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비공개 입니다
송년모임들이 이상해지고 있다. 선배가 끌어도 당당하게 ‘저 술 별로예요.’라고 얘기하고 자리에 끼어도 두주불사는 그저 옛말 일 뿐, 가뿐하고 럭셔리하게 포도주 한두 잔으로 넘기는 분위기가 대세다. 몇 번의 선거에서 이미 ‘대세’라는 걸 경험해 보았으니 이제와서 거기에 편승하지 않으면 나 혼자만 왕따 기분 일 수밖에 없으므로 따라가긴 하는데, 썩 내키지는 않는다. 호텔 디너쇼, 화려하지만 별로 느낌이 없는 오페라, 가벼운 pop에 허벅지 다 드러내는 무대의상으로 눈요기 시켜주는 맘마미아 식의 뮤지컬 등에서 고른다면.... 그러면...이 사람 송년 콘서트로 결정! 2007. 12. 29. 마지막 토요일에 호암 아트홀. 20:00. 양희은 콘서트. ‘겨울, 쉼...’
분위기 맞추려고 기온도 뚝 떨어지고 눈발까지 날리니 서울역 지나 서소문 길이 못내 을씨년스럽다. 삼성 파문 때문인지 오랜만에 오는 호암아트홀도 안팎으로 그저 휑뎅그렁하다. 기타 1,2 더블 베이스 건반 1,2 피아노 멜로디언 아코디언 하모니카 실로폰-다섯 명이 이 모든 악기를 연주하고 코러스 까지 한다. ‘내 나이 마흔 살에는’을 쓴 김영욱, 노찾사 멤버이고 요즘엔 드라마에도 곡이 쓰이는 신지아 등, 양희은의 표현대로 ‘강호의 고수’들이 쎄션을 맡고 있었다. 그들의 연주와 코러스는 톡톡 튀는 양희은의 목소리를 잘도 받쳐주고 감싸 안는다. 무대 좌우에 커다란 진공관 앰프가 있고 문을 열고 닫는 옛날 별표전축, 구닥다리 영사기, 낡은 LP판 몇 장 등으로 추억 거리를 보여주고 있다.
한 두곡이 흐르고, 편안하게 친구처럼 노년을 말하고, 헬스장에서의 가벼운 일상을 얘기하고, 익히 아는 노랠 다함께 부르고- 콘서트는 편하고 잔잔하게 흘러간다. 우리에게 ‘양희은’은 누구이던가. 송창식의 ‘담배 가게 아가씨’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황순원의 ‘소나기’가 떠올랐었다.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의 천진함. 그런 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오늘 양희은은 2%가 부족하다. ‘아침이슬’이 그녀에게 부여한 쟌 다르크의 이미지를 애써 벗으려는 모습이 아직도 보인다. ‘한계령’처럼 아직도 첩첩 산중으로 갈등하는 모습이 엿보인다는 말이다. 강호동의 ‘무릎팍’에 출연해서 세상과 완벽하게 교류하는 듯싶다가도 오늘처럼 스스로 일정부분 벽을 쌓은 모습으로 다가서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개그맨 박미선과 송은이가 양희은 옆에 서서 팬 싸인회에 들러리 선 모습이 어색하다.
어느새 두 시간이 흘러 ‘show'는 끝이 났는데 무지 아쉽고, 팥죽에 새알심 안든 것처럼 허전하다. 가슴에 남아있는 ’양희은‘의 이미지를 보지 못해 허전하다. 그 진득한 세월을 한마디 언급 없이 가벼이 농담처럼 흘리는 게 허전하다. ’아침 이슬‘이 앵콜곡으로 불려 지고 환한 박수 속에 끝나는 게 허전하다.. 그래서 딱히 어쩌자는 건 아닌데, 그냥 허전하다.
|
첫댓글 저~~술 별로예요 라는 말보단 2차갑시다~~~~라는 야그.... 뮤지컬,음발표회,극장보단 스키장,스케이트장,작대기 잔디밭이 훨씬더 끌리는것은 졸업이후 직업땜에 바뀐건가??? 마눌하고 영~~~~코드가 안맞는다.... 이젠 남성 홀몬 분비도 예전보다 영 껄적지근한것이 아무래도 슬슬 취미 변화를 줘야만이 살길아닌가 생각된다..ㅋㅋㅋㅋ
빈티지풍 무대장식 외에 보여주는 것 없는 양희은 콘서트가 정말 껄적지근했다. 기모노를 현대풍으로 재해석한 일본 디자이너의 옷을 한 번 갈아입은 것 말고는 노래의 열정도 없었고... 한가지 확실한건 R석 좌석표 본전생각이 '또렷이'났다는 거... '거시기' 말고 여러가지 의미로 쓰이는 말이 또 있었네. '껄적지근'... 각설하고, 마누라가 아끼는 강아지 껴안고 이삿짐 차에 낼름 올라 타고 있어야 하는거냐? 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