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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씀이 다른 나라에도 있을까
이젠 겨우 밥이나 좀 먹게 되었다는 말씀, 그 겸허, 실은 쓸쓸한 安分,
그 밥, 우리나란 아직도 밥이다 밥을 먹는 게 살아가는 일의 모두,
조금 슬프다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 어머니께서도 길 떠난 나를 위해 돌아오지 않는 나를 위해 언제나 한 그릇 나의 밥을 나의 밥그릇을 채워 놓고 계셨다 기다리셨다 저승에서도 그렇게 하고 계실 것이다 우리나란 사랑도 밥이다 이토록 밥이다 하얀 쌀밥이면 더욱 좋다 나도 이젠 밥이나 좀 먹게 되었다 어머니 제삿날이면 하얀 쌀밥 한 그릇 지어 올린다 오늘은 나의 사랑하는 부처님과 예수님께 나의 밥을 나누어 드리고 싶다 부처님과 예수님이 겸상으로 밥을 드시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분들은 자주 밥알을 흘리실 것 같다 숟가락질이 젓가락질이 서투르실 것 같다 다 내어 주시고 그분들의 쌀독은 늘 비어 있을 터이니까 늘 시장하셨을 터이니까 밥을 드신 지가 한참 되셨을 터이니까
-덧붙임
시인의 시에는 ‘마침표’가 없다.
만물은 이어지고 또 계속 이어지는
이음의 관계라고 보았던 것일까.
우리 말은 중요한 사물일수록
‘한 음절’이다. 늘어놔보면,
해, 달, 별, 땅, 흙, 밤, 잠, 낮, 빛, 집,
몸, 눈, 귀 코, 입, 손, 발, 피, 폐, 알,
뼈, 밥, 물, 술, 돈, 꽃, 말, 길, 불, 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참 많기도 하다.
특히 그 중의 ‘밥’은 특히 중요할 것이다.
생명은 안에서도 있지만, 밖에서도 있기
때문이고, 그 중에 제일은 ‘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