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보기 드문 아름다운 부부이야기
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가 별세하셨다.
그분의 부인 가정혜(84)씨는 김교수가 남긴 재산 30억 원을 국립한국문학관에 기부했다. 그녀는 21일 중앙일보와 전화통화에서 “30억원은 남편이 평생 피땀 흘려 원고를 쓰며 번 돈을 쓰지도 않고 모은 돈이다. 나는 이 돈을 한 푼도 쓸 수 없다고 생각해서 남편에게 상속받은 전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김 교수의 유일한 유족이다. 그녀는 “기부는 남편의 살아생전 뜻을 따른 것이다. 남편이 죽기 전에 기부 액수나 기부처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가 없었지만, 평소에 기부에 대한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회고했다.
부창부수다.
새삼 부창부수란 참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황혼 이혼이 유행하는 요즘 정말 보기 드문 아름다운 부부이야기다.
김 교수님은 매일, 같은 시간, 자리에 앉아 읽고, 원고지 20매씩 글을 썼다. 그것을 60년간 지속했다. 그래서 그의 제자 하나는 “그것은 이미 문학의 영역을 넘어서는 수도자의 길, 구도자의 길이다.”라고 말했다. 참 존경스런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신실하다. 그분은 신실하게 자신의 길을 끝까지 걸었다. 그런 길을 걸은 그분은 이런 말을 하셨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일상보다 조금 나은 것이다. 일상보다 조금 나은 것이 하나 더 있다. 종교이다. 우리의 일상은 한쪽에 문학(예술)이, 다른 한쪽에 종교(정신)가 있어 그나마 견딜 만한 것이다.”
직업의식이 발동해서 그분의 종교가 무엇인지를 찾아보았다. 없었다. 그분은 서울대 고별 연설에서 자신에게 특정 종교가 없다고 말했다. 끝까지 종교가 없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아무리 검색을 해보아도 더 이상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예견된 일이었다.
이 부부의 이야기를 기사로 본 후 나는 이 부부의 종교가 기독교 개신교는 아닐 것이라는 예견을 하였다. 혹시 천주교 신자일 수는 있다는 생각도 하였다. 어쨌든 이분의 종교는 없었다. 슬프지만 이런 나의 예견들은 빗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오래 전 신학교 개강수련회에서 강사로 오신 이재환 선교사님은 자신의 선교지인 아프리카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무신론자이며 인본주의자인 한 네덜란드 여인을 소개하였다. 그 여인은 선진국에 태어나 많은 혜택을 누렸으니 이제 그것을 못 받은 사람들에게 돌려준다며 그곳 사람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그녀의 희생은 놀라웠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준 후에 선교사님은 신학생들에게 물었다.
"그리스도인의 삶이 인본주의자의 삶보다 못해서야 쓰겠느냐?"고.
나는 물론 그 자리에 있던 우리 모두는 깊은 감동과 함께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선교사님이 부르자던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라는 찬송을 그분의 말대로 함부로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일사각오의 결단으로 신학교에 왔다. 하지만 신앙의 길은 그런 각오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떠나는 믿음의 길은 떠나보아야 아는 모험의 세계이다.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이는 갈 수 없는 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신뢰와 확신이 하나도 남김없이 다 사라져야 갈 수 있는 길이다.
오늘날 개신교는 나이키 구호 비슷한 'I can do it!'을 외치는 극우정당처럼 되었다. 천주교는 좀 낫다. 그들에겐 수도修道하는 구도자들이 있어서일 게다.
나는 이재환 선교사님처럼 "그리스도인의 삶이 인본주의자의 삶보다 못해서야 쓰겠느냐?"고 반문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도 일종의 우월감이다. 하나님 나라에는 우월감이 없다. 다만 겸손하게 하나님과 동행하는 길만 있다. 존경스런 인본주의자를 만나면 그를 존경하고 본받아야 한다. 김윤식 교수님 부부와 같은 분들을 보면 먼저 그분들을 존경하고 그분들과 같이 될 수 있기를 바라야 한다. 나는 우리 부부도 그분들처럼 아름다운 인생졸업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하나님처럼 완전할 수도 온전할 수도 없다. 그런데 왜 주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하나님은 그런 우리를 인도하신다. 아브라함을 모리아 산 정상으로 인도하신 것처럼 우리도 인도하신다. 그러면 우리도 아브라함처럼 믿음의 사람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주님의 말씀의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새로운 교회를 꿈꾼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에 하나님께 의탁하고 서로에게 의존하는 그런 공동체를 꿈꾼다.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떠벌리지 않고 말없이 말씀으로 육화되어 갈수록 냉랭해지는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전할 수 있는 작은 불꽃이 되고 싶다.
한 번도 뵌 적 없지만 김윤식 교수님 부부에게 존경한다는 말씀과 함께 고마움을 전한다
http://www.newsm.com/news/articleView.html?idxno=22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