그런데 사후 무슨 염치로 나사로의 손가락 끝의 물 한방울을 ~ 바라지도 말라는 그 분의 잔인하신? ~~~~~~~ 두렵고 떨리는 ~ 말씀으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