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9·19합의 이후 첫 해상완충구역 대응사격… ‘구애 안받겠다’ 경고
서북도서에선 안쐈던 K-9자주포
北보란듯 주력 무기로 즉각 반격
자주포(K-9) 내에서 사격 준비 및 실시. 국방부 제공
우리 군은 5일 북한이 해안포 사격으로 도발하자 9·19 남북군사합의로 설정된 서해완충구역으로 포 사격 맞대응에 나서면서 해상에서의 군사 행동도 더 이상 9·19합의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연평도·백령도 부대들은 9·19합의를 준수하느라 서북도서에서 포 사격을 하지 않고 5년 넘게 K-9 자주포 등을 육지로 반출해 훈련을 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이들 주력 무기로 즉각 대응에 나선 것. 이번 군의 대응은 향후 북한 도발 수위에 따라 북방한계선(NLL)·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도 9·19합의가 금지한 군사 행동들을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인 것으로 풀이된다.
9·19합의 1조 2항은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 사격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해안포 포문을 폐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2019년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로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실시하거나 해안포문을 지속 개방하면서 이 조항을 위반해 왔다. 지난해까지 우리 군이 집계한 합의 위반은 3000여 건에 달한다.
북한이 2022년 10∼12월 14차례에 걸쳐 동·서해상 해상완충구역으로 포 사격 등 집중 도발을 감행했을 때도 우리 군은 9·19합의 위반 대북통지문 발송 등만 했을 뿐 인접 부대들이 포 사격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서북도서 부대들은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주력 무기들을 화물선에 싣고 경기 연천, 경북 포항 등으로 수백 km 원정 훈련을 가는 등 전임 문재인 정부 때와 유사하게 축소된 방식의 훈련을 해왔다.
이번에 군이 서북도서 포 사격을 2018년 9·19합의 이후 처음으로 전격 진행한 만큼 향후 북한 도발 수위에 따라 9·19합의 이전처럼 정례적인 포 사격 훈련 등까지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군은 지난해 11월 북한이 이미 국방성 명의로 9·19합의 파기를 선언한 만큼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9·19합의가 그동안 금지했던 모든 군사행동들을 재개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해상뿐만 아니라 1조 2항이 금지했던 군사분계선 일대 대규모 연합훈련, 전투기 실탄 사격 등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군은 지난해 11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9·19합의의 비행금지구역 조항(1조 3항)을 효력 정지하고 공중감시와 정찰 활동을 복원한 바 있다. 당시 군은 1조 3항뿐만 아니라 1조 2항까지 효력 정지에 나설 방침이었으나 통일부 등 관련 부처와의 조율 과정에서 1조 2항은 효력 정지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9·19 남북군사합의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남북이 지상·해상·공중상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등을 해나가기로 한 합의다.
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