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소설책을 읽었습니다.
친구가 에릭프롬처럼 문장이 간결하고 읽기 편하다고 추천을 해 줘서 보게 뵈었는데, 역시나 책의 작가 설명을 보니 서머싯 몸은 20세기 전반 유명한 대중소설가라고 하더군요. 정말 대중소설 읽듯이 재밌게 읽었습니다. 달과 6펜스의 저자라는 것을 상기하면서 보니 더욱 흥미가 가더군요.(이 책에도 잠시나마 고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학교 통학 시간에 지하철 안에서 매일 40분 정도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환승역을 지나친 적이 2번이나 있었죠.^^
알려진 책이니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인간의 굴레'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서 한 영국 젠트리 출신 소년의 일생을 그려 놓았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하죠.
절름발이에다 부모님을 일찍 여읜 주인공 필립은 교회 목사인 백부에게 양육을 받는다. 필립은 학교에 들어가 불구라 받는 놀림에 나름대로 적응을 하면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내어 대학에 가서 성직자가 될 것이라고 주위 사람들의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필립은 자신의 불구를 해결해주지도 못하는 종교와, 또한 흥미를 주지 못하는 성직자의 생활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독일, 영국, 프랑스에서 회계학이며 미술 등을 배운다. 그러나 어느 한 생활에도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과감히 모든 것을 정리해 런던으로 돌아와 의학 공부를 하게 된다. 공부를 하면서 여러 만남과 시련을 겪던 필립은 결국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는 여자를 만나 자신의 모든 꿈을 접고 안정적인 생활을 택하게 된다.
이 줄거리는 필립이 한 일만 죄다 늘어놓았을 뿐입니다. 실제 책의 내용을 바르게 전달하려면 필립의 생각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이 모습이 빠질 수가 없지만, 제 머릿속으로 정리하려고 하니 너무 많은 사람이 떠오르는군요. 노숙자에서부터 몽상가, 소질없는 예술가, 바람둥이 의사수련의까지 필립 또래의 젊은이들이 그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젊음을 어디엔가 불사르고 있는 젊은이들 다음으로 젊을을 불사른 후 맥없이 살고 있는 어른들이 많이 나오고, 가끔씩 작은 삶 속에서 만족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필립은 이들과 맞닥뜨리는 삶의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리고 종교, 예술 등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자신을 묶어두고 있었던 굴레를 과감히 뿌리치면서도 또다시 사랑, 안정이라는 굴레를 만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어떤 굴레 앞에서 저항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면서 파리에서 교제하던 한 젊은 시인이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힌트로 선사해 준 페르시아의 양탄자에서 해답를 찾게 됩니다. 뭐 무엇을 하던지 우리는 모양이 제각각인 양탄자를 짜고 있대나 뭐래나.
이러한 성장소설은 저에게 많은 문제를 던져줍니다.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대학생으로서 항상 고민하는 주제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불만인 점은 책에 나름대로 제시되어 있는 해답이라는 것이 너무 모호하고 문제 제기만큼 명확한 무엇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래를 불안하게 또 걱정하게 하면서도 저의 지금 다급한 선택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특히 이 소설에서 양탄자의 의미도 저에게는 생각할 때마다 바뀌어서 더욱 조바심이 납니다.여러분은 이 책을 읽고 양탄자에서 무슨 느낌을 받으시는지 궁금합니다.
1학년 때는 '불꽃'이라는 일본 성장 소설을 읽었었는데, 그 때 착찹했던 마음이 지금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이번 학기 학점이 잘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군요...TT
'인간의 굴레'라는 제목은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의 에티카 4부의 제목 '인간의 예속 상태에 관하여'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한 번 읽어봐야겠다 싶은데, 스피노자 글은 읽기 편합니까? 어려운 글은 지하철타고 보면 딱 수면제로 바뀌니...--;