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북한산 기자 능선 코스를 산행하면서도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한 건물 위에서 저지른 끔찍한 만행 동영상의 잔영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국내 언론도 늘상 있는 일마냥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여 실망스러웠다.
이스라엘방위군(IDF)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이스라엘 병사들은 요르단강 서안 북부 제닌 근처 카바티야 마을의 한 건물을 습격, 팔레스타인인 사체 3구를 지붕 위에서 아래로 던져버린다. 손도 대기 싫다는 듯 발로 주검을 밀어 지붕에서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면 말을 잃게 된다. 바닥에서는 이스라엘군 불도저가 주검들을 파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IDF는 20일(현지시간) 군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으며 병력에 요구되는 일이 아니라며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관리들은 문제의 동영상이 전날(19일) 이스라엘군에 의해 적어도 7명이 살해됐을 때 촬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법에 병사들은 적군의 사체라도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IDF는 카바티야에서 대테러 작전을 벌였으며 교전 과정에 4명의 전사를 사살했으며 차량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3명의 전사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카바티야에 있던 한 언론인은 영국 BBC에 당일 아침 이스라엘 병사들이 한 건물을 에워싸 4명의 남성들이 지붕 위로 대피했다가 저격수들의 총에 맞았다고 전했다. 교전은 마을 전체에서 계속되다 잠잠해졌을 때 이스라엘 병사들이 지붕 위로 올라가 주검들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이를 불도저들이 파묻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같은 모습을 여러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동영상이 유튜브 등에 나돌아 이를 봤는냐고 묻자 IDF는 앞의 설명을 내놓으며 카바티야에서 사살된 이들 가운데 샤디 자카르네흐도 포함함됐으며 "서안지구 북부에서의 공격을 지휘하고 수행한 책임자"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카르네흐가 카바티야의 "테러 조직 우두머리"라고 했는데 어느 단체 소속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방송은 전했다.
팔레스타인 외교부는 엑스(X, 옛 트위터)에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군의 "잔임함"을 드러낸 "범죄"라고 규정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 대변인은 문제의 동영상이 "심히 거북스럽다"면서 "사실로 판명되면 직업 병사들이 저지른 끔직하고 어이없는 행동임이 분명하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한 뒤 이스라엘이 보복으로 가자지구를 공격해 일 년 가까이 이어지자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폭력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690명의 자국민이 살해됐다고 밝혔고, 이스라엘군은 거의 매일 수색하고 급습해 체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와 자국 공격을 막기 위해 작전을 펴고 있으며 적어도 33명의 이스라엘인들이 살해됐다고 주장한다.
가자지구에서는 4만 10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마스가 운영하는 보건부가 주장하고 있다.
한편 20일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습에 따른 사망자 수가 37명으로 늘었다고 BBC가 다음날 보도했다. 파괴된 건물 잔해에서 시신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 어린이와 여성도 다수 사망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